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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별 Jul 21. 2024

인재를 찾습니다.

근데 저희가 원하는 인재는 아닙니다. 

헤드헌터 일을 하면서 생각보다 자주 겪게 되는 게 '보류', '홀딩'이라는 단어였다. 최근에 나는 최종면접을 보고 최종 합격 레터만을 받으면 되는 지원자의 결과에 대해 '잠시보류'라는 회신을 받은 적이 있다. 사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지원자가 100% 맘에 들지 않아서일 경우가 많다. 회사 인사팀의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살아가면서 100%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회사의 컬처핏에 맞는 사람을 찾고 싶은 거라는 걸 알지만 그렇다면 1차 2차 면접 전에 불합격을 시켰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면접을 본사람들끼리는 그가 젤 최선이었겠지만 다 뽑아 놓고 보니 뭔가 100%는 아니라는 이유인데... 평판조회까지 다 끝났으면 그래도 본인들의 회사에 맞으니깐 다른 경쟁자들을 이기고 올라온 사람인데 뽑아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번에도 '잠시보류'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인사팀도 에둘러 윗분들의 결제가 미뤄지고 있다거나 내부 결정이 조금 늦어진다는 표현을 쓰지만 일주일이 넘어가고 열흘이 지난다는 건 거의 80% 이상 추가 면접을 보는 경우가 많다. 끝까지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한 저울질을 하고 싶은 윗분들의 마음은 이해 하나 구직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보자면 미칠 노릇이다. 


나는 내가 10년 넘게 구직자로서 숱하게 면접을 보고 최종의 문턱에서 많이도 떨어져 보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며 애간장을 태우다 떨어져 본 경험이 많다 보니 자꾸만 구직자들 마음에 감정이입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내 구직자 경험에 비춰봐서도 합격한 곳은 대부분 처음부터 우주의 기운이 나에게 몰린 듯 뭔가 착착착 진행이 되지만 불합격 한 곳은 꼭 최종에서 발표가 자꾸 미뤄져서 내가 인사팀에 계속 문의를 하게 되고 시간이 늘어지면 늘어질수록 불길한 맘이 들고 아니나 다를까 꼭 불합격 통보가 느지막이 애간장 다 태우고 오곤 했다.  


그땐 몰랐지만 내가 헤드헌터를 하고 보니 ' 아 그때 최종 면접보고 합격 발표가 그렇게 미뤄진 게 이런 것 때문이었구나'를 알게 되니 괜히 나도 모르게 울컥한 마음이 들고 왠지 모를 서운함에 기분이 묘했다. 

구직자들에게 솔직하게 '보류'라고 말해주면 좋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탈락이 아니라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보니 차마 지원자들에게는 인사팀에서 들은 모든 내용을 다 설명할 수 없다. 최종 합격자 발표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진짜 대표님이 출장을 가거나 내부 프로젝트나 이슈로 인해서 정말 늦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럴 때야 당당하게 이야기하면 되지만 솔직히 보류, 홀딩이라는 회신을 받아도 대표님 출장, 회사 프로젝트로 인한 결제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건 탈락도 아니고 합격도 아니기에 솔직히 보류를 하는 건 결국 인사팀에서도 다른 후보자들을 더 찾아보겠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그 후보자가 맘에 들면 그 후보자를 합격할 건데 그게 아니면 최종은 보류 중이었던 후보자가 될 거다라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기에 이 확률싸움을 지원자에게 다 말해줄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말해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인사팀에서도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대부분은 나의 촉이나 인사팀을 독촉해서 대충 뉘앙스에서 찾는 것이지 정말 친한 인사팀이 아니라면 이런 이야기를 대놓고 말해주지 않는다. 절대로...


결국 확률싸움이라는 덫에 걸려 무한 대기를 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부분 좋은 회사들에서 이렇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덫은 걸려들 수밖에 없다. 좋은 회사니깐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회사니깐 기다려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최종에 붙으면 다행이지만 솔직히 제일 난감할 때는 이렇게 2주 이상을 기다리게 해 놓고 떨어트릴 때이다. 그래도 최종 면접만 보고 대기를 타게 하고 떨어트리면 양반이지만 어느 회사는 평판조회에 건강검진까지 했는데도 보류를 시키고 떨어트린 적도 있었다. 이유는 대표님께서 지원자가 맘에 안 드셨다는 것이다. 물론 평판조회에서 뭔가 이상했거나 건강검진에서 안 좋은 게 나왔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그 이유를 지원자에게 설명하면 되니깐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 그런 이유는 없다. 그냥 대표님이 생각하는 인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왜 최종 대표 면접 후에 탈락을 시키지 평판조회와 건강검진까지 하냐는 말이다. 이런 이유를 후보자에게는 설명할 수 없으니 에둘러 다른 이유로 말을 한다. 물론 다른 후보자가 있었다는 것도 다른 서치펌의 동료를 통해 들은 것이지 인사팀에서는 대표님 핑계만 꺼낼 뿐 탈락인지는 자세하게 설명해 주지도 않을 때가 많다. 


내가 구직자로서도 몇 번 경험을 해봐서인지 그 상황이 왔을 때 이 히스토리를 나는 어떻게 후보자에게 잘 설명하고 독려해 줄지도 난감하면서도 속상할 때가 참 많다. 회사를 지원하는 구직자도 회사가 나를 원하고 좋은 인재를 뽑았다는 인상을 줘야 회사를 믿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인데 회사가 날 만족한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실망감을 가지고 입사한들 누가 열심히 일할 수 있겠는가? 


나는 결국 채용도 쌍방의 합이 맞아야 하지 회사에서 일방적인 좋은 인재를 찾는다는 명목하에 비교의 잣대를 계속 갖다 대며 구직 중인 사람들에게 희망고문 하는 이런 시스템도 헤드헌터로써는 맘에 드는 프로세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찾기 위해 애쓰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면 과감하게 탈락을 시키고 진행하는 것이 맞지 그래도 아까우니깐 놔두고 다른 인재를 다시 보는 건 썸만 계속 타고 결국 사귀자고 말은 안 해주는 애매한 사이가 되어 결국 헤어지게 되는 판국인 것이다. 

이런 사랑은 결국 서로에게 좋지 않은 결과만 남고 그렇게 새로운 사람을 데려와도 사실상 큰 차이는 없는 게 현실이다. 1차 면접을 지나 최종 면접까지 봤다는 건 그전에도 이미 숱한 경쟁자를 미뤄 냈다는 것인데 여기까지 온 최종 지원자가 맘에 안 든다고 다른 사람을 또 보면서 보류를 시키는 것 자체가 나는 구직 프로세스의 오류라 생각한다. 


헤드헌터 업무 경력이 오래된 것도 아닌데 보류, 홀딩의 일들이 발생하다 보니 좋은 인재를 찾는 회사와 좋은 인재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 속에서 어지간히 방황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있다. 이렇게 열변을 토해내는 건 나도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도 좋은 인재를 찾는다면 회사도 좋은 회사로써 올바른 방식의 채용을 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정립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0원의 프리랜서는 오늘도 한탄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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