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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와레몬나무 Jan 22. 2021

걷기 좋은 도시 프랑크푸르트

글과 사진 올리브와 레몬나무



10여 년의 포르투갈 생활을 마치고 프랑크푸르트로 올 때 친구들이 물었다.

"프랑크푸르트라고? 괴테 하우스나 자동차, 국제 도서전 빼면 볼 거 없잖아?"

실은 나도 친구들과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온 지 1년 만에 프랑크푸르트의 새로운 매력에 빠져서

예전의 생각은 선입견임을 알게 되었다.




독일 소도시 Bachrach 전경




프랑크푸르트는 앞으로는 마인강이 흐르고 뒤에는 타우누스 산이 있다. 도심은 물론 주택가 곳곳에 숲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공원이 있고, 사람들은 이곳을 자신들의 정원처럼 여긴다. 공원은 걷고 달리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 소풍을 즐기는 가족, 산책하는 연인들로 붐빈다. 근처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휴식처이기도 하다.

또 공원에는 비어가르텐(Biergarten, 야외 호프집으로 간단한 음식을 파는 곳)이 있어서 간단하게 요기할 수도 있다.




지방 특유의 맥주를 맛 볼 수 있는 비어가르텐




라인 강 따라 걷기



프랑크푸르트에서 50-60 km만 가면 독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걷기 코스가 나온다. 라인 부르겐 베크다. 빙겐 암 라인에서 레마겐까지 약 230km를 13개 코스로 나누었다. 그 길에는 독일의 전형적인 소도시와 라인강을 따라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고성들이 자리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숲 속의 나무조각 공원 슈테케슐라퍼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나무조각 작품




13개 코스 중 3개 코스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라인 부르겐 베크의 시작 인 빙겐에서 트레히팅스하우젠, 바흐라흐, 오버베젤, 장크트 고아르로 이어지는 곳이다.




프랑크푸르트 근교 소도시 Bachrach 전경




이 길에서 바라보는 라인강기슭에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은 장관을 이룬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포도로 그 유명한 리슬링 와인을 만든다. 포도밭과 하늘 사이에는 맥주보리, 호밀, 유채가 생명을 틔우고, 특히 5-6월에는 야생화가 절정을 이룬다.




라인 강변에 자라는 포도는 리슬링 와인의 원료가 된다.




누가 해발고도 300m에서 이런 평원을 기대했으랴.






야생화와 곡식의 공존




프랑크푸르트 근교를 걷다보면 종종 야생화와 마주치는데, 이는 걷기여행의 또 다른 묘미다.




라인강 고성 길의 한 코스를 걷는 동안 스무 가지가 넘는 야생화를 보았다. 꽃잎이 색종이를 반듯하게 잘라서 붙인 것 같은 라인콜을 비롯해 호른클리(Hornklee), 하르트리겔(Hartriegel), 코른블루메(Kornblume)등 이국적인 이름의 다양한 꽃을 만났다.




맥주보리와 개양비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인상주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코른블루메



코른블루메는 '농부의 아내가 보리밭 속에 숨겨둔 애인'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꽃이 화려하다.

늑대 젓, 뱀 대가리, 매발톱꽃처럼 익살스러운 이름이 붙은 꽃도 있다.




뱀대가리 꽃 군락



곡식은 밭 언저리를 야생화에 내주고, 벌과 나비는 야생화 꽃잎에 앉아 꿀을 모은다. 다른 쪽에는 드넓은 초원이 자리한다. 염소와 양, 흰 소가 함께 풀을 뜯는 풍경은 '함께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보리와 호밀은 겨울부터 초여름까지 라인강 기슭의 평원을 초록과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고성 여행




Rheinstein Burg는 라인강 전망이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라인 강을 따라 흩뿌린 씨앗처럼 군데군데 자리한 고성은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대부분 12-14 세기에 지은 건축물로 지금은 호텔이나 비어가르텐으로 거듭나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고성에서의 하룻밤은 시대를 거슬러 어느 영주의 별장에 머무는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트레킹 코스 곳곳에 자리한 비어가르텐은 숙박업도 겸하기 때문에 며칠씩 걷는 사람들에게  편리하다.

걷기 여행을 마칠 때쯤 나의 몸과 마음은 봄에 들뜬 흙처럼 날아갈 것만 같았다.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는 완행열차 안에서 나는 이곳을 다시 찾을 날을 꿈 꾸기 시작했다.




이상은 아시아나 에어라인 2020년 8월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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