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 회사원은 처음이에요.> 4화
“저 죄송한데, 진짜 연봉 안 올려주셔도 돼요.”
인사팀 담당자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죄송한데 안 받아도 괜찮습니다.”
“아뇨. 사내에서 바뀐 제도이고 정책이라.
혼자만 안 받겠다고 하셔도..."
상호 간 난처하기 그지없는 이 대화는
우수한 인재 김현주의 화려한 퍼포먼스에
감동한 인사팀이 연봉 좀 올려 받으시라고 읍소하는 상황인 걸까?
유감스럽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아니다.
대화가 시작된 지 10분 정도 흘렀을까…
“그냥 올해 업무 진행한 걸 바탕으로,
그걸 평가해서 내년에 합산해 주시면 안 될까요?”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인사팀 담당자와의 원온원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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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인상을 마다하는 직원과
받으라는 인사팀 직원의 믿기 힘든 실랑이의 내막은 이랬다.
경력직으로 입사한 지 대략 4개월쯤 흘렀을까.
갑작스럽게 연봉/인센티브 제도가 변화했다.
개인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가 사라지고
그만큼을 연봉에 편입시켜 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전년도 ‘12월 18일’에 입사했다.
연말 영업일 2주 동안 할 수 있는 퍼포먼스란 있을 리 만무했고,
과거에 받았던 평가 자료 역시 없었다.
따라서, 내가 제안받은 연봉 인상 금액은 100만 원.
“... 연봉 이런 부분은 자존심과도 연결되어 있어
많이 속상하실 수 있는 부분이에요.”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주룩주룩 쏟아졌다.
부랴부랴 회의실을 나갔다 들어온 담당자가 티슈를 건넸지만
납득하기 힘든 것은 매한가지였다.
엄밀히 따지면
전년도 성과 인센티브가 없던 내게 100만 원이라도 올려준 것은
회사 입장에선 신규입사자들을 충분히 배려한 조치일 수 있다.
하지만 금액의 문제가 아니었다.
‘김현주의 성과’가 반영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과 기회를 원했을 뿐이다.
이 절차를 통해, 내 연봉 인상 금액이 100만 원이었다면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연봉 인상 없는 대신
올해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내년에 합산이 가능한지를 질문했다.
결과는 물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사는 내 연봉을 최우선 챙겨야 되는 곳도 아니고,
나 혼자 일하는 곳도 아니다.
큰 조직 내에 있다 보면
개인이 어찌할 도리가 없는 제도의 한계도 맞닥뜨리게 된다.
내가 눈물을 쏟았던 연봉/인센티브 제도의 변화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았던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숫자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믿기에.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얻는 인연과 배움이 더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직을 향한 개인적인 아쉬움이 섞인 나의 말을 들어주는
좋은 동료와 리더들이 있던 덕분이다.
반대로 내가 리더의 입장이라면
‘(하고 싶은 말은 해야만 하는) 나 같은 팀원을 어떻게 대했을까?’ 싶다.
솔직히 ‘얘는 왜 이럴까?’ 하며 피곤해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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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쓰며 지난 회사 생활을 회고할수록
자기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조직에 얼마큼 기여하고, 얼마나 협조적인 팔로워였나.’
아무튼 덕분에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만큼
‘필요한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스스로의 리더로서,
나에게 자주 하는 말은
바로 ‘하고 싶은 말과 필요한 말을 구분하자’이다.
예전에는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마치 정의롭고 멋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며
‘하고 싶은 말’도 때로는
무례할 수 있고,
적절하지 않게 작용할 수 있음을 많이 봐왔다.
그래서 지금은 ‘적재적소에 필요한 말’을 하는 사람이 더 멋있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연봉 100만 원 인상 안 해주셔도 되니까, 올해 성과를 기반으로 내년에 합산해 주세요’
나의 이 요청은 필요한 말이었을까 아님 하고 싶은 말이었을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P's 당시 제 눈물로 인해 난처하셨을 인사팀 담당자 님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