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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와레몬나무 Aug 28. 2019

섣부른 위로는 오히려 독

 참척을 겪은 어느 작가는 "상을 당한 이에게 정중한 조문을 하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도덕이지만 참척을 당한 어미에게 하는 조의는 그게 아무리 조심스럽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위로라고 할지라도 또한 고문이요 견디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것은 이해하지만 "수모"라고 하는건 좀 과하다고 생각했다. 장례식에 오는 사람들이라고해서  모두 사별의 경험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슨말을 할지 연구해서 오는것도 아니지않는가. 그저 관혼상제에서 주고받는 말이고, 무난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는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항변하고 싶었다. 

기마랑에스(Guimarães)

그런데 작가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았다.  애미가 자식하나 건사하지 못해서 떠나보내는 것은 여러사람에게 못할 짓이며 또 그것이 얼마나 창피하고 고통스러운지 동병상련의 처지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되었다. 조의의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예요", "딴생각이 안들도록 바쁘게 지내세요" 혹은 "아직 젊으니까 아이 하나 낳으세요" 라는것이었다.통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도 아니고 고만고만하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부질없었다. 

 시간이 지나는 것은 좀 더 기다려야 할테지만 딴 생각이 들지 않도록 바쁘게 지내는 것은소용이 없었다. 나는 시간과 노동이 엄청나게 필요하는 포르투갈 태피스트리, 아라이올로쉬(Arraiolos)를 만들었다. 굵은 양모실을 바늘에 꿰어 억센 바탕천에 한올씩 메워서 카페트, 쿠션을 만드는 것이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기 때문에 100cmX 60cm러그 하나 만드는데도 최소 6개월이 걸린다. 나는 3개월 동안 밤낮으로 만들었지만 하루도 그를 생각하지않은 날은 없었다. 

인터넷에서 찾은 아라이올로쉬 제작과정

  미친 짓이었다. "딴 생각이 안나도록"이 대체 뭔가? 자식생각이 딴 생각이었던가. 그것은 잊혀지는 문제가 아니라 "보고싶다"는 것과 "잊어야한다"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명제였다. 또 자식을 보낸 어미는 그러면 안될 것 같았다. 어떻게 자식을 앞세우고 제 한몸 편하겠다고 잊으려고 노력한단 말인가! 그렇지않아도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때가 되면 밥을 챙겨먹는게 구역질이 날 정도 였는데 의식적을 노력까지 하는게 용납할 수 없었다.  

기마랑에스(Guimarães)

 젊으니까 새 생명을 가지라는 말은 더 모욕적이다. 어떤 사람은 새 생명의 잉태와 탄생 그리고 성장에 의미를 두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이 아들과 대체하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았다. 먼저 간 자식과의 관계도 정리가 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고 16년간 아들과 맺은 관계가 대체될 수 있을까.  또, 16년동안 쏟은 정성과 사랑이 어느날 비눗방울처럼 한 순간에 사라져버렸는데 다시 생명을 키우는게 자신없었다. 

 남편도 어디에서 그런말을 들었는지 내 감정이 극에 달할 때 남편도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애기하나 갖자며 몸을 파고 들었다. 야만적이었다. 나는 남편을 밀쳤다.  

가끔씩 나는 제 정신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에 학교도 가지 않았는데 오후가 되면 픽업갈 준비와 전화를 했다. 주인없는 전화기가 울리면 나는 깊은 늪으로 침몰하는것 같았다.

진정한 위로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는 것을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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