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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별 Jun 09. 2024

프리랜서와 모닝커피 한잔

여유를 찾아 드립니다. 

칠십이 코앞인 우리 엄마는 아직도 아침마다 커피를 내려 마신다 그것도 오직 아메리카노만말이다. 

나는 기억도 안 나는데 유치원에서 소꿉놀이를 하면 나는 늘 그랬단다. ' 엄마 커피 한잔 마시고 시작할게' 하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커피잔을 드는 시늉을 해서 유치원 샘을 놀라게 했단다. 보고 배운 게 무섭다고 커피를 좋아하는 엄마 때문인지 나는 자연스럽게 커피를 마시는 게 일상이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커피는 나의 소울 메이트이자 내 삶에 꽤나 중요한 포인트이다. 누군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뭐냐고 물어보면 나는 따뜻한 라테 한잔 들고 남편과 산책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차가운 공기가 서려있는 저녁에 따뜻한 커피 한잔씩 손에 들고 동네를 산책하며 홀짝거리는 그 시간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나의 삶의 곳곳에 배어있는 커피 향은 나를 일하게도 하고 나를 미소 짓게도 하고 여러 곳에서 참으로 다양하게 나를 살아가게 한다. 물론 카페인에 찌들어 간다고 안타깝게 나를 보는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커피를 즐기는 엄마 덕분인지 몰라도 아마 나도 할머니가 되어서도 커피 먹을 여유는 찾고 있지 않을까 싶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커피를 마시며 일하며 웃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스마트 오더가 있어서 지하철을 내리기 전에 미리 주문을 해놓고 픽업해서 가는 게 익숙하지만 습관이 무섭다고 나는 출근길에 직접 주문해 놓고 픽업하러 다시 내려가는 걸 좋아했다. 출근하자마자 책상에 바로 앉아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살짝의 여유를 가진 아침 루틴이 필요했고 어느덧 매일의 아침이 10년이 넘어가니 이제는 루틴이 되어 버렸다. 

9시 출근이면 8시 30분쯤 회사 근처에 도착하게 가서 따뜻한 라테를 주문하며 '우유는 많이 뜨겁게 해 주세요'를 꼭 말하며 출근확인 후 모니터를 켜고 자리 정리를 하고 나는 1층 카페로 내려간다. 그리고 준비된 커피를 들고 자리로 올라온다. 우유를 많이 뜨겁게 해달라고 한건 내가 주문하고 올라가서 출근 체크 후 내려오는 시간까지 고려한  나름의 식는 타임까지 생각한 맛있는 커피를 먹겠다는 나만의 결연한 의지랄까?  따뜻한 커피와 고소한 향을 머금고 다시 회사로 올라가면 그사이 여유가 감돈다. 커피를 한 모금 홀짝 마시며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며 9시가 되기 전까지 즐기는 모닝 라테 타임은 퇴근까지 나를 일하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프리랜서가 된 요즘 나는? 모닝라테 타임은 여전할까? 커피를 마시는 일상은 같으나 그 기분은 확실히 다르다 아니 그 느낌이 안 사는 건 확실하다. 회사가 주는 중압감과 오늘 하루를 내가 기필코 버텨내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겼던 모닝라테타임은 결연한 의지는 사라지고 여유만 남겨 주었다.

 확실히 오늘 하루에 대한 스트레스의 강도가 다르다 보니 커피의 맛도 컴퓨터를 키는 나의 마음도 다르다. 타이트하게 짜인 업무의 숲을 헤쳐 가기 위한 준비 운동  같은 거였는데 우리 집 서재에선 여유로움만 감돈다.

온 집안에 퍼지는 커피 향에 향긋하게 시작할 수 있는 아침인데 이 여유 속에 나의 오늘 하루의 계획과 하루일상을 적어보지만 회사에서 만큼의 예리하고 명확한 계획은 도무지 나오지 않는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는 루틴은 여전하고 그 시간은 너무 좋지만 참 여유롭기만 하다. 


프리랜서라는 직업은 매주 매월 누가 나를 평가하지도 그렇다고 내가 누군가에게 보고를 하고 결제를 해야 할 필요가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편안해지는 일상이 온다. 물론 지시하는 사람이 없을 뿐 해야 할 일은 분명 있긴 하다.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내가 스스로 알아서 채워야 하고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 나가기도 해야 한다. 만들어진 조직에 들어가서 내 역할을 잘 해내면 되었던 회사 생활과는 달리 커피 한잔도 스스로 만들어 타먹을 줄 알아야 하며, 내 시간 마디마디를 잘 관리하고 수익을 스스로 창출해 내야 하는 그야말로 소리 없는 전쟁터이다. 일은 매일 하고 있는데 그 일에 대한 퍼포먼스가 바로 나오는 게 아니다 보니 매일매일 일을 하고 지정된 날짜에 월급이 나오던 직장인과 비슷한 루틴인데 월급이 고정되지 않는다는 현실에 가끔씩 현타가 밀려오기도 한다. 어쩌면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만든 모닝 라테타임은 나의 회사 생활을 체계적으로 분배하기 위한 나만의 일용할 아침 루틴이었고 그 시간이 있었기에 하루의 시간을 쪼개어 쓰고 시간들이 모여 지금까지의 나를 만들어 주었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아직은 조금은 두렵다.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을 뒤로하고 나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는 월급을 나는 얼마만큼 해 낼 수 있을지... 여유롭게 시간을 쪼개며 업무를 준비하던 모닝라테 타임을 나는 다시금 여유롭게 가질 수 있는 멋진 프리랜서가 될 수 있을지 걱정반 기대 반이다. 

하루하루아침시간의 여유들이 차곡차곡 쌓여 10년 차 마케터로서의 업무를 이끌어 주었듯이 아직은 조금 낯설고 생경한 나의 서재에서의 모닝라테타임이 하나둘씩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꽤 자신감 넘치는 프리랜서로 여유를 쥐락펴락 해가며 내 하루를 맘껏 사용하며 수입이 높아진 삶을 살아 낼 거라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브런치를 이렇게 매주 연재 하는 것도..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도 아직은 더디지만 나와의 약속이며 스스로 계획하지 않으면 쉬이 무너질 수 있는 시간들이기에 잘 잡고 나아가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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