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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와레몬나무 Aug 26. 2019

하필이면 내 새끼를

 아무리 생각해도 신들의 처사는 너무했다. 도대체 신이란 무엇이며 그들이 하는 일은 또 무엇인가? 방탕한 자식이 가출했다가 돌아와도 아무 말 없이 받아주는게 신의 자비가 아닌가!

 그런데 애미가 제 목숨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스물도 안 된 자식을 위해서 기도하는데 그렇게 매정할 수 있단말인가. 아들의 온전한 모습을 원했던 것이 지나친 욕심이었다고 하더라도 신은 불쌍한 중생의 마음을 이해하리라 믿었다. 신은 나에게 그들의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문득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기도를 듣다보니 착각했을수도 있겠다 싶었다. 혹시 어머니의 소원과 나의 소원을 혼동한건 아닐까.

오비도스(óbidos) 성에서 본 골목길

 시어머니께는 지적장애가 있는 딸이 있다. 어머니는 자나깨나 "어이구 나 죽을때 자희(쟤)도 같이 죽던지 자희 죽고나서 내가 가야할텐데......"라며 행여 당신보다 그 자식이 더 오래살아 다른 자식들에게 폐가 될까봐 걱정하셨다.

어머니는 한평생 부처님 전에 공을 들이셨다. 명절은 물론 매월 초 팔일에는 불공을 게을리 하시지 않았다. 그런 어머니의 정성을 봐서라도 한번쯤은 어머님의 소원을 들어 줄법도 했다.  그런데 어머니의 장손을 데려가다니......혹시 저승사자가 광산 김씨 문중에 왔다가 사람을 잘못 데리고 간 것은 아닐까 생각은 순간 말이 되어 튀어 나왔다.   

하면 안되는 말이었지만 이미 늦었다. "그런말 하지말어. 그 누이도 어머니께는 소중한 자식이야."라는 남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그럼 내 새끼는 왜 데려갔냐고?"나는 말도 안되는 억지소리를 했다. 소리쳐도 억울함이 풀리지 않았다. 나는 대체 무슨 업보를 지고 태어났길래 나이 50도 안되어서 참척을 겪어야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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