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을 찾을 수 없는 시간들 속에서
뜨거웠던 여름이 오기 전, 나와의 약속으로 매주 한 편씩은 글을 올려보겠다 다짐했는데 나는 결국 코끝에 차가운 바람이 불고 나서야 펜을 다시 잡았다. 바빴다는 핑계보다는 앞으로의 나의 일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했기에 나름의 일의 순서를 정하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은 후 순위로 밀렸다. 매주 쓰던 것도 한번 놓고 보니 기억에서 잊히는 건 순간이었다.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커피 한잔 옆에 두고 한주의 일상을 적어 내려가는 것을 습관처럼 만들고자 10주 넘게 써온 글들도 중요하다 안 하다의 잣대 앞에 후순위로 밀려난 게 지나고 보니 아쉽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다 보면 분명 만들 수 있는 시간이었을 테지만, 그땐 새로 해야 할 일들이 퍽이나 커 보였던 것 같다. 바빴었고 3개월의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른 채 시간을 가로질러 마무리된 시간 앞에 서있으니 소소했던 일요일 오전 일상이 그리워 이제야 책상에 앉아 타닥타닥 한 글자씩 다시 남기고 있다.
오랜만입니다.
첫 글자를 입력하고 보니 지난 시간 동안 나는 잘 달려 온 것인지 이제야 돌아보게 된다.
헤드헌터 일을 하면서도 고민하고 2024년을 직장인이 아닌 프리랜서로 시작했고 그 끝에서 잘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이 컸었는데 그사이 한국어학과에 편입하고 또 그사이 나는 강사양성과정에 합격해 강사로써의 길을 가고자 공부를 시작했었다. 그리고 11월 양성과정이 끝나고 나서야 한숨 돌릴 시간과 마주했다.
어쩌면 한국어학과와 강사양성과정을 시작하면서 또 한 번 새롭게 마주할 일에 대한 기대감과 도전이 나를 설레게 한 것 같다. 물론 헤드헌터, 한국어학과 강사양성 이 세가지를 다 벌려놓고 다 해낸다는 것도 쉽지 않았고 그랬기에 어쩌면 당연한 듯 브런치 글쓰기가 후순위로 밀려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꾸준함으로 계속 쌓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을 벌이고 해내면 할수록 '조급함'이라는 단어가 나의 턱밑까지 밀고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페이스를 유지하면 좋겠지만 잘하고 있는가 불안함이 생기고 그 불안함은 괜히 이렇게 일을 벌였나 하는 후회로 이어지다가도 동기들의 응원에 힘을 내자 다시 파이팅을 외치며 꾸역꾸역 수료까지 하며 시간을 보내왔다.
2024년 생애 처음으로 프리랜서라는 명찰을 달고 뛰어 왔고 여전히 프리랜서이며 그 단어 앞에 나름의 수식어를 붙이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는데 여전히 그냥 프리랜서일 뿐 아직은 스스로를 뭐라고 불러줄지 어떻게 불러달라고 하면 좋을지 어색하다. 그러는 사이 본업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도 고민한 적 있었지만 다시 조직에 들어가서 틀에 맞게 목표를 설정하고 달려가야 하는 그 일을 다시 해야 하는 것도 낯선 사람들과 다시 내적 친밀을 만들어 팀을 이끌어야 하는 일은 다시 해보자 할 수 있다!!라는 말이 나오질 않는다
프리랜서라는 이 길을 잘 가고 싶은데 빨리 가는 방법을 찾고 싶고 뭔가 바로 해내고 싶은 조급한 마음 때문에 설익어 있는 내 열매가 불안하고 초초하다. 언젠간 빨갛게 익을 것임을 알면서도 그 시간이 나에게만큼은 빛의 속도로 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 여전히 나의 발걸음은 동동거린다. 분명 열매가 한 개만 열린 게 아닌데, 나 스스로 꽃 피우고 만들어갈 열매 중에 분명 덜 익은 것도 있을 수 있지만 그 사이 탱글탱글 영글어 가는 열매도 있을 건데 나는 자꾸 설익어 있는 놈들에 시선이 간다. 무언가 바로 탁 열려서 예쁘게 영근 열매가 보이길 바라는 허무맹랑한 마음이 자꾸 생긴다.
올해도 어느덧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한 달은 브런치 글을 매주 쓰며 지금까지 해온 이 일들과 내년에 다시 해나가야 할 일들을 잘 고민해서 어떻게 해내야 할지 잘 고민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한주 한주 이렇게 기록을 하고 마음을 다 잡아가며, 차곡 차곡 천천히 쌓아가보자라고 스스로에게 조용히 마음을 건내본다. 불안해 하지말자 소소한 행복한 내 걸음 한걸음 한걸음이 차곡 차곡 모여 나의 길을 만들어 줄거란걸 잊지 말기를... 가보자 앞으로
그리고 꾸준히 쓰자 뭐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