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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Nov 03. 2020

잠시 쉬어가는 중입니다.

지금은 잠시 쉬어가는 중입니다.      

새벽의 신비가 궁금해지면 새벽녘 찬 공기가 익숙해질 때까지, 찬바람을 바로 껴안을 수가 없어서, 내가 놀라 뒷걸음질 치지 않을 정도만 딱 그만큼만 베란다 창문을 열고 온 새벽을 유영했을 떠돌이 바람을 불러들입니다. 갇혔던 공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둘러 빠져나가고 새벽의 신비를 가득 안은 최신 바람이 나를 수북이 감싸옵니다. 밤새 가습기에서 흘려보낸 촉촉함에 메마른 목을 축이고 새벽 신비 어떤 기류에 떠밀려 이방 저 방에 풀어놓습니다. 초록의 식물이 깨어나고 집안의 역사와도 같은 냄새가 희석되고, 먼지의 속성이 달라지고, 강아지 태로의 콧속을 간질이며, 떠돌이 바람은 어젯밤 토라져 등을 돌린 채로 잠든 아이와 아빠를 똘똘 뭉쳐놓고도 사랑하라고 말하는 법이 없습니다.

가을의 떠돌이 바람은 그렇게 잠시 쉬어가는 중입니다.      


도심의 낮을 품다가 누군가의 가슴에서 잠기고, 또다시 도망치듯 빠져나와 그녀의 향기를 훔치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나무를 흔들어 깨워 낙엽을 치우는 청소부의 개구쟁이 골칫거리가 되었다가. 길가 하늘 거리는 꽃들의 중매쟁이가 되고, 꼬꼬마 아이들의 설렘을 가득 실은 가지각색의 연을 높이높이 띄우면서 바쁘게 가을을 나릅니다.

곳곳에 갇힌 냄새를 해방시키고 달콤한 사랑을 시린 고독과 바꿔치기해가며 외롭기 때문에 사랑해야 함을 무심히 부지런히 흘려놓습니다.      


깊은 밤 술에 취한 아저씨의 빨간 볼을 식히면서. 오늘도 살아 내느라 고됐던 모든 사람들이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토해낸 뜨거운 입김을 식히면서 찬바람을 들여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케 합니다.      


수북이 고생했을 당신의 달궈진 속마음을. 오늘 지켜내느라 뜨거워진 당신의 눈물을 응원하며  잠시만이라도 쉬어가라고 가을은 조금 더 찬 바람을 불어댑니다. 


오늘도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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