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대 독후감, 글쓴이 최작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by 지크피디 ByJIKPD

우리들의 이야기 초중고대, 독후감

최작가

어린 시절이라고 했을 때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단 하나. 남자아이를 원했던 어머니의 바람에 치마대신 바지를 입고 다녔던 유치원생의 내 모습 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사진 한 장도 잦은 이사로 인해 남아 있지 않은데다가 태어난 시간까지 할머니 엄마 아빠의 말이 다른 지금, 내 기억은 듬성듬성 빠져버린 퍼즐조각일 뿐이다. 그런 내 앞에 펼쳐진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기억도 나지 않는, 흔적도 없는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것만 같아 기쁘면서도 슬펐다.


기억에 없는 내 어린 시절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나마 들을 수 있어 기뻤고, 크게 공감할 수 없어 슬펐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린 시절’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그리움에 읽어가는 내내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나도 이랬겠지,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겠지, 내가 이런 상황이었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그렇게 읽어가면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내 기억이 시작되는 초등학교 즘을 기준으로 그때의 나는 지독한 말광량이였다. 온 동네 놀이터는 다 내 것이었고, 남자 동창들은 다 내 부하쯤으로 생각하고 살았던 거 같다. 유일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내 아지트, 놀이터. 8살을 기점으로 24살이 되어 서울로 상경하기 전까지 쭉 살아왔던 동네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뛰어놀던 초등학교 운동장의 쇠로 만들어진 놀이터는 플라스틱으로 바뀌었고, 친구들과 물장난을 했던 수돗가도 뭔가 그때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없는 것으로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동네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던 동네 놀이터 또한 내가 아는 것이 아닌 다른 것들로 바뀌어 버렸다.


푸르고 푸른 채소들이 자라던 많은 할머니들의 밭은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로, 카페 등의 상가로 바뀌어 버렸고, 아이들이 있던 곳은 풀이 무성하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그 상실감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티비 프로그램에서 추성훈씨가 자신의 고향을 찾아갔다가 주차장으로 바뀌어 버려 많이 서운하고 슬프다고 말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울컥 해서 눈물이 나올 뻔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발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변하는 것은 역시 슬픈 일인 것 같다.

초등학교 이전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역시 그때를 추억할 물건이 없다는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초등학교 이후의 기억은 비교적 최근이기도 하고 그때 그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기 때문인지 제법 많은 퍼즐 조각들이 남아 있다.


그 중에 책에서 나왔던 포켓몬 딱지. 나는 포켓몬 보다는 디지몬을 더 좋아했지만 쉬는 시간 마다 남자아이들과 딱지를 치고 여자아이들과 공기를 하고. 바쁘게 게임에 몰두했던 나로서는 유행했던 만화영화의 딱지는 기본으로 소장하고 있었다. 그 많던 딱지들은 지금쯤 재가 되어 어딘가의 하늘로 훨훨 날아가고 있겠지만 말이다.

어린 시절 내 꿈은 줄곧 선생님이었다.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유치원 때 친절하시고 상냥하셨던 거 같은 선생님의 영향으로 중학생 때 까지만 해도 누군가가 나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 없이 선생님이라고 얘기 했다. 그 꿈이 어쩌다가, 무엇에 의해 무너지고 사라졌는지는 나는 모르겠다. 그저 남을 가르치는 재능이 없어서, 요즘은 선생님이 가장 스트레스 받는다더라. 누가 들어도 그럴싸한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나는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환상에 사로잡혀 선생님이라는 꿈을 꾸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혼자 멋대로 실망하고 꿈꾸기를 그만 두었는지도 모른다.

꿈이란 것이 원래 환상에 사로잡혀 꾸게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얘기 했듯이 나 혼자 멋대로 상상하고 존경했으며 그 환상이 깨지자 실망하고 그만 둔 것이니까. 그런 내 자신을 위한 조금의 변을 해보자면 우리가 일상 꾸는 꿈에서 깨어나는 것은 누군가의 소리에 의해 깨거나, 무언가의 충격으로 깨거나, 어떠한 계기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꿈에서 깨어난 계기는 성적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성적으로 학생들을 나누는 우리네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에 의한 것은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틀에 박힌 교육, 틀에 박힌 사고방식.

그에 반항하는 내 유일한 방법은 그저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었다.

현실에 순응하며 현실에 맞추며 현실에 적응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재미없는 인생을 살아 왔구나 싶다.

가끔 언니가 나에게 말하곤 한다.

‘너는 대체 무슨 낙으로 인생을 사냐.’고.

한 번도 그것이 불행했던 적도 없었고, 후회스러운 적은 없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없이 살아왔던 건 너무나 바보 같았던 것은 아닐까, 싶다.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취업 시즌에 돌입해야 하는 이때. 남들은 다 취업전선에 뛰어 들었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데 나는 이제야 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니 말이다. 늦은 시작이라는 건 없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가끔 내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내가 너무 여유로웠던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그래도 아직은 조금 더 여유롭고 싶다. 나를 배제하고 살아왔던, 현실에 순응하며, 내 욕심, 내 욕망을 줄이고 조금 더 여유로워지기를 바랐던 그때처럼 아직은, 조금 더 여유로워지고 싶다. 이것 또한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환상일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또 스스로 실망하여 깨어버릴지도 모르지만 뭐 어떤가. 그때는 또 다른 꿈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직 내 인생의 엔딩 크레딧은 올라오지 않았고, 나의 가장 찬란한 때는 다가오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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