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1/7. 나 6/7
지난해 말에 취직을 한 동생은 퇴근 후 한잔 걸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래도 이성을 잃을 만큼 많이 마시진 않는데, 술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매번 모녀는 잔소리를 한다. 동생이 몸을 못 가눌 정도로 과음을 하는 경우는 잘 없다. 가끔 주말마다 치킨을 시켜먹거나 하면 동생은 소주나 맥주, 엄마는 맥주, 술을 잘 먹지 않는 나는 콜라를 먹고는 했다. 어제는, 가족끼리 저녁 외식 일정이 취소되어 시골에 가 계신 아빠를 제외하고 나머지 식구끼리 치킨을 시켜먹었다. 엄마는 오전에 한의원에 다녀온 터라, 남매가 술을 못 드시게 권고했던 상황. 그 와중에 나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전에 사놓은 칭다오 한 캔을 가져왔다.
동생은 몇 시간 전 모녀가 자신의 부탁을 받고 사온 한라산을 가져온다.
맥주캔 '큰 사이즈'는, 평소에 술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에겐 좀 벅차다. 작은 캔이 더 낫긴 하나, 큰 캔의 맥주 가짓수가 더 많아서 원하는 상표의 맥주를 먹으려면 어쩔 수 없이 큰 캔을 골라야 할 때가 많다. 사실 맥주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대략 10년 전에 아사히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고.. 일본 맥주를 구하기 힘들어지면서부터는, 호가든 로제나 써머스비 같은 달달한 맥주를 마시는 편이다. 간간이 KGB나 블랑 같은 것들도. 흔하고 저렴한 맥주는, 약간 비린 맛이라고 할까.. 그런 맥주 특유의 냄새 때문에 기피하는 편이다.
티브이에는 불후의 명곡이 하는 시간, 치킨에 불닭에 서비스로 온 누룽지까지. 세 식구의 먹방이 시작된다.
동생과 나는 엄마를 사이에 두고 않았고, 그리 친밀한 구석이 없는 남매지간이라 술잔을 특별하게 부딪히며 먹진 않고, 나는 콜라를 먹는 것 마냥 조금씩 천천히 마실 뿐이다. 그런 와중에 동생은 소주 몇 잔을 거뜬히 비워내고, 한라산 한 병을 더 가져와서 또 우리에게 한소리 들었다.
치킨을 안주로 먹는 맥주가.. 맥주를 잘 마시지 못하는 나에겐 중간중간 치킨을 양껏 먹었음에도 맥주는 남아돌아서 처치 곤란한 지경이 되었고, 결국 배가 불러서 약간의 맥주를 남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주로 불닭을 곁들여서 먹는 동생의 소주는 계속 비어 간다. 내일은 일요일, 가끔 동생은 이렇게 주말일 때(다음날 출근을 하지 않을 때) 평소보다 과음할 때가 있다. 중간에 동생이 리모컨을 뺏아서 자신이 늘 듣던 음악들을 유튜브에서 튼다.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서 우리들도 다 아는 조금 지루한 음악들.. 삼성 핸드폰이라서 티브이의 음량을 리모컨 없이도 조절할 수 있는 나는, 동생이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살짝살짝 볼륨을 낮춘다.
들을 만큼 노래도 실컷 듣고 나른해진 동생은 애꿎은 엄마한테 찰싹 들러붙는다. 평소에 내가 자주 하는 행동.
일주일 7일 중, 내가 6번 그러면 동생은 1번 정도만 엄마한테 어리광을 부린다. 동생이 그러는 날에는, 나는 평소와는 달리 '모자지간'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편이다. 엄마는, '애들이 사랑을 못 받고 자랐나.. 와이리 칭얼거리노..'라고 하시면서 '마, 안아줘라, 신생아 안듯이.'라는 내 대답을 듣고서는 덩치가 엄마보다 큰 동생을 포옥 안아준다. 평소라면, '남아 선호주의' 드립을 쳐가면서 질투를 잔뜩 냈을 터인데, 이런 날에는 나도 가만히 있으면서 신경을 다른데 두는 편이다.
동생은 아마 초등, 중학교 시절에, 엄마도 아빠 간병한다고 집 밖을 나가 있는 시간이 많았고 누나도 외지의 고등학교에 가버려서 꽤나 외로웠던 때가 있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사진관에 혼자 가서 울면서 증명사진을 찍어야 했던 일도 있고 해서.. 가족들은 내심 미안한 생각이 있다.
동생은 어려서부터 꽤나 울보였기 때문에, 동네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아서 여자인데도 다소 터프한 성격으로 우두머리 무리였던 누나와는 다르게, 제일 어린 나잇대에 속했고 툭하면 울어서 무슨 놀이를 할 때도 항상 깍두기를 담당했다. 놀이라 함은, 숨바꼭질이나 놀이터에서 누워서 빙빙을 타면서 신발을 줍는 게임 같은 것이었다.
여튼, 작년 말부터 일을 쉬고 있는 나는, 일주일 중 거의 일주일을 엄마한테 찰싹 붙어있는 게 일상이지만(엄마는 종종 귀찮아하시지만) 동생은 누나와는 반대로 취준생에서 직장인이 되었고.. 원래 성격도 조금 조용한 편이라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엄마한테 달라붙는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적어도 일주일/이주일 중 하루 정도는 동생이 엄마한테 칭얼거려도, 질투나 방해를 하지 않고 잠자코 두는 편이다.
뭐, 엄마가 고생이지.. 애정결핍 남매 때문에.. 징그러운 28살 30살이..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