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매일매일 친구들과 함께하며 함께하는 일상이 전부였으며 반복되는 내 삶의 일부였다.
만나고 싶으면 만나면 되고, 함께 할 일이 있으면 함께 하면 되고 당연한 듯 우리는 만나야 했고
친구라는 존재는 삶의 전부였으며 학교 생활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존재들이었다.
너와 나의 시간 안에 다른 것들이 존재할 일들은 많지 않았었다.
대학생이 되어보니
같이 나누고 공유하던 그 일상이 각자의 일상이 되어 다소 달라진 삶과 다른 사람들과도 만나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어쩌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이 아닌 너와 나의 일상을 보낼 수 있게 시간을 나눠주고 있었다.
각자의 시간 속에서 서로의 시간을 남겨둘 여유가 있을 때쯤 만나 그동안 만나지 못해 그리웠던 회포를 풀어가는 친구였다.
직장인으로 살다 보니
이제는 철저하게 각자의 공간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이 더 많아 서로의 시간을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은 채 막연하게 기다리다 가끔은 서로의 존재를 잊어버리기도 한다.
불현듯 생각나 몇 마디 던진 톡에 반갑다가도, 정확히 만나자는 날짜를 정할 수 없어 서로의 시간을 한없이 바라보며 결국 조만간 보자로 마무리될 때쯤이면
가끔은 아무 때고 서로의 시간을 나눠가지던 중고등 학생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너와 나의 시간 그 우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면서도 아무 때고 부를 수 없고 아무 때고 달려 나갈 수 없는 현재에 가끔은 너무 외롭고 너와 기울이던 그 술잔이 생각나 쓸쓸하게 퇴근을 재촉해 본다.
결혼을 하고 나니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내 집에 있다 보니, 자연스레 나는 기다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발길을 옮기게 된다.
내가 이렇듯 너도 그럴 거라 생각하며 가정이 있으니깐.. 결혼했으니깐.. 아이가 있으니깐... 어려울 거란 결론은 내려버린 채 물어보지도 않고 나는 늘 친구와의 만남을 다음으로 미뤄본다.
'퇴근하고 시간 되냐? 한잔 할래? '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너와 나의 암호와도 같았던 그 한 줄을 이제는 차마 톡에 던지지 못하고
남편과의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날이 많아지는 요즘
남편이 채워줄 수 없는
우리가 간직한 그런 추억 우리만의 이야기가 필요한 그런 날
친구야
오늘도 나는 너희들이 많이 그립다.
우리 12월엔
아무 때고 만나 아무 말 막 하며 진하게 술 한잔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