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 회사원은 처음이에요.> 6화
30대를 가장 일을 많이 할 시기라고 한다.
신입사원의 티를 벗은 대리급 연차,
담당 프로젝트가 있다면 주도성을 가지고 운영해 나갈 수 있는 실무 능력.
페어로 일한다면 정과 부 에서
‘정’이 될 수도 있는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서른 초반에 ‘가장 많은 수량’의 일을 했던 것 같다.
출퇴근 및 이동하는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메일도 쓰고, 작품도 읽고, 통화도 하고, 계약서 검토도 하고.
‘정시 퇴근’을 향해, 얼른 일들 쳐내고 쉬어야지라며
깨어 있는 순간에 집중해서 일하자라고
굳게 다짐하는 매일을 보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당연한 일상과 내 생각에
위화감이 들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언제까지 이렇게 바쁘게 일을 많이 해야 해?’
더불어
‘일을 쳐낸다는 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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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쳐내서 될 일인가?
애니메이션, 웹툰, 웹소설 등
하고 싶은 일을 따라 회사와 팀을 이동해 온 나의 초심은
‘1인분 몫을 하자’ ‘잘 해내고 싶다’에 가까웠다.
의욕과 욕심이 많은 나는
단순한 메일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다했었다.
누군가에겐 불필요한 에너지를 쓴다라고 비쳤을 수 있겠지만
그만큼 나는 남들과는 다르게 일하고 싶었고
돋보이고 싶어
인사말 하나를 고르는데 10분을 할애할 정도였다.
모두가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다르지만
내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을 수행하는데 가장 큰 의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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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얼른 쳐내라’라는 말은
‘더 중요한 것을 우선시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회사 일은 그렇게
중요도가 상/중/하로 균형 있고 알맞게 나눠져 있을 정도로 이상적이지 않다.
때로는 중요도가 ‘상급’인 일들도 가득한 시기가 있다.
이에 반해, 늘 검토할 시간과 여력은 충분치 않고
우선은 해내야 하니까 몸으로 밀고 나간다.
그렇게 어느 순간
‘일’을 쳐내기에만 급급한
자신을 발견해 버린 난
스스로에게 조금의 실망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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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이렇게 일을 많이 해야 돼?’
직장인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직장 내 선배들을 보면 된다는 말이 있다.
40대 초반의 선배들을 바라본다.
가정이 있는 선배와 그렇지 않은 선배가 절반씩 있고
기혼 선배들의 절반 이상이 자녀가 있었다.
직책이 있든 없든, 일은 늘 가득해 보였다.
해 떠있을 땐 온갖 미팅에 참석해야 하고
해 질 녘쯤 사무 업무를 시작하는 리더들도 보였다.
또 퇴근 후, 아마도 자녀를 재운 후
노트북을 열어 급한 메일의 답장을 써내려가는 분도 계셨다.
그분들은 대개 익일 오전에 예약 메일을 설정했고
리더들끼리 주고받은 메일의 시각이 새벽 2- 3 시인 날도 더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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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하고 싶지만
나는 일욕심도 많고, 그냥 모든 것에 욕심이 많은 편이다.
다수의 회사원들이 그렇듯이
촉박하거나 정해진 일정에 맞춰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하는 편이다.
‘그런데 10년 뒤에도 이러면 이야기는 다르지’
내가 결혼을 할지, 자녀가 있을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10년 뒤도 만약 지금과 똑같다면…
휴가를 갈 때 ‘급한 건 연락 주세요’ 하며 연차를 쓰고,
쉬는 도중에도 오는 업무 연락을 받아야 한다면.
또 육퇴 뒤 컴퓨터를 켜서 일을 한다면.
나는 ‘기꺼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정말 그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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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직책자가 된다면 어떨까?
상위 리더가 요청한 필요한 정보/의견을 아삽(ASAP)으로 보고하기 위해
빠르게 자료를 취합하고 정리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40세 또는 50세가 넘어
회사 생활을 하는 나의 모습을 그려보려 했지만 잘 상상되지 않았다.
그리고 시작 됐다.
밥벌이에 대한 고민이.
- 회사를 안 다니면, 난 진짜 먹고살 수 없는 걸까?
- 회사 일 말고,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겉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문제 될 것 없는 안정된 일상 속
한창 바쁘게 일할 나이 서른이었다.
앞으로 뭐 먹고살지,
회사 밖에서 밥벌이는 가능할지
무엇을 무엇부터 어떻게 배워야할지.
끙끙 앓으며 찾아도 답이 없고
주말에는 ‘누워만 있으면 안 되는데’라는 강박에 시달리며
핸드폰 게임으로 현실을 회피했다.
출근길은
‘오늘 저녁에는 뭐라도 해보겠다’며 희망차게 시작하지만
퇴근하면 배달음식으로 그날의 보상을 한껏 즐긴 뒤
배부르게 누워서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나날이 계속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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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를 그만두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평생 네이버에 있을 수도 없는 걸.
6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