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변화는 준비가 아니라 용기에서 시작 된다.

<非 회사원은, 처음이에요.> 9화

by 비타민들레


퇴사의 이유가 이직과 휴식이 아닌

‘새로운 도전’ 내지 ‘창업’이라면

단골 질문들이 있다.


‘퇴사 후 당장은 뭐할건데?’

또는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어?’ 라고.


















2023년 새해가 밝았다.


2022년 연말에 퇴사 결심이 선 김현주였지만,

그 다음에 놓여있는 산이 너무 험하고 높아보여

도저히 어떻게 올라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산의 이름은 ‘퇴사 준비와 계획’이라는

매서운 눈보라가 치는 설산이었다.


막상 회사 밖에 나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뭐부터 해야하는지 조차 그저 막막했다.


‘무엇이든 처음은 다 어려우니까’라며

스스로 되뇌었다


그도 그럴게

졸업 후 바로 취직해 9년 내내 회사만 다녔다.

퇴직 사유는 이직 밖에 없었다.


주변의 친구도, 동료도 모두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회사 밖은 어떤 곳일까?’


내가 인식하고 있는 '회사 밖'의 세상이란,

꼴랑 2가지 정도 였다.


매일 아침 듣는 시사 라디오와 엄마로부터 듣게 되는 엄친딸, 엄친아들의 이야기

딱 그정도가 내가 아는

'회사 밖 세상'의 전부였다.


반면에

당시 몸담고 있던 익숙한 환경과 일상은

따뜻한 인정이 곳곳에 만연한 안정적인 생활의 나날이었다.


일에 있어선, 5년 가까이 한 팀에 있었던 덕분에

담당 직무에 대한 주도성을 얻었다.


또 하필이면, 이 시기에 회사 제휴 리조트에 당첨되어

2박에 120만원의 숙박비가 넘는 곳을 단돈 14만원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오며 사치스럽고 행복한 가족의 시간을 보냈다.


좋아하시는 부모님과 신난 동생을 보니

‘내가 네이버 그만두면, 당분간 이런 곳은 못올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야 괜찮지만, 대기업 다니는 딸이자 언니를 자랑스러워하는

나의 가족에겐 아주 큰 이슈로 다가올 것이었다.


그만둬야할 이유가 없고

다니면 좋을 듯한 이유는 많으니

김현주의 ‘퇴사 할 용기’는 점점 줄어들었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회사를 나가면, 직업을 바꿔야 했기에

어떤 배움과 사업 모델로 돈을 벌 수 있는지 계획해야 했는데

검색하면 광고에, 모두 비슷한 이야기만 해대니

정보는 많은데 ‘무엇이 진짜인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


어떤 게 진짜 그녀에게 필요한 건지,

가릴 수 있는 변별력의 눈이 없었다.


-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인 ‘통장잔고’는 또 어떻고!


사회 생활 10년차의 통장은

심플하게도 예금, 출금 계좌 몇 개만 있지 않다.


두 곳의 주거래 은행에 잔고를 살핀다.

미처 몰랐던 적금도 발견하고,

청약 통장의 납입 횟수도 켠김에 한번 본다.


- 부모님 집 구매에 보탠 신용대출과 그 이자

- 마이너스 47%의 주식

- 각종 보험 등


흩어져 있는 잔고의 현황을 파악하며

벌이가 시원치 않을 동안의 지출 계획을 세워야하는데.


공동인증서, 공인인증서, 통합 계좌 서비스, 비밀번호/지문 연동...


이 모든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

나는 이미 지쳐버렸다.


한숨이 나왔다.


월화수목금 출퇴근해가며 획득한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있지 않았다.


매월 내 노동의 값이 어떻게 쓰여지는지

현황 파악조차 어려워하는 자신을 마주하는 게 창피하고 괴로웠다.


‘내가 혹시… 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모르고

너무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나?’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로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며

손을 들고 선생님께 질문한 김현주의 진심은 어디갔단 말이냐.


회사 밖 밥벌이를 향한

동경과 열망은 점점 희미해져갔고


확신했다고 생각해낸 결심도

강풍 앞에 촛불처럼 곧 쉽게 꺼질듯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냥 모르겠고

우선 하자.

그만 둔 뒤에 준비하자.


머뭇거리고 주저하는 이 애매모호한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먼저이다.


어떻게 쥐어짜낸 용기이고 발견한 희망인데...


이 용기가 사라지기 전에 얼른 말하자.


이게 나의 결론이었다.


그냥 이런 생각이 든다.


뭔가 결심했다면, 준비와 계획이 다가 아니다.

준비와 계획도, 결심에 이어 한 번 더 짜낸 용기에서 나온다.


거창한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걸,

스스로 귀기울여주고 믿어주는 것.


어떤 길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것보다

그 길을 걷기로 결심한

나를 믿어주는 것,


내겐 그런 용기가 먼저였다.


-


그런데, 함께 일하자며

이직 간 리더님이 계속 연락을 주신다.



‘하하호호’ 웃으며 반가운 리액션을 곁들이면서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전달했다.


‘저는 제 갈길 가야해서...!’


-


그러던 어느 날

리더님이 도쿄 출장 중 다시 보내신 문자 한통,


‘현주야, 여기 와서 미팅도 하고 또 논의 되는 것들 보니까

진짜 네가 오면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배울 게 많을 것 같아.’


이 문자를 받은 날,

김현주는 밤을 꼴딱 지새웠다.



9화 끝


keyword
이전 09화8화 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 선택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