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입니다만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직장인이라고 말하는 게 당연했고, 무슨 업무를 하냐고 물어보면 마케팅 관련 업무를 한다고 말하면 되는 일이라 한 번도 내 직업에 대한 설명을 준비해 본 적은 없던 것 같다. 그런데 오랫동안 입었던 옷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으려니 생각보다 어색하다.
내 몸에 맞는 핏인지, 길이는 괜찮은 건지 혹여 뚱뚱해 보이지는 않는지 아직 나에게 맞는 옷을 고르지 못한 듯 내 직업을 아직도 나는 조금은 어색해하고 있다.
"나 요즘 헤드헌터일 하고 있어 "
"그게 뭐 하는 일이야?"
부모님도 시부보님도 그리고 친구들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의 직업에 대해 돼 물었다.
구직을 원하는 사람과 채용을 원하는 회사 사이에서 전문인력들을 찾아 매칭해서 연결해 주는 일이라고 설명은 하고 있지만.. 알아듣는 사람도 설명하는 사람도 어렵다. 결국 돌아오는 건 그래서 얼마 버는데? 연봉이 얼만데? 어디서 일하는데 ? 회사는 어때? 현실적인 질문뿐이다.
틀린 말도 아닌 것이 일을 한다면 얼마를 버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건 당연한 터인데 1년이 채 안된 업에서 일을 하면서 내 직업을 소개하는 일은 생각보다 낯설고 어색했다
헤드헌터라는 직업에 대해 국어사전에는 '고급 인력을 전문적으로 스카우트하는 사람 또는 회사'라고 나와있다. 그렇다 헤드헌터는 쉽게 말하면 직업을 매칭해 주는 사람이다. 내가 헤트헌터일을 선택하게 된 건 내가 15년 넘게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나 또한 다양한 헤드헌터에게 이직 제안을 받았고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면서 직업 세계에 대한 다양함도 알게 되었고, 내가 하고 있는 회사 업무에 대해 버거움이 올 때쯤 헤드헌터의 이직 제안 메일에 문득 이직이 아닌 나도 이직업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직을 하기 위해 15년 동안 숱하게 온갖 잡사이트를 뒤지며 입사지원을 해보기도 해서 구직자의 마음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고, 이력서 업데이트 면접 인적성 등등 구직자로서도 피눈물 나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봤기에 직업을 찾아서 제안해 주고 매칭해 주는 이 업이 궁금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는 헤드헌터라는 업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제안받았던 헤드헌터들의 제안 메일들을 뒤지면서 별로였고 성의 없었던 헤드헌터들이 소속된 헤드헌터 회사들과 그리고 정말 성실히 프로페셔널하게 제안하고 컨트롤해 줬던 헤드헌터들을 리스트업 해서 그들이 소속된 회사들을 정리했다. 나를 위해 애써줬던 헤드헌터 사들이 소속된 회사들을 시작으로 어떤 헤드헌터사들이 있는지 이들은 어떻게 일하는지를 찾아보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헤드헌터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매우 매력적이고,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만 한 가지 '프리랜서'라는 단어가 나의 발목을 잡았다. 회사에 소속은 되어 있지만 매출이 났을 때 수익을 셰어 하는 존재로써의 회사이지 결국 버는 만큼 매출이 되는 날것의 세계 '프리랜서'의 세계였다. 분명해볼 만하고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도무지 주어진 시간만큼 일하고 월급을 받던 직장인에서 주어진 시간만큼 일을 해도 월급은 나오지 않지만 버는 만큼 다 가져갈 수 있는 프리랜서의 세계를 내가 적응할 수 있을지 덜컥 겁이 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감만 가지고 덤비기에는 마흔이 넘은 나이와 중년을 앞둔나에게는 커다란 절벽과도 같았고 위로 훨훨 날아오를 채비가 아닌 추락하는 날개를 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을 하고 싶었던 헤드헌터 회사 대표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일을 해보고 싶다는 메일이었지만 그 끝에는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하면서 병행을 해볼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당치도 않은 메일이고 헤드헌터 업계에서는 신입인 주제에 그것도 몰입해서 이일만 해보겠습니다도 아니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다니면서 병행을 해보겠다고 보냈으니 지금 생각해도 무슨 자신감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는 프리랜서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을 그냥 업고 가기에는 두려움이 컸고 근데 또 그렇다고 이 업에 대한 호기심과 해볼 만하겠다는 자신감을 놓기에는 아쉬웠다. 그래서 무작정 리스트업 한 회사대표들에게 메일을 보냈고 예상대로 대부분의 회사에서 가열 차게 까였다!
그런데 딱 한 분 지금의 대표님께서 회신 메일을 주셨고 한번 만나자고 하셨다. 나중에 알았지만 대표님도 솔직히 호기심이 생기셨고 이 업을 오래 하셨지만 이런 메일은 처음 받아보셨다고 하셨다. 일을 시켜달라는 사람은 있어도 하고 싶은데 병행을 하겠다는 맹랑한 신입을 만나보고 싶었다고 하셨다. 그런데 나를 만나고 대화를 해보시고는 마음이 조금 달라지셨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나 또한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헤드헌터 일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고, 기회를 잡았기에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조건이 달렸다. 회사업무와 병행은 올해까지만 그리고 매주 토요일은 '사무실 출근을 해라'였다. 나는 바로 오케이 했고 그렇게 나는 주말을 반납하고 회사 업무와 프리랜서 헤드헌터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작년에 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나는 현재 이렇게 진짜 프리랜서가 아닌 여전히 직장인으로 혹은 백수로 살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은 든다. 물론 헤드헌터로는 갓 1년 차이기에 이일을 한다고 말하는 게 여전히 어색하고 낯설다. 이렇게 글을 쓰고 나의 일을 오픈하는 것도 잘 해내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내업에 대한 자부심과 계속 해내야 한다는 나름의 중압감을 던져주기 위한 스스로의 장치인지도 모르겠다. 이일을 잘 해내면서 직장인으로서는 감히 해보지 못할 다른 것들도 해내면서 중년의 나를 잘 만들어 가볼 예정이다.
다음 주엔 업에 대해 조금 더 자신감 넘치는 나로 돌아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