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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별 Jul 07. 2024

경력을 채운다는 의미  

한잔 비우고 다시 잔을 채울 때 

'마케팅 업무를 해온 지는 15년 되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나의 경력에 대해 말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면접을 보더라도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대답처럼 자연스럽게 해온 업무들이 읊어지기 시작하면서 면접을 보게 되더라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긴장하면서 보던 신입사원 면접과는 달리 편하게 보는 일이 더 많아졌던 것 같다. 그만큼 내일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다양하지만 비슷한 업무를 끌고 오면 요령이라는 것도 생기고 숱하게 봐온 면접을 보면서 노하우가 생겼기 때문이겠지? 잘 채워진 경력이 차곡차곡 쌓이기만 하면 계속 승승 장구 하며 이대로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팀장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팀장이 되기 전엔 내 일만 하면 되고 그 일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잘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걸 그땐 내가 잘해서 내 능력이 좋아서였는지 알았던 거다. 팀장을 해보면서 위에서 내려오는 회사의 방향성을 가지고 팀원들을 끌고 팀원들의 고충을 들어주며 그들의 업무 방향성도 잡아주며 내게 주어진 일들을 해내야 하는 천하무적 팀장이 되어야 했었다. 회의는 또 왜 그렇게 많은 건지 매주 팀장회의는 기본 주간본부 회의, 월간 회의, TF회의, 부서별 신규 아이템 회의 등등 그렇게 회의에 지쳐갈 때 즘 자리에 오면 퇴근 시간은 다 되고 퇴근하는 팀원들을 보내고 그제야 내일을 하며 야근이 일상이었던 내 시간들.. 


팀장이 되기 전엔 팀장을 보며 늘 생각했었다. 왜 우리 팀장은 자리에 없는 거지? 혼자만 바빠 왜? 우리랑은 언제 같이 일해?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럴만했다. 이렇게 회사에서 달달 볶는데 팀장 수당을 왜 주는지 해보니 이해가 갔다. 팀장을 하기 전까지는 임원에 대한 욕심도 많았고 일에 대한 욕심은 물론 나의 커리어에 대한 열정은 위로 위로 훨훨 날아갈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팀장을 해보니 위로 올라갈 길은 점점 좁아지는데 회사는 나에게 좁아진 길도 알아서 넓혀서 찾아오라는 거였다. 그래야 부장이 되고 임원이 되는 열쇠를 줄 수 있다는 듯 저 멀리 보이는 반짝이는 빛을 향해 달려가라고만 했다. 그렇게 가고 싶었던 길이었지만 올라가면 갈수록 한계에 부딪히고 점점 지쳐가는 나를 보게 되었을 즈음.. 회사도 흔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아주 많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회사덕에 (?) 나는 그만 날아오르는 게 낫겠다 결정을 했고, 결정한 날 나는 날개를 벗고 날지 못했을 때 내가 해야 할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헤드헌터 준비를 한 것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치열하게 살아왔고 면접, 이직, 퇴사 정말 15년 동안 빠지지 않게 해 오며 팀장을 하면서는 팀원을 뽑기 위해 면접자로서도 참석을 하다 보니 구직자로서 채용하는 회사에서의 면접자로서의 경험을 하며 헤드헌터라는 직업이 나에게 생소하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이력서를 쓰고 수없이 탈락을 해보고 또 최종 합격을 해보며 회사의 테두리 안에서 많은 일들을 겪어보다 보니 이제는 구직자와 채용사 사이에서 좋은 인재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나의 일일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헤드헌터라는 새로운 일에 뛰어들 용기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이일을 한 지 1년이 채 안되었다 보니 헤드 헌터로써의 전문성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일을 해보니 내가 겪어 왔던 우당탕탕 직장인으로서의 경험 팀장으로서의 경험들이 그들의 지원에 조금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물론 너무 많은 이직이 많은 지원자나 꽤 좋은 커리어에 비해 너무 정리가 안 돼있는 이력서를 보내온 지원자들 때문에 속이 상할 때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의 이력서도 케어해 주며 최종 합격을 하고 그들이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줄 때의 성취감은 이 일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싶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누군가의 경력을 찾아 그들을 원하는 회사에 맞춰 완벽한 조직의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일 이일을 계속해볼 만하다고 잘하고 있다고 희망을 한스 푼씩 넣어 주는 기분이라 힘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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