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백수로 지내고 있다. 벌이가 없어지다 보니 과다한 지출도 제한 중이다. 이미 들어가는 고정비도 만만찮아서 부수적인 비용을 줄여야 했는데, 그중 하나가 커피값이다.
직장 다닐 적에 매일같이 별다방, 무슨 다방 커피를 한잔 두 잔 사 먹었으니 커피값만 모아도, 웬만한 중고차 한대 값은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덕분에 모 커피집 사장님의 베스트 고객으로 대접받기도 했다. 괜한 오지랖 때문에 엄청나게 모은 쿠폰을 잘 쓰지 못했다. 코로나라 매출이 급감했다는 소식도 듣고 했으니...
6개월 정도 백수로 쉬면서, 아인슈페너가 먹고 싶을 때도 조금 자제하면서, 커피값을 아껴보고 있다. 일을 쉬게 된 건강상의 이유에, 자궁근종 수술도 포함되어서 평소 즐겨먹던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자제하는 중이다.
직장 다닐 적에는 각종 에이드와 프라푸치노를 그렇게 먹었더랬다. 몸을 많이 쓰는 일은 아니었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데에도 단 걸 먹는 게 꽤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이었고, 덕분에 1년 사이에 10킬로가 쪘다.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를 찾아다니는 일은, 어딜 여행하거나 데이트를 하면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외식도 자제할 수밖에 없었고 카페도 마찬가지로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잘 안 가게 되었다.
정 먹고 싶으면 가끔 시켜먹긴 했다.
본격적으로 커피값을 줄인 것은, 백수가 되고나서부터다.
한잔에 4,000~7,000원, 디저트까지 하면 15,000~20,000원이니... 백수에게는 꽤 부담스러웠고 그 돈으로 많은 다른 것들을 할 수 있었다.
저렴한 1,000~2,000원의 커피를 사 먹는 일도 관뒀다.
사실 집 밖을 정기적으로 나갈 일이 잘 없을뿐더러, 그나마 가는 곳도 동네 뒷산, 헬스장 같은 곳이다.
그래서 보통 오전 시간에 집에서, 아침식사와 설거지를 끝내고 나서 인스턴트커피를 타 먹는다.
보통은 블랙을 먹는데 그마저도 디카페인이다. 그런데 100프로 디카페인은 없다 보니, 어쩔 때는 마시고 나면 두통이 있어서 작은 포는 1/3 정도, 큰 포는 1/5 정도만 타 먹는다. 맛은 어떨 땐 보리차 같다. 나머지는 빙글빙글 돌려서 빨래집게로 살짝 집어 놓는다. 뭐, 이런 인스턴트커피들도 마냥 저렴하지는 않다. 그래도 내가 먹는 건, 30포에 만원 정도. 한포를 거의 3~5번 정도 먹으니... 어떻게 보면 자판기 커피보다 더 싸다.
백수에게는 커피도 사치일 수 있으나, 이렇게라도 회포를 푼달까...
기본 씀씀이가 크다 보니 지출은 쉽게 줄어들진 않았다. 그래도 최근에는, 가급적이면 충동적인 소비를 줄이려 하는 중이다. 특히 커피 등 음료는, 사서 채 다마시지도 못하고 버리는, 어떻게 보면 돈을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엄마께서도 매번 잔소리를 하셨지만, 이런 게 습관이 되어 쉽게 고쳐지진 않았다.
제때 다 못 마신 커피 컵을 들고, 여기저기에 짐처럼 들고 다닌 적도 있다. 핑계라면 천천히 마시는 것을 좋아한달까.
매번 '연하게'나 '덜 달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돈 낭비였다. 대부분 카페에서 연하게 한다고 값을 깎아주진 않는다. 2샷을 0.5~1샷으로 해도 가격은 마찬가지다.
이런 점도, 인스턴트커피로 먹으면 스스로 농도 조절이 가능하니 좋다.
그렇다고 카페를 아예 안 가진 않는다. 가끔씩 원두를 내린 커피맛(?)이나 디저트가 당길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