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브와레몬나무 Aug 27. 2019

닫힌 문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하듯이 아들이 없는 집은 텅빈 것 같았다. 아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했는데 그가 가버린 뒤로 나의 하루도 사라졌다. 문은 남편이 출 퇴근 할때만 잠깐 열리고, 공기는 내부에서만 순환했다. 사웅 주앙 병원에서 부검을 마치고 아들은 재가 되어 돌아왔다.

문은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다. 그러니까 사람이 나가고, 그곳으로 다시 들어오는 공간이다. 그런데 학교에 갔던 아이가 항아리 속에 담긴 재가 되어 돌아오자 문은 본래의 의미를 잃고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었다.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선이었다.

아들은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떠나는 날 새벽에 누가 온 것 같다고 새벽한시에 일어나  문단속을 했다.

"무슨소리야? 아빠도 왔고 이 시각에 우리집에 올 사람이 누가있니? 얼른 들어가서 다시 자."그래도 아들은 들어가지 않고 복도를 서성거렸다. 

나는 닫힌 문안에서 함께했던 시간을 생각했다. 자그마한 손으로 수학문제를 풀던 손, 연극무대에서 빛나던 움직임, 짖궃은 장난, 피아노 소리와 어설픈 노래, 과자 한봉지 때문에 아빠와 투닥거리던 모습, 주말이면 온가족이 소파에 부비고 앉아서 영화를 보던 것, 새로운 음식에 진지하게 촌평하던 모습등등.

 이제 함께 나눌 수 없는 얘기가 되었다. 문이 모든것을 나누어 버렸다. 

그 뒤로 나는 남편이 출근할때 조차도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손을 잡고 놓지 못했다.  집 나간 사람이 다시 그 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예전에 알았더라면.   

이전 06화 조금 더 사랑할 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