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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별 Jun 23. 2024

수영이 내게 말했다.

꾸준하게 매일매일 

나는 여자 치고는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고 꽤 하는 편이다. 물론 유연성은 없다. 테니스, 인라인, 농구, 배구등은 중고등학교 때 조금씩 배운 실력으로도 조금씩은 할 수 있을 만큼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다. 근데 많은 사람들이 하는 운동 중에 내가 사십 년을 넘게 못하는 운동이 하나 있다. 바로 수영이다. 어릴 때 기억에도 분명 엄마가 수영장에서 강습을 시켜준 기억이 나고 그래서 지금도 손을 뻗고 발차기를 해서 쭉쭉 나가는 것은 한다. 근데 자유형을 하지 못하니 숨을 쉴 수가 없으니 그저 고개를 넣고 앞으로 가는 정도의 실력이었던 거다. 수영강습을 안 배운 것은 아닌데 생각해 보면 회사를 다니면서 든 대학교 때든 성인 돼서 배운 수영은 모두 2개월 길면 3개월이었다. 대부분의 강습은 주 3회 주 2회였고 늘 그 시간 동안 도무지 늘지 않는 나의 실력에 그리고 회사와 병행하며 운동을 한다는 건 언젠가 빠질 수 있다는 당연한 논리를 가지고 접근하다 보니 수영을 다닌 2-3개월 동안 빠지지 않고 다닌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고는 결국 난 안되네 하고 포기하고 말기를 숯차례 그래서 마흔이 된 지금까지 나는 수영을 못하고 있었다. 아니 수영장에서 떠다닐 수는 있으나 자유형을 배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이 수영이었다. 회사 다닐 때는 감히 엄두도 못 냈던 시에서 하는 체육시설에 등록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매일매일 수영을 하겠다 맘을 먹었고 다짐을 했다. 그리고 프리랜서가 된 첫 달 등록을 하려고 했으나 치열하디 치열한 신규 등록전쟁에는 실패하고 결국 나는 원하지는 않았지만 초급 1 음파부터 시작하는 반에 간신히 등록을 했고 나의 수영이 시작되었다. 아마도 수영을 그래도 몇 번 배워 받기에 초급 1은 내 실력이 아니다는 거만한 맘이 조금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발차기를 조금 한다고 어쨌든 제대로 호흡을 하지는 못하지만 팔 돌리기는 배워 봤다고 초급에서 나름 15명 중에 3번째 줄에 서서 시작했고 초급 2에 가서도 4-5번째 줄에 서면서 이제 두 달째이니 곧 기판을 잡고 음파 하면 돌리며 하는 나의 자유 수영도 곧 잘 될 거란 자신감에 맨 뒷줄에서 발차기부 아직도 숨쉬기도 어려워하고 있는 끝줄 회원들을 측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감도 오래가지 않았다. 두 달째 중후분으로 갔을 때  키판을 놓고 수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기판을 잡고 할 때의 나의 자신감은 어디 가고 여전히 돌아가지 않는 고개와 가라앉는 다리 멋지게 자유형을 할 거라는 내 상상과 달리 키판을 놓는 순간 내 몸은 바보가 된 듯했다. 그렇게 내가 헤매고 있는 사이 맨 뒤에서 제일 힘들어하던 우리 반 꼴찌 회원님이 키판을 때고 자유형을 하는 게 아닌가? 

그분이 마지막으로 들어오자 선생님이 모두에게 '박수' 하며 그분에게 환호를 보내주었다. 


" 여러분 이분 우리 반에서 제일 늦고 제일 끝에 있었던 거 아시죠? 근데 이분만 매일매일 자유수영 나오셔서 연습하셨어요. 자 여기 우리 강습 말고 자유 수영 나와서 연습하신 분 손?"


12명 남짓 수영강습 회원들 중에 단 한 명도 자유 수영을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여러분 수영은 절대 연습 없이는 늘지 않아요. 내 몸이 익숙하도록 초급 반들은 연습이 특히 젤 중요합니다. 제가 알려드린다고 일주일에 이렇게 2번 나온다고 실력이 확 늘지 않아요 스스로 몸을 물에 익숙하게 하시고 연습하셔야 합니다. 아셨죠?"


