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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와레몬나무 Aug 27. 2019

달라진 가족

 아들을 보내는 일은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그의 친구들이 있는 곳, 시어머니께서 계시는 제주도에서 끝났다. 제주도에서 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했다. 의식을 치르는것은 작은파동이 모여서 한번에 출러이는 파도와 같았기 때문에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제 새끼도 지키지 못한 주제에 어머니께 가타부타 말을 보탤 처지가 아니어서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끝나고 자기자리로 돌아갔다. 남편과 나는 리스본으로 돌아오고 딸애는 캐나다로 돌아갔다. 가구와 소파, 정원의 잔디와 키작은 울타리 나무와 하얀 카라꽃 등 모두 그대로였지만 우리는 전과 같지 않았다. 예전과 달리 남편과 같이 있는것이 불편했다. 나만 그런것은 아니었다. 

남편도 확실히 변했다. 그는 원래 온화하지만 그렇다고 아내의 얼굴빛을 살피고, 아내의 점심 끼니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그는 점심때가 되면 으례히 전화를 하고, 주말에 출근할 일이 있으면 나를 데리고 갔다.

주말까지 나를 혼자 집에 두기가 걱정되어 회사까지는 데리고 갔지만 나는 주차장에서 그의 일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집에있어도 되는데 남편이 그래야 마음이 놓인다면 따라 나선길이었지만 알렌테이주(Alenteijo)의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숨쉬는 것은 나 혼자였다. 모두가 거리는 알렌테이주의 땡볕, 자식이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나는 뜨겁지 않았다. 대신에 남편의 회사 주차장에 있는 자신이 속상하고 모친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 같아서 견딜수가 없었다.

" 야야, 정신 똑바로 차리야 된다. 지금은 니가 일치르느라 아무것도 몰라서 그렇지 나중에 지(제)정신 돌아오면 힘들끼다. 우짜든지 김서방 신경안쓰이그러(안 쓰이게) 단디해라."

브라가(Braga) 대성당

모친의 사위 걱정은 당신 딸을 위한 것이고, 가버린 손자에 대해서는 냉정했다. "니가 새끼를 잃어서 에미도 안타까운거야 이루 말할 수 없다만은 김서방이 어떻게 되봐라. 니가 새끼 둘 데리고 우예(어떻게) 살아갈끼고......" 모친의 염려가 아니더라도 남편에게 짐은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6남매 중 4째지만, 장남이다. 형제자매 중에 유일하게 서울에서 공부하고 부모님께는 "잘난 자식"이기에 다른 형제자매들에 대한 부채의식과 장남콤플렉스가 크다. 그런데 이제는 자기가 아니더라도 애들 데리고 잘 살거라고 생각했던 와이프의 감정까지 걱정하게 만들었으니 나는 울고싶어도 울지 못했다. 더구나 남편앞에서는 그럴수 없었다. 

그렇지만 감정이란게 어디 맘대로 통제가 될 수 있는가. 자식이 뭔지 남편을 보면 아들이 더 간절히 보고 싶었다. 그의 이목구비를 빼다 박은것처럼 닮지 않아도 표정, 손짓, 몸짓이 많이 닮았다. 나는 남편한테서 아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어쩌다 남편이 훌쩍거리는 나를 위로하면 그건 불길에 기름을 붓는것 같았다. 오히러 남편과 거리를 두는게 나았다.

남편이 컴퓨터  붙들고 몇 시간씩 보내도 게의치 않았다. 예전같으면 "쉬었다 해라" " 회사일을 왜 집에 가지고 왔냐"며 펄펄 뛰거나 그가 앉은 자리에 포개앉아 뭉개며 하던 일을 방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화는 이제 간단명료했다. 

"뭐해?"

"그냥"

"응, 알았어." 묻는것 외에 답하지 않고, 흡족한 답이 아니어도 더이상 캐묻지 않았다. 딸애는 간간히 안부만 전하고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남편과 딸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와 다른 특별한 가족이 되고 있었다. 

대화없는 가족,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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