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 선생님… 날씨가 좋으면요.
하… 그만큼 축제들이 너무 많아요.”
나보다 8살은 어린, 소위 말하는 ‘한창 일할 때’인
20대 후반의 한 공공 기관 담당자가
한숨을 쉬며 내게 말했다.
축제의 참가자가 아닌
주관하는 쪽의 격무 상황을 들으니
‘참 고생이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내 요즘 상황은 어떤가 살펴보니
나 역시 그녀와 별반 다르지 않음에 웃음이 나왔다.
물론, 차이도 있다.
그녀는 월급이 있고
나는 없다.
요즘 날씨가 참 좋다.
아침에 집 밖을 나서면 하늘을 한번 보고
터벅터벅 걷기 시작하며 생각한다.
놀고 싶다.
왠지 저녁 약속을 안 잡으면 손해인 것만 같은 날씨
편안한 사람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을 느낀 건
얼마 전 한 지인의 인스타 스토리가 계기였다.
시간을 보니 분명히 퇴근 후!
친구들과 시~원하게 맥주 한잔을 마시기 전
건배하며 찍은 사진이었다.
마치 500ml 맥주잔이
핸드폰 액정을 뚫고 나올 정도로
생생한 현장감이 가득한 사진이었다.
나도 퇴근하고, 저녁 약속 가고 싶다.
정작 이 대사를 외치는 나의 현실은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필기를 하는 대학원생이었다.
사람이 진짜 재밌다.
내가 언제 퇴근 후 저녁 약속을 좋아했다고...
집을 좋아하는 직장인이었던 과거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언제든지 할 수 있을 땐 하지도 않고, 소중한지 모르다가
못하게 되니 괜히 더 그리워지고 좋아하게 되는 마음,
이를 마주한 스스로가 웃겼다.
잠시 현실 자각 타임을 위해, 초심을 떠올려 보기로 했다.
- 내가 대학원에 들어온 이유가 뭐였지?
- 직업을 바꿨으니까. 이제 실력을 쌓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니까.
내가 지금 마주한 모든 상황은, 내가 선택한 결과이다.
이를 상기하고 나니, 들썩였던 마음이 가라앉고
다시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
일하는 모든 시간이
(아직) 매출로 직결되지 않는 자영업 1년 차
1인 기업의 추석을 맞이하는 자세란
‘쉼’ 따위는 사치라고 할 수 있다.
‘정신 똑띠’ 차려야 한다를 되뇔 뿐이다.
연휴를 어떻게 하면 생산적이고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
연말 수확을 잘하기 위해 씨앗을 뿌릴 수 있는
마지막 대목이라는 생각에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
비장해지면 힘만 들어가고 창의성이 안 나오니 적당히 해!
이렇게 외친 들 무엇하리
현실은 바로 보고 수용 할 건 해야지.
문제는 창의성이 아니라 돈이야, 바보야!
막막한 한숨을 쉬는 것도 잠시
‘해야 할 일’에 쫓기는 나를 알아차리고
당장 눈앞에 있는 것들부터 심호흡을 하며
모니터를 바라보는 내가 있다.
이때, 이상하고 오묘한 기분이 든다.
추석 전 숨 가쁘게 바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같은 상황이 직장 생활의 내게 주어졌다면
생색과 수당을 작은 위로로 삼아
일말의 책임감을 동력으로 삼아
분명 스트레스를 분출하고 욕도 했을 텐데.
과거의 상황에 비하면
지금이 훨씬 더 재정적으로는 열악해서
더 불안하고 초조해 할 법도 한데
무엇이 나를 괜찮게 만드는 걸까?
아마…
힘든 와중에도 괜찮은 이유는
이번에는 ‘내 선택’이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일 거다.
선택에 따른 책임도 내 몫이니 얼마나 깔끔하고 쉬운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적었던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를 얼마나 부러워하겠는가?
자유에 대한 갈망을 느끼고,
스스로 선택해서 얻어낸 결과가 현재에 이른 것이다.
분명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울컥한다.
바쁨에만 몰두하다 실속과 결과가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초조한 마음에 사로잡혀 있었던 나를 발견했다.
오늘의 나를 마주한 내 선택의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져주지 못했다.
한동안 바빠서 못 알아줬네, 미안하다.
놀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은 맥주에 취하기보다
내가 선택한 자유에 더 취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