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 회사원은 처음이에요.> 8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구분할 수 있는가’
위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일’이라는 게 하면 할수록 어렵게만 느껴지던 시기.
회사원 8년 차 김현주는 춘천으로 1박 2일 팀 워크샵을 갔다.
그리고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처음으로 ‘회사 밖 밥벌이에 대한 단서를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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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워크숍 둘째 날 아침.
‘에니어그램을 활용한 자기 이해 프로그램에 참여한 날이었다.
에니어그램은 사람의 성격을 9가지 유형으로 나눈 성격 이해 도구이다.
기업 등지의 워크샵에서 ‘팀워크 강화’ 목적으로 종종 활용된다.
나 역시 들어본 적은 있지만 실제 검사와 프로그램을 접한 건 처음이었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한 10분쯤 지났을까…
문득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다.
구체적인 상황 묘사를 통해
팀원들의 성격 유형을 유쾌하게 설명하는 강사가 인상 깊었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4번 유형이신 분들은 감정을 나의 정체성으로 착각하면 안 됩니다.”
“현주님, 어조가 세질 때 있으시죠?
내가 모든 걸 통제해야 한다는 지배의 프레임이 작동해서 그래요.
그럴 땐 잠시 멈추고, 회의실을 나가서 걸어보세요! 산책!“
팀원들이 깔깔깔 웃는다.
“감수성이 높으면, 한국에서의 삶은 더 힘들 수 있죠.
그런데 현주님은 싸움의 의지가 높으니 괜찮아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몰입했다.
강사는 비슷한 또래로 보였고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넘쳐 보였다.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저 선생님처럼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저 자리에 서서, 다양한 조직을 다니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어떨까?
처음으로
‘이건 내가 도전해볼 만한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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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이걸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강사가 하는 일의 핵심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동료의 성격을 이해하고
일하는 방식을 존중하면서
더 좋은 협업과 성과를 내도록 돕는 것이었다.
난 원래부터 사람의 성향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이런 가치를 전하는 일이 의미 있다고 여겼다.
또한, 지금까지의 업무에서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역할을 자주 맡았고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조율하는 일이 핵심이었다.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하는 소통의 노력을 지속해왔고
이는 단순한 나의 업무 스킬이 아니라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였기에
더 깊이 공부를 해보고 싶은 영역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요소들을 내 일의 일부로 하고 있었다.
단지 ‘이걸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을 뿐.
"선생님, 어떤 라이선스 있으세요?"
프로그램이 끝난 후,
손을 들고 강사에게 질문 했다.
마음이 두근두근,
회사 밖 밥벌이가 그려지니 떨려왔다.
"저는 코칭 라이선스가 있고요…"
처음 듣는 용어들이 있었고, 희미하게 감이 왔다.
‘우선 공부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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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나는 ‘좋아하는 것’만 찾았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 항상 좋은 결과를 주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더 많은 상처를 받았고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 빨리 지쳤다.
하지만 ‘잘할 수 있는 일’을 떠올리니,
생각의 방향이 달라졌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내 감정이 앞섰는데
잘할 수 있는 일은
내가 ‘남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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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로운 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워크숍에서 돌아 온 2주 뒤,
나는 사이버대학교의 상담심리 전공으로 편입을 신청했다.
이제는 ‘좋아하는 일’이 아닌 ‘잘할 수 있는 일’을 배워보기로 했다.
그리고 퇴사를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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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오랜기간 함께해온 리더와 팀원이 나를 찾았다.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며 가벼운 대화를 나누던 중,
“현주야 나 떠나!”
“나도 떠나”
갑작스러운 두 사람의 이직 선언.
이미 결심을 했었지만
큰 의사결정을 내린 이들을 보니
내게도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더 빨리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았다.
8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