그래서 어떻게 됐냐면.
아직은 잘 모르지만 그럴 수만 있다면.
“결국은 그래서 넌 뭐가 되고 싶은 건데? 어떻게 살다 가고 싶냐고~” 하고 넌 내게 물었다. 나는 반달 같은 입모양을 하고 웃으며 말했다.
“나이가 들면 내가 조용히 숨 쉴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과 그 외 나와 나눌 수 있는 친구 사람들만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무엇이 된다는 건. 무엇이 된 후 또 다른 무엇이 되고 싶고. 또 그와 다른 무엇이 되고 싶은 거였어. 그래서 난 더 이상 무엇이 되지 않기로 했어. 난 나를 만족시킬만한 것을 애당초 갖고 태어나지 않았음이 분명해. 그래서 나는 무엇이 되려고 하면 죽을 만큼 힘이 들었어. 결국은 지난 유행이 되어 사라질 것들이나 쫒는 내가 얼마나 허영심 덩어리인지 확인하는 것밖에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잖아. 나이 들어가면서 까지 무엇이 돼야 한다는 건 하루살이가 물속에서 애벌레로 살다가 물밖로 나와 무엇이 되어 죽었냐는 말과 같은 거야. 그러니 내가 늙어가면서 까지 꼭 무엇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사적인 공간에서 책을 읽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너무 싸구려가 아닌 와인을 함께 마시며 어제 산 이야길 오늘 살아가는 얘기를 함께 할 친구 사람들만 있으면 정말 잘 살고 있구나 할 것 같아. 뭐 가족의 건강은 늘 순위 밖 0번에 놓이는 거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그런데 그게 정말 어려운 거야. 자식들 잘 먹여서 학교 보내고. 지들 살길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가르치고 나면 내가 싸구려 와인을 먹을지. 쓰디쓴 소주를 마실지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인생도 때론 쓴맛인데 오늘일지 내일일지 모르는 삶을 살면서 굳이 쓴맛을 봐야 하는 건 아니잖아. 맥주는 사람을 차게 만드니까 매일 마시면 건강엔 안 좋을 것 같고, 막걸리는 너무 배불러 무겁기도 하고 똥배도 많이 나오겠지, 혈액순환에 좋은 와인이 딱 일 것 같아. 치즈와 함께 말이지.
그 외의 선택이 있다면 풀 바람이 부는 곳이면 좋을 것 같아. 도심의 바람은 항상 펄펄 끓던가 뜨뜻미지근한 바람이야. 더 이상 그 더운 바람을 코에 넣고 싶진 않아. 풀 바람이 부는 곳은 항상 새벽 공기처럼 차갑고 가슴 시린 풀냄새를 실어다 줄테니까. 가끔 비가 내리면 공장에서 나온 시멘트 냄새 대신 내가 좋아하는 흙냄새도 실컷 맡을 수 있잖아. 흙냄새엔 온 세상이 다 있어. 흙 안의 모든 생명체가 보내는 세상 냄새. 그게 얼마나 달콤한지 아니? 난 항상 흙냄새가 그리웠어. 나는 단 한 번도 시골에서 산 경험이 없어. 기껏해야 아이가 태어난 다음 우리의 보금자리로 선택한 전화 지역번호도 02인 서울 인접 경기도가 다야. 사실 귀촌인들이 엄청 부러워. 아무리 부러워도 그게 다야. 나보고 살라하면 못살아. 다른 이유가 아니고 겁이 너무 많기 때문에. 너도 알잖아. 내 심장이 얼마나 빨리 뛰는지. 그래서 가끔은 시골이 너무 그립기도 하고, 또 너무 두렵기도 해 그렇지만 친구 사람들과 함께 모여 산다면 정말이지 너무 근사할 것 같아.
넌 어때? 넌 뭔가가 되고 싶은 게 있니? 그래서 결국은 어떻게 살고 싶은데? 네가 웃는 걸 보니 뭔가 더 근사한 게 있나 본데? 내가 말한 것보다 더 좋은 게 있음 꼭 말해줘야 해. 왜냐고? 너도 나랑 매일 밤 와인을 마시며 함께 수다를 떨고 싶은 친구 사람이니까. 너무 멀리 떨어져 살진 말자. 같은 흙과 흙 사이에서 살자. 너무 가까이 살진 말자. 같은 흙과 너 흙과 나 사이에서 살자.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