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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두 번이라면?

상상 속 플랜 B

by 박냥이

원래 예정되어있던 점심 약속이 취소됐다. 저녁 약속은 가족과 함께 하기로 꽤 오래전부터 예정된 상태. 점심의 플랜 A의 취소로, 플랜 B를 하려니 이미 가족과의 저녁 일정이 잡혀있어 플랜 B는 조금 불가능해 보인다.

플랜 B라 함은, 등산모임 일정이다. 근교의 영남알프스를 간다 하니 선뜻 참여가 쉽사리 안된다.. 일단 나는 일개 초보등산러이므로..

게다가 일정이 저녁 약속인 오후 4시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고민하다 그냥 몸도 편하고 마음도 넉넉하게 집에서 쉬기로 한다.

삶은 알다가도 모를 일, 갑자기 한의원을 가신다는 엄마를 따라 나와서 오랜만에 친이모도 뵙고 이종사촌언니들까지 보고 왔다. 역시 가까이 살면 어떻게든,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보게 된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 약속을 잡았던 주체인 동생이 외식 일정을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것으로 대체하자고 한다.

예상치 못한 오랜 시간의 외출 끝에 다소 피곤했던 나와 엄마는 오케이 했고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그런 일정 사이사이에 등산모임의 단톡에서 실시간의 소식들이 전해져 왔다. 어디에 갔고 누구가 갔고.. 그런 소식들이 사진으로 올라왔다. 밤 8시 반 아직까지도 뒤풀이 일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아, 어쩌면 내가 참여했다면 조금, 아니 많이 힘든 일정일 것이라 느껴진다.

작년 말 갑상선암 수술 후, 체력이 저질체력이 되었다.

오후 4시 정도가 되면 몸이 축 처진다. 그 시간에 사람이 붐비는 마트라도 가면 몸과 정신이 깔아진다.. 갑상선 저하증이신 엄마도 내가 이러기 훨씬 이전부터 이런 증상이 있으셨는데, 엄마 말마따나 꽉 막히고 밀폐된 공간 안에서는 이런 증상이 더 심해진다라고 하시더라..

어떤 일정이든 힘들긴 마찬가지였겠다만, 그래도 아예 남인 사람들보다 가까운 사람들과 시간을 보냈기에 나름 알찬 하루였다. 반대로 등산에 갔더라도 즐거웠다고 위안할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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