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공채가 귀족이라면, 경력직은 이방인이었다.

<非 회사원은, 처음이에요.>3화

by 비타민들레


“...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뭐예요?

웹툰, 웹소설, 애니메이션 중에 뭐 하고 싶어요?”


“아 저는 물론 언젠가는

글로벌이나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지만

이곳은 웹툰 회사이니 웹툰을 해보고 싶어요.”


“웹툰도 여러 가지인데,

뭐 글로벌, 사업, 편집부, 마케팅, 광고 등등

뭐가 하고 싶은 거예요?”


“저는 웹툰을 만드는 곳에 있거나,

매출을 올리는 부서에 있고 싶습니다”


-


네이버웹툰 최종 면접에 합격했다.


1차면접 때 불합격이라고 예상 했었기 때문에 입사 후 합격 이유를 여쭤보았다.

면접관님들이 담백하게 답변해주셨다.


다른 팀에선,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우선 문을 두드리는 게 중요한 것을 알게 해 준 귀중한 경험이었다.


네이버 사원증 (2017)

















본격적인 네이버 입성기를 시작하기 전

첫 번째 회사(CJ)의 입성기를, 말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현주야, 너 공채지? 동기 카톡방에 그거 함 물어봐 줄 수 있어?”


회사에 갓 들어온 신입사원 시절,

나를 정의하는 출신 성분은 ‘공채’라는 안전지대였다.


퇴사 전에는, 소중한 줄 몰랐다.


같은 해, 같은 채용 과정을 거쳤다는 것만으로도

끈끈한 연대 의식이 생기는 ‘동기’라는 공동체.


상호부조의 유대감 안에 자연스레 공유되는 꿀팁과 인적 네트워킹.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자들의 관심,

인사팀의 보살핌.


그것은 사회라는 척박한 땅에서 결코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 자양분 아래에서 신입 공채 김현주는 무럭무럭 자랐다.


자란 줄도 몰랐다. 다닐 땐.

정말로.


-


교육기간만 3개월인

신입 공채 교육과정은 이랬다.


1. 입문교육


세계 100대 골프장이라고 하는

제주도 나인브릿지에서

삼성 상회 시작 연도와, 한국 설탕 제조의 역사를 배운다.


고향의 맛이 떠오르는 맛있는 식사와

레토르트 쌀밥의 보통명사가 되어버린 햇반

제일제당의 호화로운 간식제공으로 배고플 틈도 없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교육만 받는데도 월급이 100% 다 나온다는 것이다.


2. 사대군 교육

섬에서의 입문 교육이 끝나면

육지로 올라와 CJ의 각 계열사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배운다.


견학도 간다


대한통운 물류센터나 제일제당 연구소 같은 곳으로.


이 교육을 통해 공채 신입은

회사에 대한 애정과 프라이드를 갖게 된다.


3. 사내 교육


회사의 물적 지원 아래 기본적인 충성심이 탑재되면,

교육의 포커싱은 개개인에게로 옮겨진다.


‘버크만 진단’ 같은 고급 인식 검사를 통해

나 자신의 이해도를 높이고
사내 주요 사업부문의 리더님들이 교육장으로 와서 ‘하는 일’을 소개해준다.


신입사원 아이디어 경진대회까지 마치면

3개월 여간의 온갖 적응 프로그램은 끝,

그제야 ‘현업 부서 배치’가 이루어진다


그렇게 배치된 공채들은,

나름 적통이라는 안전망 아래

회사의 장기적인 인적자원으로 관리되고 활용된다.


-


약 3.5년 뒤

다시 네이버 입성기로 돌아와서


친정(CJ)의 따뜻한 햇반 먹고 큰 김현주는 당황했다.

OT가 1시간 정도 만에 끝나버렸다!



“혹시 OT는 이걸로 종료인가요?”


“네, 팀에서 OJT는 따로 하실 거고요.
사실 OT하며 이렇게 질문이 많으셨던 분도

현주님이 처음이라…

어쨌든, 얼른 부서로 이동하실까요?”


화려했던 네이버 입사 웰컴 패키지 (2017)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김현주는 익숙했던 前 회사의 시스템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경력직 신규입사자로서 또 새로운 적응을 시작해야 했던 것이다.


자리에서 짐을 풀며

CJ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던 선배님의 말이 귓속에 맴돌았다.


“현주야 너 공채지? 동기 방에 한번 물어봐봐”


그 선배님도, 꼭 이런 마음이었을까?


2017년 12월 18일 월요일

눈이 많이 왔던 경력직 첫 출근날,


공채 출신 성분도, 동기도 없는 곳에서의

서바이벌이 시작 되었다.



4화에 계속




*이 에세이는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에 의한 것이며

대기업 공채 권장 혹은 찬양 글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그저 10년 간 세 곳의 회사를 다녀본 뒤,

회사 밖 밥벌이를 시작한 90년생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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