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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im Oct 14. 2020

내 인생을 바꾼 경험들

Day 37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것들을 생각해본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화는

고3 대학 입시를 앞둔 시점이었다.

장래희망을 이야기했던 내용대로 사업가가 되고 싶어서

막연히 경영학과를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뭘 공부해야 할지

뭘 공부하고 싶은지 잘 모르기도 했고

지방에서 살았던 나는 정보도 없어서 그냥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 가고

경영학과를 나오면 자연스럽게 사업가가 된다고 순수하게 믿었던 것 같다.


2학기 수시모집을 앞두고 부모님과 진로에 대해 의논하던 중

학문의 근간이 되는 학문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경영학이라는 학문은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등 근간이 되는 학문들을

잘 섞어 놓은 실용학문임을 알게 되었다.

문득 대학이라 하면 학문의 뿌리를 찾는 과정이라 생각이 들었고

다양한 학문 중에 심리학이 유독 마음에 와 닿았다.


그렇게 심리학과를 지원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원하는 곳을 갈 수 있었다.


단순히 심리학을 알게 되어 전공을 할 수 있었음에 의미가 있다기보다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배웠던 것이 인생에 있어 매우 도움이 되고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가르침이 되었기에 

현재 내 인생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모든 사례와 이론을 외우고 머릿속에 넣은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사례, 이론적인 학습을 통해

'그럴 수 있다', '그러려니', '아 그렇구나' 같은 반응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전공을 하기 이전보다 넓어졌다.


심리학을 배우기 이전을 돌이켜보면,

시야가 편협하고 사람들을 바라볼 때 스테레오타입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반면

전공을 하면서 그런 편견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는 태도가 형성이 된 것 같다.


학문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대학에 와서 비로소 몸소 느꼈던 것 같다.




그다음 한 가지가 더 있다면 조금 특수한 군대를 다녀온 것이다.

바다가 좋아 해군에 지원했고 특기 때문에 해군사관학교에서 해양스포츠 조교를 할 수 있었다.

전문적으로 특기 종목의 커리어를 이어가는 상무는 아니지만

각자의 해양스포츠 특기를 살려 사관생도와 장교후보생 등

다양한 계급, 보직에 있는 군인들, 임관 후보생들을 가르치고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사실 군대에서 이런 특수한 임무를 해서 특별한 영향이 있었다기보다

사회 속에 속해 있을 때엔 소위 엘리트 코스에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에 속해 안전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면,

군대에서는 너무도 다른 배경, 특별히 운동에 특화된 강한 자들이 살아남는 정글 같은 느낌이었다. 운동 능력도 부족하고 왜소한 편에 속했던 나는 다른 내무반 사람들보다 일찍이 군대 가기도 했었고(보통 실업팀을 뛰거나 대학 졸업 후에 입대를 하기에 나이가 20대 후반인 경우가 많았다),

그 무리에서는 내가 가진 배경이 차별적이고 다소 재수 없는 그런 것들이었기에 제대하기까지 2년 2개월 동안 내내 바닥의 생활이었다. 군대에 나이가 있겠냐마는 선후배가 판을 치는 '그' 군대에서는 나이가 있었다. 그래서 생활 내내 막내였다. 


거친 언어는 물론이고 물리적인 폭력이 자연스럽게 용인되는 내무반 생활이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다. 내 기억에 적응하기까지 딱 1년이 걸렸다. 매일 괴로운 마음에 잠도 잘 못 자고 소등하고 난 이후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홀로의 시간이 되는 그 순간만을 하루 종일 기다리기도 했다. 


피할 수 없이 꼬박 2년을 넘어 채워야 했기에

당시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활용했던 것 같다.

일기 쓰기, 편지 쓰기, 종교활동, 독서 등 정말 다양하게 시도했고

특히 그런 내 마음을 달래 보려 아는 사람들에게 가리지 않고 편지를 썼다. 

지난 명절 고향에 내려가서 보니 백통 가까이 되는 편지들이 아직 고향집 서랍 속에 남아 있다.


유난히 지적 갈증이 심해졌던 시기였고

사람이 그리웠던 시기였고

내가 가지고 있던 수많은 평범한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던 

그런 시기였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살아남고자 고군분투했던 나의 행동과 

마음을 다잡기 위해 했던 노력을 통해 정신적으로 한층 강해졌다고 믿는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과 이겨내는 과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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