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 회사원은, 처음이에요.>2화
“... 한글은 얼마큼 써요? ”
“아, 못 쓰는데 들어가서 배우겠습니다.
저 배우는 거 빨라요!”
“CJ 잘 다니시면 되지,
왜 여기 오고 싶은 거예요?”
“아! 저 정말 (웹툰 웹소설) 좋아하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정말 지원했어요…”
한창 CJ ENM에서의 탈출을 원했던 시기,
사막의 단비와도 같았던
네이버웹툰의 경력직 채용 공고를 발견했다.
서류 접수 마감일까지
최선을 다해, 꾹꾹 눌러쓴 자기소개서로 1차 면접의 기회를 얻었다.
그 면접의 분위기는 창과 방패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아니, 좀 더 웹소설스럽게 표현하자면
짝사랑하는 대공님을 향한가 직진 고백 공격을 날리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무모함이 어이 없고 한편으로 웃겨주는 대공님(면접관) 세 분은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셨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소설 편집자 - 경력 채용 공고’에
‘비 편집자’인 내가 지원했기 때문이다.
편집자이니 ‘한글 프로그램’을 당연히 다룰 수 있을 줄 알아야 하고
당장 전력이 될 사람을 뽑기 위한 경력직 공고에
로맨스 웹소설을 좋아하기만 했던 내가 어필할 수 있던 건 좋아하는 마음,
고백 공격뿐이었다.
‘우선 뽑아주면, 뭐든지 잘 배우겠다고’
20분 내내 계속되는 우기기에
대공님들은 황당해하면서도 잘 받아주셨고
이것저것 관심을 보내주셨다.
오직, 호기만 있었다.
마치 무조건 CJ ENM에 입사해서, 애니메이션 일을 한다라고 생각했던
의욕 가득의 대학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
- 떨어졌네
- 근데 진짜 오랜만에 긴장했었네.
- 나 네이버 진짜 가고 싶은가 보다
1차 면접을 끝내고 들었던 생각이다.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정자역까지 터벅터벅 걸어갔던
그 날의 감정과 분위기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던 시기라 정말 추웠다.
해가 짧아진 것을 그 해 처음으로 느꼈고
오랜만에 느낀 ‘간절함’ 내지 ‘절실함’이란 감정이
심장을 쪼그라들게는 했지만
동시에 상쾌함을 느끼게 했다.
.
기분이 매우 좋았다.
이래서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은
사람을 움직이고, 노력하게 한다.
‘동기(motivation)’는 하고 싶은 일’에서 나오는 것이다.
상투적인 이 사실을
온몸으로 익혔던 순간이었다.
.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 일은 ‘밥벌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 즐거움은 회사 밖에서 찾아라.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하루를 회사에서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나는 그 대부분의 시간을 그저 ‘밥벌이’라고 치부하자니 아쉽고
‘밥벌이’ 시간을 제외하고 즐거움을 추구하자니, 솔직히 여력이 부족했다.
시간은 어떤 재산보다 귀하다.
그런 귀한 시간을, ‘일’을 하며 보내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단지 ‘그냥 일’로 취급해선 안 되는 것이다.
‘시간’이라는 자원을 대가로 지급하면서 해야 하기 때문에
일을 선택하는 건 매우 신중하고 어렵고 아쉬운 일이다.
-
일을 하더라도 못하더라도 아쉬울 것 같았지만
오랜만에 좋았으니 됐다’ 라는 망므으로 집에 갔다.
배우는 게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아쉬움을 한 가득 껴안은 채 다음 날을 시작했다.
그리고 퇴근길에 문자가 울렸다.
<1차 면접 합격>
2차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
일주일 뒤, 저녁 5시에.
- 3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