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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별 Jul 14. 2024

0원의 프리랜서

영원한 직업은 없다지만....

공식적인 프리랜서가 된 지도 어느덧 4개월 차에 접어든다. 내가 공식적이라는 말을 쓴 건 2월에 퇴사를 해서 3월까지 나의 통장에 월급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 월급도 회사의 경영악화등으로 월급 지급이 밀려 지난달에 결국 노동청을 통해 받기는 했지만.. 어쨌든 매월 받는 고정급이 이었던 월급이 사라진 채 삶을 살아온 지도 4개월 차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헤드헌터 생활을 한지는 1년이 다 돼 가는데 헤드헌터로 수익을 냈던 것은 내가 겸업을 할 때였다. 회사를 다니면서 헤드헌터를 할 때는 4건의 합격자를 배출했었는데 오히려 전업 프리랜서가 된 4월부터 바로 오늘까지 나는 0원의 수입을 내고 있다.


헤드헌터를 한다고 주변 지인들한테 말했을 때 가장 처음 물어보는 건 그러면 돈은 어떻게 버는데? 였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돈을 어떻게 얼마를 버는지가 가장 중요하고 궁금할 것이다. 헤드헌터의 경우 채용을 원하는 회사와 내가 소속된 서치펌과 업무 계약을 하고 규정을 정한다. 각 회사마다 다르지만 15%~20% 정도로 수수료를 정한다. 물론 더 낮은  회사도 있다. 수수료가 정해지면 채용사가 원하는 인재를 찾아 우리는 서류를 접수해 주고 면접을 보고 최종 합격을 하고 입사를 하게 되면 우리는 정해진 수수료를 입금받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룰이 적용된다. 입사자가 3~6개월 동안 회사를 잘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기간을 다 채워야 그 수익은 온전히 헤드헌터의 수익이 된다. 한 명의 지원자가 입사를 하고 회사를 다니는데 까지는 최소 1달 반정도가 소요되고 길게는 3달까지도 걸린다. 지원자가 회사를 오랫동안 잘 다니면 되는데 입사자들 중에 마음이 바뀌거나 혹은 다른 곳에 취업을 했거나 어떠한 이유에서건 중도 퇴사를 3-6개월 내에 할 경우 헤드헌터의 수입은 다시 0원이 된다. 기간 내에 입사자가 퇴사를 할 경우는 수입을 회사에 다시 돌려줘야 하거나 새로운 입사자를 다시 입사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어렵지만 또 매력적이기도 한 양날의 검을 든 것은 확실하다.


요즘 내가 0원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건 내가 추천을 한 후보자 분들이 자꾸 최종 면접에서 낙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어느 입사자분은 입사한 지 10일 만에 다른 회사로 다시 이직을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물론 더 좋은 회사가 있다면 가는 것은 맞지만 당사자들은 연봉을 쫓아 나 몰라라 하고 떠나지만 이 한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다른 경쟁자들은 떨어지고 너를 뽑아 입사시켰는데 그저 그만두겠습니다 라는 짧은 메시지만 남긴 채 메뚜기처럼 이동을 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사실 조금은 허무하기도 하다.

나와 인연을 갖게 된 후보자들의 서류부터 면접까지 잘 볼 수 있도록 회사와 후보자 사이에서 적당한 조율을 해주며 많은 팁은 아니지만 혼자 입사 지원을 했을 경우 일방적으로 회사에서 보내는 메시지를 받고 준비해야 하는 것과는 달리 헤드헌터를 통하면 미리 입사했던 사람들의 정보나 면접 팁들을 공유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지원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물론 이건 헤드헌터마다 다르고 합격 후 날름 이직을 해버리거나 잠수를 타버리는 야 얄미운 지원자가 있듯 떨어졌는지 붙었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서류접수 후 연락두절이 되는 악덕 헤드헌터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물론 나도 그런 헤드 헨 터 들을 겪어본 적 있기에 그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하고 있지만, 전업 헤드헌터가 된 후로 0원의 수익을 내고 있는 요즘 잘 케어해서 입사한 합격자가 10일 만에 퇴사를 하는 일까지 겹치자 급 현타가 왔다.


'이일 계속해도 괜찮은 걸까?'

지금까지는 그래도 업하는 중에 4명의 합격자를 배출해서 이미 축적해 놓은 수익이 있다 보니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전업 프리랜서를 할 수 있었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0원의 수입에서도 그래 할 수 있어하며 나름 나를 독려했던 것 같다. 그런데 4개월 차까지 계속 최종 면접에서 지원자분들이 자꾸 탈락하고, 입사를 하고도 도망가는 지원자분들을 마주 하고 보니 새삼 내 노력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 10년 이상 헤드헌터를 한 회사 헤드헌터 선배분들과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일을 시작하면서 바로 합격자들이 나왔다 보니 어쩌면 초반에 이일을 조금은 쉽게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다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정말 온갖 다양한 지원자들 합격자들의 만행(?)들을 들으며 내가 초반에 합격자를 4명이나 내고 그들이 지금까지도 회사를 잘 다니고 있는 건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그들도 일을 잘하는 좋은 사람들을 잘 만났기 때문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선배님들이 말했다. 우선 지원자들을 면접에 계속 보내고 있는 건 나의 업무 매칭 능력은 높은 편인 거라고 면접은 헤드헌터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역량이 아니기에 거기서부턴 지원자들의 역량이기에 그것까지 헤드헌터가 해줄 수는 없다고 지금처럼 회사와 맞는 후보자들을 더 많이 찾고 매칭해주다 보면 합격률이 높아질 거라고 한껏 힘나는 위로를 들었다. 위로를 들어 힘은 나지만 0원이라는 수익에 마음이 조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하루에 8시간씩 회사를 다닐 때처럼 나름의 루틴으로 규칙적인 업무 시간을 만들어 가며 일하고 있는데 자꾸만 일한 시간대비 수입이 없다는 생각에 주말에도 나는 후보자들을 찾아 또다시 컴퓨터를 켰다. 남편은 옆에서 주말은 쉬어라고 하는데 어딘가 숨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빛나는 보석을 찾아야 한다는 조급함이 나를 자꾸만 서칭 하게 만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다음 주에도 면접을 볼 지원자가 있고, 최종합격 발표를 앞둔 지원자도 있다. 이분들이 이 회사에 잘 들어가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지만 저 깊은 내면에 솔직함은 나의 수익을 위해서도 제발 잘 들어가서 잘 다녀주세요 라는 간곡한 바람도 같이 담겨있다.

어쩌겠는가 나의 역할이 잘 매칭해서 입사를 시키는 일이고 그것을 해야 나는 수익을 얻는 사람이니 오늘도 나는 합격해서 회사를 잘 다녀주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다음 달에는 바라고 바라던 전업 프리랜서 후 첫 수익이 발생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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