머리를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2번 이상 강습을 받으면서도 내 수영 실력이 늘지 않았던 건 주 2회~3회 그러면 한 달에 10번 수영하고 그것도 빠진 적이 있으니 두 달 동안 20번도 채 수영을 안 하고 수영실력이 멋지게 늘기를 바랐으니 이런 욕심쟁이가 어디 있단 말인가? 맨 뒤에서 제일 못해서 선생님이 항상 두 번씩 알려줘야 했던 우리 반 꼴찌회원분이 두 달 만에 자유형을 마스터하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반성이 들었다. 나는 빨리 뭔가를 갖고 싶은 생각만 했지 그걸 얻기 위해 꾸준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 매일매일 하기보다는 요행만 바랬던 것이다. 성실함, 꾸준함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너무나 쉽게 까먹고 다 만들어진 것만 갖고 싶어 했다는 것에 반성이 되었다. 


우리 반 꼴찌의 역습 덕분에 나는 정신을 딱 차리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바로 월 수 금 토 이렇게 4일을 거의 매일 자유수영을 하였다. 2개월이  다 되도록 따로 연습 한번 한 적이 없다니 그러고는 수영실력이 자동으로 늘기를 바랐다는 건 너무 억지스럽지 않은가? 그렇게 나는 꼬박 3주를 매일매일 수영을 하였고 그리고 바로 이번주 나는 내 몸이 옆으로 돌아가면서 힘껏 다리를 차는 사이 음파 하면서 숨을 뱉고 그렇게 20m를 가는 나를 발견했다. 난생처음으로 그렇게 자유형 하며 숨을 3번 이상 뱉는 나의 모습을 보며 짜릿했다.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수영을 통해 다시 한번 배웠다. 


프리랜서를 선택하면서도 어쩌면 나는 이미 잘된 프리랜서 그리고 이미 잘된 나를 떠올리며 제대로 꾸준히 하지 않았으면서 잘되기만을 아니 잘될 거라고 상상만 했던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운동이든 인생이든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조급해지고 다 만들어진 것을 얻고만 싶은 마음 때문에 꾸준함을 성실함은 잊은 채 성공의 문고리를 잡으려고만 애썼던 것 같다. 문고리를 잡아도 문을 열 열쇠가 내손에 있어야 한다는 걸 잊은 채 말이다. 


프리랜서를 하면서 수영을 시작했다. 어쩌면 우리 반 꼴찌의 역습이 없었다면 나는 이번 수영도 3개월이 되는 문턱에서 나는 또 안되는구나 안 되는 몸이구나 하며 포기를 했었을 것 같다. 그리고 다시는 수영을 안 배웠겠지? 편한 길은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갈 수 있지만 내가 얻고자 하는 게 있다면 나 스스로 노력하고 그걸 얻기 위한 방법은 스스로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프리랜서도 결국 수영처럼 강사님이 알려주는 것을 활용해서 나 스스로 연습하고 만들어 갈 줄 알아야 내 것이 되는 것이었다. 


그동안 나는 조급함에 너무 많은 것을 벌려만 놓고 그저 내가 시작했으니깐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맘으로 내 것으로 만들고 수습하기보다는 되겠지라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헤드헌터, 숲놀이, 책놀이 수영 그리고 최근에 생각한 또 하나... 이것들을 벌리기만 했지만 갈길을 잡지는 못했는데 그런데 수영을 해보면서 선택과 집중 그리고 꾸준한 반복 없이는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프리랜서라는 옷을 입은 지금.. 여러 벌의 옷보다는 한 가지 나에게 가장 맞는 옷을 잘 찾고 그 옷이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벌려놓은 많은 것들 중에 2가지를 정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진짜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을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수영을 배우는 마음으로 조금 느리지만 꾸준히 그리고 나에게 맞는 핏을 찾아 노력하다 보면 올해 말에는 새로운 길이 보일 거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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