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 회사원은, 처음이에요.> 10화
네이버에서 4년간 함께하고
하이브로 이직한 리더님으로부터 문자 한 통이 왔다.
“현주야, 여기 와서 미팅도 하고 또 논의되는 것들 보니까
네가 오면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배울 게 많을 것 같아."
도쿄 출장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라고 했다.
통화할 땐 이렇게 덧붙이셨다.
“네 인생 긴데 정말 여기 1년쯤 다녀보고 결정해도, 대세(大勢)엔 지장 없을 걸?”
‘여기’는 하이브
‘대세(大勢)’란 ‘회사 밖 밥벌이 도전’을 의미했다.
‘배울 게 많다’와
‘대세엔 지장 없을 것이다’라는 말에 솔깃했다.
스스로 느낀 ‘성장의 한계’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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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처음 이직한 나는
두 번째 회사인 네이버에 입사한 뒤
낯선 환경과 조직문화, 새로운 직무에 적응하기까지 애를 먹었다.
물론 고생한 만큼 얻은 것도 많았다.
모르는 만큼 질문을 하니
묻는 양만큼 배움이 가득하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IT/플랫폼 기업의
주요 직무들인 서비스 기획, 운영, 개발(도 정말 다양함!
디자인(UX, UI, BX) 등에 특화된 사업과 관점은
방송 및 콘텐츠 제작업이 메인인 회사에서 온 나에겐 신기한 것들이었다.
각 직무들이 어떤 기능들을 하는지
알아가는 것이 소소한 재미였고
알아가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용어는 또 어떻고!
“모바일 웹을 줄여서 모웹이라 부르고, 표기는 MW라고 해요.
PC웹(PC Web)/ 모웹(MW)/ 앱(APP) 이렇게 부르고 있어요.”
첫 OJT 시간에 리더님이 설명해 주신
생소한 업계 단어들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할 정도로 인상 깊었다.
사소하고 낯선 어려움들은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고
배움과 성장을 느끼게 해 주었다.
하지만, 5년이란 시간이 흐르며
어느새 난 질문보단 답변을 하는 쪽의 포지션이 되었다.
앞으로 내가 할 일은
지난 4년 동안 해왔던 일을 반복하거나
아님 일부를 응용해
비슷하게 해내는 것,
단 두 가지뿐인 것처럼 느껴졌다.
질문의 횟수가 줄어드는 만큼,
배움의 상실이라 느꼈던 걸까?
난 예측이 가능한 반복되는 일상에
안정을 느끼기보다는 불안을 마주했다.
그래서 내 관심사는 현재의 일이 아닌
회사 밖 또는 일 외적인 것들에서 더 흥미를 느끼고
질문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 레이더를 가동시키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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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리더님이
연락을 주신 것이었다.
심지어 내 모든 꿈의 시작이자 커리어의 계기를 만들어 준
‘애니메이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전공자’도 아닌데, 일본 사업 실무를 할 수 있는 직무와 함께.
‘네가 오면 질문할 거리 많을 걸?’
이라는 말은 곧 '배울 게 많다'는 말처럼 들렸다.
또 ‘대세에 지장이 없을 것이다’라는 말도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다.
34살은
내가 느끼는 청년의 마지노선이었고
새로운 도전은 이 나이를 넘기지 않아야 된다는 강박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제안과 변수에
‘퇴사 후 회사 밖 밥벌이’라는 내 꿈은 잠시 얼어붙었다.
마음의 소리가 더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 또 언제 애니메이션 해보겠어? 진짜 마지막이다
- 일본 가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다 네가 좋아했던 만화 만들었던 제작사인데,
진짜 거절해도 괜찮겠어?”
다른 쪽에서 타협안까지 제시된다.
- 까짓 거 정말 1년 다녀보고 결정해도, 괜찮지 않을까?
- 나중에 네가 회사를 나와도 한 곳의 회사를 더 경험한 게 무조건 도움이 될 거야.
- 청년 나이는 만 34세까지로 하자.
그렇게 흩어져있는 조각들이
한데 모였다.
“네, 저 갈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굿! 그래 잘해보자”
결국 김현주는 퇴사에는 실패했고
이직에는 성공했다.
10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