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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별 Jun 16. 2024

프리랜서가 직업 맞죠?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어요!!

십오 년 동안 매월 25일을 월급날로 알고 살아온 나의 일상인데 이제는 그날 들어오는 돈이 없다는 현실에 묘한 불안감이 밀려왔다. 월급이야 통장을 스치고 빠져나가는 돈이라지만 스쳐만 가주어도 나의 가정경제에 크나 큰 힘이 되었다는 걸 요즘 새삼스레 다시  느낀다. 

물론 지금이야 아직 프리랜서 3개월 차이다 보니 미래에 대해 '할 수 있다'라는 기대감으로 괜찮다는 말로 애써 흔들리는 맘을 부여잡고 있지만 문득문득 드는 조바심에 불안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루에 8시간을 일한다고 8시간만큼의 수익이 나오는 일이 아님을 알기에 이 시간에 대한 보상이  나오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여전히 나는 수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수익을 만드는 중이이라는 말을 언제까지 사용할 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지만 고정적인 수입은 아니더라도 비고정적인 수입이 계속 발생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찾는 게 올해 목표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하고 살아내고 있는 중이다. 


이런 이유로 요즘은 메인 업무 외에 다양하게 해 볼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시간은 많은데 돈의 여유가 없어지는 현실을 바라보고만 있으면 안 되지 않나! 이겨내야 하지 않겠는가? 

프리랜서로 살기로 결심하고 메인으로 해야 하는 일은 있지만 사실상 그 일을 하루종일 한다고 해서 그 일을 한 시간만큼 비용이 정산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3개월 차 일을 해보면서 메인 일 외에 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도 필요하고 시간을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꽤나 크게 들었다. 그래서 프리랜서로 메인으로 하는 외에 숲놀이, 책놀이 관련 자격증 수업도 듣고 있고 브런치에 글도 써보고, 인스타그램도 해보고, 유튜브 검색에 부업, 부수입이라는 키워드도 종종 눌러보며 자유로운 시간을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인 틀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요즘은  좌담회와 설문조사 참여도 간헐적으로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신청을 하면 선발이 되는 경우도 있고 안 되는 경우도 있는데 선택이 되면 3만 원~5만 원 정도의 참석비를 받고 2시간 정도 좌담회를 하고 온다. 고정수익이 없는 나에게는 얼마나 단비 같은 수익인지 모른다. 좌담회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몇 번 한 적은 있었는데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직업을 쓰는 란이 있는 게 아닌가? 직업(구체적으로) 써주세요라고 적여있는 문구에 멈칫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직장인(사무직)이라고 썼는데 지금은 뭐라고 써야 할까? 구체적으로라는 말에 '아 뭐라고 써야 하지? ' '프리랜서라고만 쓰면 안 될까?' 사실 뭐라고 써도 상대방에서 그걸 가지고 따져 묻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작은 문구에도 뭔가 나를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드는 건 프리랜서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긴장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구체적으로라는 단어에 막힌 나의 손가락은 이내 ' 프리랜서(헤드헌터)'라고 써 내려갔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헤드헌터라는 말을 사람들이 알까? 얼마 전에도 좌담회 참여를 위해서 확인하는 전화를 받았고 담당자분이 직업이 프리랜서라고 쓰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냐고 묻길래 헤드헌터일을 한다고 했더니 그게 무슨 일이라며 나에게 설명을 요청한 적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프리랜서라는 말 안에는 정말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직장인도 그 안에 다양한 직군이 있듯이 프리랜서도 그 안에 어마어마한 종류의 업이 포함되어 있는데 나는 그동안 직장인이라는 프레임 안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있었던 것 같다. 


헤드 헌터라는 일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보니 프리랜서라는 직업 뒤에 헤드헌터라고 쓰는 게 묘한 긴장감을 불러온다. 프리랜서(작가)라고 쓸까? 출판작가는 아니지만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으니 작가라고 하는 게 거짓말을 아니니깐?.. 그래서 나는 사실 신청란데 프리랜서(작가)라고 쓰고 말았다. 

직업을 구체적으로 쓰는 게 이렇게 고민할 일이라니 한참을 작가 vs 헤드헌터로 이랬다 저랬다 한 내 모습에 허탈한 웃음이 난다. 프리랜서라는 업을 가진 것은 맞는데 내 업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에 묘한 오기가 생긴다. 헤드헌터라는 일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내가 잘 해내면 되는 거 아닌가? 업무에 대한 고군분투는 현재 진행 중이며 이일에 대한 확신과 앞으로 나의 중년을 위한 살아갈 길을 찾는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브런치를 연재하지 않았으면 일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나서 글을 쓰고 있지 않았고 아마 정확히 미뤘을 것 같다. 연재가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새삼 느끼며 일주일에 한 번씩 나를 꺼내 글을 써내려 가며 나는 이 생활을 이 시간을 잘 보내보려 한다. 헤드헌터, 책놀이, 숲놀이 자연스럽게 늘어가는 일상이 나의 삶을 만들어가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놓지 않도록 우당탕 열심히 살아가고 써 내려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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