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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와레몬나무 Nov 29. 2019

연필이 가는 대로



손가락이 베이기만 해도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지만 마음속에 생긴 상처는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다. 살다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치유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마음의 상처는 나의 문제로 치부되어 잊으려고 하지만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언젠가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나자레 전통복장의 과자파는 아주머니



아들이 떠났을 때 처음에는 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을 텐데 그것을 어떻게 두고 갔나 싶어 애달펐다. 시간이 갈수록 그리움보다는 그 자식 때문에 남은 가족과 내 인생이 바닥을 쳤다는 생각에 원망스러웠다. 

낯선 길, 낯선 집 담장 너머로 가족들의 웃음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가슴 속에서 물컹한 감정 덩어리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나자레 노을



그날 나는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산티아고 순례 일지를 썼다.  날씨, 길모 양, 걸음수, 카페와 숙소 등을 기록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나중에는 일지 쓰는게 지루했다. 내가쓰지 않더라도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고 요즘 세상에 인터넷만 연결되면

얼마든지 알 수 있는 정보들이었다. 나는 일지 쓰는 것을 그만두고, 내 마음이 가는대로 썼다. 그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동안 꽁꽁 싸매어 두었던 아들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였다. 



나자레 바다



가족과 친구들을 슬프게 할까봐 꺼내지 않았던 얘기를 쓰니까 후련했다. 음식이 소화되지 못하고 역류할 때는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것처럼 묵힌 감정의 찌꺼기가 쏟아져 나올때, 나는 흘러내리는 눈물때문에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모두 쏟았다고 생가했던 감정은 끝이 없었다. 

나는 "뼛속까지 써 내려가라"는 것이 무슨 말인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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