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어려운 일이었다.
회사를 다니고 싶은 직장인이 어디 있으랴 나도 그랬다. 이놈의 회사 그만 다니고 싶다 싶다 생각은 하지만 월급이라는 그놈 앞에서 매월 나는 굴복했었다. 아니 어쩌면 그놈의 유혹에 늘 넘어갔는지 모르겠다.
10년을 안 쉬고 쭉 일하다가 남편과 마흔 되기 전 큰맘 먹고 떠나버렸던 아일랜드 그리고 돌아와서 마주한 코로나.. 아일랜드 갈 때까지만 해도 돌아와서 10년은 다시 직장인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아니 그땐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줄았다. 코로나가 이토록 나의 삶을 모두의 일상을 지워버릴 거라 생각도 못했으니까....
레저업계에서 십여 년 동안 마케터로 일했기에 영어공부하며 다른 나라에서 살아본 내경험이 한국에 돌아와서 꽤나 내업에 도움이 되고 성장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코로나라는 것은 나의 일터를 멈추게 했고 아니 세상을 잠시 멈춰버렸고 나는 그 안에 오롯이 갇혀버렸다.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 3월 쫓기듯 한국에 돌아왔고 그 뒤로 나는 레저업계로 복귀는커녕 새로운 일자리 찾는 것도 어려웠다. 그 뒤로도 핀테크회사, 유통 관련회사, 식품회사 등 마케터 업무를 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다녀야 했다.
12년 차, 차장... 팀장, 마흔...
30십 대 때 이직할 때 어려움 없이 이직하던 것만 생각했지 코로나로 닫혀버린 나의 산업군과 그리고 현재의 나의 직급 나이는 잠시 잊고 나는 예전의 기억만 가지고 자만했었다. 혹자는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 직급이 뭔 상관이냐 할 수 있지만 사회는 냉정했다. 코로나로 죽어버린 레저산업군에서 나는 1년 반을 아일랜드에서 놀다 온 경력단절 여성일 뿐이고, 영어를 공부하고 다른 나라에서 경험을 하고 온건 그저 나의 경험일 뿐이지 레저산업이 아닌 다른 산업군에서는 1년 8개월을 해외에서 살다 온 경력이 단절된 사람이었단 걸 나는 돌아와서 이직준비를 하면서야 깨달았다. 이상과 현실은 달랐고 사회는 냉정했다. 아니 이게 맞는 거였는데 어쩌면 나는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가 싫었던 것 같다. 나의 도전 나의 시간을 도둑맞아 버린 거 같아 억울해서 회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자꾸 내 길이 아닌 것 같고, 누군가가 망쳐 놓은 것만 같아 마흔에 때아닌 사춘기를 겪었다. 직업사춘기....
그렇게 나는 전혀 다른 산업군에서 치열하게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일을 하며 어찌어찌 3년을 일했고
다시 레저업계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 문은 쉬이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회사에서 대표의 무분별한 투자와 사업확장으로 회사가 성장이 아닌 기업 압수수색이 들어오며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급여라는 것도 밀려보게 되었다. 현재는 노동청을 통해 구재 중이지만, 코로나 이후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 회사라는 울타리가 나의 미래를 나의 성장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한발 한발 지나가고 있는 사십 대 속 중년 그리고 다가올 오십이라는 다른 나이의 세계 앞에서 이제 회사는 나에게 새로움도, 열정도 내 커리어 향상도 애써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원래도 그러한 놈이었는데 회사는... 나는 혼자 그 속에서 나만의 그림을 너무 멋지게만 그리려고 하려다 보니 저놈이 나에게 뭘 안 준다고만 생각할 뿐 내가 그려야 할 방법을 찾을 생각은 멈췄던 것이다.
이 상태론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건 힘들겠다. 회사는 점점 나이 많은 고액연봉자보다는 성장가치가 있는 삼십 대 과차장들에게 기회를 더 주고 싶을 것이다. 내가 대표였어도 그럴 것 같다.. 이제야 보이는 현실의 문.. 좁아진 승진과 이직의 문을 나는 더 치열하게 밀고 들어갈 열쇠를 찾고 계속 퀘스트를 깨며 더 좋은 길을 찾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안에서 더 높은 곳을 향해 팀원들을 끌고 더욱더 치열하게 살아남을 자신 있는가?
안 가본 길을 떠날 자신은 있을까? 아예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게 더 빠를까? 그럼 나는 어떤 길을 먼저 찾아야 할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소속되지 않고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는 걸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중년이라는 새로운 길에서는 오직 한길만 갈 수 없다는 걸 그 길도 곧 끝이 나올 수 있어 다른 길을 미리 찾아야 한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벌써 맞닥뜨리려고 보니 겁이 나기도 한다.
고민하길 6개월.. 그리고 나는 결정하였다.
새로운 길을 찾아보기로.. 우당탕탕 가보지 않은 길을 한번 가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길을 걸어온 지 3개월.. 아직은 어떤 길인지 무슨 길인지도 모르지만 3개월 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차근차근 남겨보려 한다.
아직은 비포장 도로 위에 있는 3개월 차 프리랜서.. 국도를 거쳐 고속도로가 펼 쳐질 내 후반부 인생을 위해 오늘도 나는 우당탕탕 살아내고 있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