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시간 속에서
회사생활을 할 때는 시간만 있으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하루를 꽉 채워서 살 수 있을 것 만 같았다. 그래서 늘 회사 때문에 라는 핑계를 대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나의 생활 패턴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시간이 없어서 그런 거다라며 늘 나는 나와 타협을 했던 것 같다.
'회사에 얽매여 있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나는 정말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인데 회사 때문에... '
사실 이제는 진짜 회사를 접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고 내가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는데 나는 여전히 자유롭고 안정적인 삶을 원하고만 있지 실장 내 삶에서는 넘치는 시간을 컨트롤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만 같고 알찬 하루라기보다는 시간에 치여버린 야근을 하고 돌아올 때의 느낌보다 허무할 때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어쩌며 그건 일을 하고도 수익이 없다는 냉정한 프리랜서의 세계 그 프리랜서 중에서도 헤드헌터라는 세계 때문이 아닌가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선언을 한지가 6개월에 접어든다. 사실 3월 ~5월은 프리선언 초반이기도 했고 회사를 벗어난 자유에 취해 헤드헌터일과 함께 나의 자유를 좀 더 누리고자 수영을 배우고 책놀이 수업을 들어 보기도 하고 일에만 몰입한다기보다는 이 자유로운 시간을 조금은 다양하게 쓰고 싶은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헤드헌터를 통해 나오는 석세스가 없자 예전과 같은 불안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수영을 하다 살짝 어깨를 다치면서 수영도 그만하게 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주변을 정리하고 7월 한 달 집에서 일만 하기 시작했다.
무섭도록 집중했고 남편이 7시 30분에 출근하면 그 때문에 일을 시작해 남편이 돌아올 6시쯤에 일을 멈추고 저녁을 준비하고 그리고 저녁시간에 다시 서재에 들어가 일을 했었다. 한 달을 그렇게 살았으면 성취감이 들어야 하는데 아니러니 하게도 점점 허무했다. 그렇게 몰입을 해서 해도 업무에 대한 결과가 바로 나오는 일도 아니고 7월 한 달이 아무 성과 없이 허무하게 지나가니 멘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얼마 전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온 나를 보며 내가 왜 이일을 선택했으며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덜컥 겁이 났다.
3월-5월은 어쨌든 이 헤드헌터라는 생황 프리랜서라는 생황을 받아들이고 나름 여유를 가지고 즐겼던 것 같고 6-8월은 24시간 중에 정말 잠자는 시간은 빼고 일에 몰입을 했었다. 하지만 이 일은 바로바로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며 최소 한 달 반 그리고 길게는 3-4개월도 걸리며 합격을 했다가도 나올 수 있고 결과를 내가 장담할 수 없는 일이 더 많다 보니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동안의 회사생활은 프로젝트를 가지고 지정된 날짜가 있을 수도 있고 어쨌든 정해진 기안내에 성과든 뭐든 결과를 만들어 내면 되는 것이고 정확한 급여 날짜가 있었지만 이 일은 내가 적당히 하든 최선을 다해서 몰입을 하든 실패의 당락에 따라 수익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기에 성공을 하면 기쁨이 배가 되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없으면 허무하고 나 자신이 못해서인가 하는 자책감도 들게 된다. 어쩌면 초반에는 뭣도 모르는 상황이니 너무 자신감이 넘쳤고 그 자신감안에서 결과가 점점 나오지 않고 수익이 없는 상황이 길어지니 나는 점점 스스로를 절벽으로 밀어 넣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멘털은 잡은 건 일을 열심히 해서도 누군가 멋지게 합격을 해서도 아니었다. 의외의 시간에서 나왔다. 최종에서 떨어졌던 지원자에 대해 한 회사에서 다시 검토를 해보고 그 지원자가 원하면 추가 합격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받고 나서였다. 사실 이 상황은 지원자 입자에서는 좋아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떨어뜨리고 다시 붙이는 건 결국 고르다 고르다 이런 거야? 하며 부정적으로 받아 드릴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지원자는 너무 긍정적이었고 솔직히 첨엔 안 좋은 생각도 했지만 기회를 놓치는 것도 바보 같은 것이고 결과적으로 최종합격은 본인인 것이니 즐겁게 생각하겠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날밤에 나도 마음이 달라졌던 것 같다. 아등바등 내가 용을 쓴다고 모든 게 되는 게 아니라 예상치 못한 기회가 나를 더 좋은 길로 이끌 수도 있고 결국 그 기회는 내가 선택해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맘이 앞섰다면 그 지원자도 기회를 놓치고 계속 불합격을 하는 시즌이 온다면 그 놓친 타이밍마저도 후회하면 힘들어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일이 잘 안 되니 자꾸 앞으로 나갈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뒤돌아 내가 돌아온 길에 어느 타이밍에서 내가 놓쳤던 기회를 시간을 바라보며 후회만 하고 있었던 같다. 넘치는 시간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기만 했지 정확한 타이밍에 빠져나올 생각은 못했던 거다. 최종 합격을 하고 입사를 하면 당연히 나에게는 드디어 수익이 발생하니 이토록 좋아하는 것일 수 있지만 정말 지금의 맘은 그 친구 덕에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나아가다 보면 조금은 다르지만 기회는 계속 열린다는 긍정정인 빛을 본 셈이다.
여전히 나는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긍정 회로를 돌려보니 이 길을 왔기에 나는 이제 직장인으로서의 시각이 아닌 프리랜서로서의 나로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하기에 그 길을 따라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고 있었다. 책놀이 수업도 그리고 헤드헌터를 통해 해 볼 수 있는 직업 관련 코칭 교육자도 헤드헌터라는 프리랜서의 길을 오면서 앞으로 같이 해볼 수 있는 일들이 꽤 만다는 걸 찾아내고 있는 중이다.
수익이 0원이라는 척박함때문에 멘털이 흔들렸고 불안함에 연속이었지만 오늘도 이 고비를 잘 넘어 새로운 길을 따라 최선을 다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직장인이었을 때보다 더 오래 책상에 앉아 있어도 월급이 쌓이지 않지만 이 시간들이 모여 어느 지점에서 빛나줄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우당탕탕 한주를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