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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중단해보았던 육식

아마 10년도 더 넘은 일인 듯

by 박냥이

고교시절, 과자에 대해, 육식에 대해 고발하는 서적을 몇 권 읽었는데, 그중 육식에 대한 서적은 존 로빈스의 책이었다.(과자는 찾아보니 안병수님 서적) 존 로빈스에 대한 정보는 교보문고 어플에 있는 정보로 대신한다.

출처-교보문고 어플에서 '육식의 불편한 진실' 저자정보

그래 베스킨 로빈스 할 때 그 로빈스와 관련이 있는, 아니 어쩌면 베스킨 로빈스의 사장이 될 수도 있었던 인물이다.

책을 읽은 지 벌써 10년이 지나서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창업주인 베스킨과 로빈스 모두 각종 성인병을 앓다가 생을 마감했다는 내용도 있었던 것 같다.

기억나는 내용은, A4용지 만한 크기의 닭장에 갇혀서 사육되는 식용닭들의 모습과, 도살장에 관한 몇몇 잔혹한 묘사와 사진들이다.


항생제 주사를 돼지의 목에 놓기 때문에, 기름기가 많아도 목살보다 삼겹살이 낫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있다.

뭐, 자세한 건 모르지만 항생제가 꼭 목부분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기도 할 테고.. 우리 집에선 지금도 목살을 많이 먹는다.

여튼 고교시절 읽은 그 책으로, 기숙생활을 해서 삼시 세 끼를 급식실에서 해결했던 나는 고기반찬을 다 빼고 먹는, 다소 아이러니한 식이요법을(내가 하는 일은 육고기 소비를 줄이기보다, 음식물쓰레기를 양산하는 과정이었으므로) 한 달 정도 시행했다. 아, 내가 남긴 고기반찬들은 대개 식사를 같이 하던 친구들의 몫이 되기도 했다.

그동안 특별한 변화가 있었기는 했다. 먼저 피부톤이 한결 밝아졌고, 몸도 가벼워지는 듯했다. 소화도 한층 잘되는 것 같았다. 어느 날엔 양껏 배급되는 고기반찬을 억지로 다 안 먹어치워도 되니 책상머리에 앉아있을 때 속도 편하고, 살도 조금 빠졌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평소보다 짜증도 조금 줄었던듯하다. 아마 그 식이요법을 평생 할 거라고 생각했었겠지만, 불과 몇 달 후 나는 다시 고기를 먹었다.

아마, 그 이유는 본가에 와서나 고교 근처에서 종종 만나곤 했던 가족들의 설득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가뜩이나 평소에 고기반찬을 잘 먹지 않고, 비용적인 면에서 특별하게 영양보충을 할 목적으로만 고기를 사 먹고 했기에, 그런 조금의 육식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내 모습이 부모님 눈엔 영 걱정스러웠나 보다. 그리고 교과서에는 여성의 빈혈을 대비한 철분 섭취에는 고기가 좋다는 얘기도 나오고..


육식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쉬웠다.

'이제 고기 다시 먹냐'하는 친구들의 다소 아쉬워 보이는 듯한 질문들과 함께. 아, 나중에야 채식주의에도 종류가 많은 것을 알았는데, 참고로 고교시절엔 생선이나 계란까진 먹었다. 아마 콩고기도 대학교 시절에 접해보긴 했다.

그것도 이내 시들해져 버리긴 했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아무 생각이 없다.

고기반찬은 일주일에 많으면 2-3번 정도 밥상에 오르고, 종종 치킨을 시켜먹거나 소고기를 사 먹기도 한다.

간만에 소고기를 얻어먹으면 괜히 힘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의 짧은 채식주의는 그렇게 10년 전, 종료되었다.

굳이 시도하지 않아도 밥상에 채소반찬만 다섯여섯 가지가 오른다. 여전히 고기는 특별한 날에만 먹는다. 웬만한 고기반찬보다 느타리버섯볶음이 좋다. LA갈비를 뜯진 않지만 소고기 양지를 조금 넣은 뜨끈한 미역국을 후루룩 마신다. 존 로빈스가 쓴, 사육동물에 대한 배려가 적은 그런 부분들은 개선되어야겠지만.. 나의 10년 전 불과 몇 개월의 채식주의로 그들과 의견을 같이 하는 양 행동하기도 과분한 구석이 있다.

여튼, 그래도 가급적이면 감사하며 음식을 먹는다. 전복 해삼 멍게 이런 친구들에게도 나지막이 감사하는 마음을 읊조린다.

'제 배를 채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생선님 /소님/돼지님/닭님/냉이님/미나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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