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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별 Aug 18. 2024

한우물을 파지 않아도 괜찮아

여러 개의 물길을 만들어보다. 

회사를 다니는 기간에는 늘 회사를 다니면서 할 수 있는 일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현재의 상황에 맞게 되는 것이 당연했었다. 어쩌면 하나의 길을 계속 파면서 그 옆에 작은 길이라도 혹은 흘러나오는 물줄기라도 찾으려고 아등바등 애를 썼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직장인이라는 월급이라는 타이틀이 없이 온전히 다시 시작의 길에 서고 보니 시작부터 여러 개의 길을 파도 크게 상관이 없다는 걸 이 길들이 가다가 다시 모일수도 있고 다른 길로 흘러갈 수도 있고 어디로든 길이 있다는 게 아주 조금씩 보였다. 예전에는 큰 물줄기를 타고 가면서 다른 물줄기를 만들 생각만을 했다면 이제는 시작부터 여러 개의 물줄기를 파서 이 길들이 모이든지 흩어지든지 다양하게 갈수만 있다면 뭘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초 덜컥 시작해 버린 프리랜서의 시간들을 6개월 남짓 꾸역꾸역 만들어 오다 보니 헤드헌터라는 하나의 물줄기만 팠던 초반과는 다르게 자꾸 나는 새로운 길들을 파고 있었다. 헤드헌터와 비슷한 것을 통해 그 안에서 물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해보며 프리랜서라서라는 이 시간들을 적극적으로 쓰고 있었다. 직장인이었다면 '에이 뭘 또 새롭게 더해 ' 하며 이내 포기했을 테지만 지금은 제대로 된 나의 타이틀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보니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거라면 뭐라도 해볼 수 있지라고 마인드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예전에 막연히 생각했던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이제야 제대로 써내 보게 되었다. 


그래서 헤드헌터 일을 하는 틈틈이 시간을 쪼개어 아동책놀이 지도사 자격증, 아동 숲놀이 지도사 자격증을 따보며 아이들을 가르쳐 보는 것에 대한 작은 물고를 열어보고, 고민을 계속하다 보니 외국인을 아이들도 가르칠 수 있고 요즘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니 외국인을 가르칠 수 있는 일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계속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생각해 보니 30살 무렵 나는 연세어학당에서 외국인들을 가르친다는 것을 알았고 그 일을 하려면 한국어교원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이건 한국어학과에서 관련 수업을 듣고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준비를 하려고 했으나 회사를 다니고 있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다 그렇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거다. 그러다 프리랜서로 전향을 하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비로소 다시 머리를 빼꼼 내밀듯 내 기억 어딘가에서 반갑게 다시 생각이 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사이버대 한국어학과에 편입을 결심하게 되고 다시 대학생으로 한국어교원자격증 취득을 위해 9월부터 공부를 시작한다. 회사를 다녔다면 또 미뤘을 일이겠지만 이제는 나에게 지워진 타이틀을 다시 새로 만들어야 하다 보니 하나의 길이 아닌 다양한 길을 만들고 찾다 보니 생각보다 꽤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사에 있을 때는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그 일을 해야 하다 보니 내가 팔 수 있는 물줄기는 회사원으로서 하는 일 말고는 그저 소소한 미스트 같은 흩뿌림 들이어도 메인 길을 이어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 타이틀 없이 내가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다 보니 힘은 드는데 이것저것 그동안 생각만 했던 것들을 하나씩 파헤쳐보니 하나둘씩 길이 보이기 시작하는 듯하다. 

아직은 헤드헌터라는 일을 메인으로 하고 있지만 이일을 통해 잉여롭게 생긴 시간을 들을 좀 더 알차게 그리고 나의 미래를 위해 조금 더 자유롭고 다양하게 써볼 수 있다는 것에 희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행히 헤드헌터로 전향을 하고 처음으로 석세스를 일궈내고 프리랜서로 첫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와있다. 물론 다음 달 입사를 해야 하고, 입사 후 3개월이 지나야 공식적인 수입이 되지만 (헤드헌터 계약상 입사자가 중도 퇴사 시 반납해야 하기 때문) 그래도 지금까지 열심히 일해온 나를 앞으로 잘 해내야 할 나의 프리랜서로써의 시간에게 충분이 힘이 되는 첫 수익이기에 미소를 쓰윽 띄워 본다. 


프리랜서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어쩌면 지금까지 글들을 조금은 두렵고 낯선 나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면 앞으로는 조금 더 다양하게 시간을 써 내려가며 우당탕탕 살아내 보고 있는 프리랜서로써의 시간을 잘 남겨 보려 한다. 열심히 찾아가고 있는 나의 미래를 위한 물줄기가 조금씩 더 멀리 퍼져가기를 바라며 오늘도 뻗어 나갈 나의 길에 한 바가지 꿈을 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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