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다닐 적 근처에 어르신주간보호센터가 꽤 많았다. 직업 특성상 그곳에서 일하는 조무사(?)분들과 마주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중 한 조무사분은 꽤 생색을 냈었고, 매번 어르신들의 소비에 대해 자기 번호로 현금영수증을 끊어댔다. 아, 필자의 직업은 사회복지과와 관련된 직업은 아니다. 그저 그쪽의 도움을 받는 어르신들을 대할 일이 왕왕 있었을 뿐.다큐3일 같은 프로에서는 가끔씩 쪽방촌이나, 고시원 같은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사는 이들의 삶을 다룬다. 이들 프로의 느낌에 대해 체감이 안된다면 오래전 방영된 '다큐3일 고물상편'도 눈물 흘릴 준비 하시고 한번 보시는 걸 추천한다. 아마 유튜브에 있었던 것 같다.
남친은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1급 자격증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외국만큼 그전공의 직업들이 대접받지 못하는 등 여러 기타이유로(자세히 물어보지 않아 모르겠다) 대학 졸업 후, 전공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 업무에 종사 중이다.
그 방면에 무지했던 나는, 요즘 들어 부쩍 많이 보이는 주간보호센터 같은 시설에 사회복지사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다름이 아니라, 전 직장의 사장님과의 얘기에서, '00님, 요새 주간보호센터 많이 생기는데, 저도사회복지사 한 명 고용해서 그런 시설 하나 만들걸 그랬어요.'
평소에 '돈이 되지 않는 일은 관심도 없다'라고 대놓고 말하는, 지금의 업만으로도 월 몇천은 거뜬히 버는 사장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자세한 내막은 모르나 노약자들의 복지비가 100프로 다 당사자를 위해 쓰이진 않는 느낌이 들었다. 뭐, 당연히 어떤 사람이더간에 무료봉사만 하며 자신의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겠으나, 약간 그런 게 당연시되는듯한 사회가 조금은 아쉬운 부분도 있다.(이렇게 말하는 상태에서도 정확히 구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모른다.)
제목에 대가 없는 도움터라고 썼으나, 솔직히 그런 부분들에 대해 대가라고 일컬어도 될지도 한편으론 애매하다. 사회 전선에서, 없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뛰는 수많은 이들에 대해 괜히 부정적인 시선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일단 그런 비판은 접어두고서 '내가 꿈꾸는 것'에 대해서만 적어보려 한다.
내가 일할 직장은, 앞으로 어쩌면 더 많아질 노인인구를 주로 대면하는 일이고, 사소한 것 하나도 젊은 사람들보다 느리고 어려움에 부딪치는 그들을 조금이나마 도와주고 싶달까.. 그래서 만약 가능하다면 사회복지과를 나온 남친과 함께,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돕는, 그리 거창하거나 크지 않은 소소한 도움터를 만들고 싶다. 자신이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기회가 있음에도 그 기회를 모르거나 흘려버리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이 방면에서 나보다 더 잘 아는 남친의 도움을 받아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더, 물질적으로라도 나아질 수 있게 그런 기회들과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싶다.
비단 이런 물질적인 지원을 돕는 일뿐만 아니라, 사소하게 울 엄마도 어려워하시는 스마트뱅킹을 이용하는 것을 돕는 일이라든가,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는 방법이라든지..
정말 작은 일 중에서는, 바늘구멍에 실을 끼우는 일 같은 것도 도와드리고 싶다. 그런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 어려움을 겪으실 수 있는 어르신들이 대가 없이 들렀다가 쉬었다가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물론 어르신들이 무조건 그렇게 느긋하고 자상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님을, 그동안 직장에서 수많은 어르신들을 대면하면서 알기도 했지만.. 나보다는 똑 부러지고 냉철한 면이 있는 남친과 함께라면 종종 억지를 부리는 진상들과 마주쳐도 덜 힘들 것 같다.
물론 이것은 꿈이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일일 수도 있다.
그래도 글이라도 써보는 게 어딘가..
목욕탕 셔틀버스도 만들어서 목욕탕이 폐업해서 없어진 곳이나 외지의 어르신들을 다 같이 태우고 목욕탕에 가는 서비스도 생각해봤었다. 특히 자녀들의 도움을 받기 힘드신 분들에게는 꽤 도움이 되지 않을까..
백수라서 더욱더 공상을 많이 하게 된 내가, 어르신들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직장에서도 같이 일하는 직원분들이, '00님은 할머니들 편애하시잖아요.'라고 했던 말도 떠올려보면..
나는 올해 서른이지만, 같은 나잇대의 사람들보다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들이 더 편한듯하다. 아마 아주 어린 시절에 외할머니와 함께 한 소박한 추억들 때문일까.. 아니면 즐겨보는 6시내고향, 김영철의동네한바퀴, 다큐3일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할머니들과 친구처럼 티브이를 사이에 두고 대면해서 그런 걸까..
이미 나의 미래 일터의 이름은 정해 놓은 터, 여유가 된다면 옆에 작은 공간을 두고 어르신들이 자잘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같이 운영하고 싶다. '대가 없이'라고 썼지만, 그렇게 불가피하게 나의 업과 도움터를 같이 하다 보면, 꼭 물질적 대가는 아니더라도 정신적으로 참 풍요로워질 수 있을 거 같기도 하다.
최근에 '다큐3일 쑥섬편'에서 보았듯, 정년을 맞은 부부가 서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글을 써서 주고받았는데, 둘 다 똑같이 1번이, '사회에 이로운 일을 하자'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