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는, 견주 말고는 귀여운 용어가 없나
남친과 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개냥이를 제외하고, 흔히 사람들에 대해서도 강아지과, 고양잇과 나누곤 하는데, 굳이 따지자면 나는 강아지과이다. 그나마 사람이라서(?) 친한 사람들에 대해서만 칭찬과 애정을 갈구하는 스타일이다. 마음속으로는 고양이처럼 살길 원하지만.. 천성이 이러니 쉽지는 않다. 엄마가 '오냐오냐', '우쭈쭈'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엄마가 안 해주면 칭얼거려서 받아내고야 만다..
우리 집 뒷동산에는 오후 시간대에 강아지와 견주들이 많이 보인다. 강아지의 품종도 제각각. 큰 강아지~ 작은 강아지 구분이 없다. 그렇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무조건 좋지만은 않은 것이.. 여기저기 개똥 테러를 해놓고 도망가버리는 견주들 때문이다. 그저 '거름이 될 거라' 생각하는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목 곳곳에 단지 흙과 풀로 이루어진 땅이라서 그런지 내버려 둔 개똥들 때문에 조금만 부주의하게 걷다가는 개똥을 밟기 십상이다. 그나마 그런 '길가의 개똥'들은 나은 편인 게.. 어떤 견주들은 길 한복판에 그것을 내버려 두고 가기 때문이다.. 이는 아마 그곳의 관리인 아저씨든, 아니면 좀 더 깔끔한 사람들에 의해 다음 날이면 치워져있긴 하지만.. 그곳이 이전과 같이 흠 없는 상태로 돌아오진 않는다.. 그래서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온 이들에 대한 나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나도 미래에 견주가 될 계획도 있지만.. '저건 좀 아닌 것 같다.'하고.. 미래에 혹시 견주가 된 나를 보는, 불편한 누군가의 시선도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다.
여튼 잡다한 서론이 길었지만.. 결국 나와 남친은 만약 결혼한다면 고양이를 키울 생각이다. 형편이 되면 강아지까지. 고양이를 1~2마리 제일 먼저 생각하고 있다. 낯부끄러운 일이긴 하나, 남친은 자신의 손톱 손질을 내가 해주는 것을 좋아하는데(마치 애완동물처럼....) 그래서 어제 한소리를 했다. '내가 오빠 손톱 깎아주니까, 나중에 고양이 키우면 오빠야가 고양이 발톱 관리해라.' 풀 죽은 남친이 하는 말, '그냥 고양이 키우지 말자.'
하하.... 겨우 그 정도에 포기할 계획이었느냐... 혼자 생각하다 말았다. 제대로 키우지 못할 거라면 안 키워야 할 것이다. 만약 키운다 해도 왠지 고양이의 발톱을 손질하는 일은 내 몫일 것 같다. 아직은 고양이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고양이들은 스크래쳐(?)도 있는 것 같고.. 발톱 관리에 대해선 정확히 공부해봐야지 알 것 같긴 해도.. (글 쓰는 중에 검색해보니) 2~3주에 한번 정도 관리를 해주면 될 것 같긴 하다. 키워봐야 알겠지만..
발톱 관리에 대한 블로그 포스팅을 보다가, 고양이가 나오는 영상을 보고 '귀여워~'라고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안 귀여운 고양이는 없겠지?
친한 언니 한 명도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우는데, 오늘 브런치에서 읽었던 글의 내용과 비슷하게 첫째는 시크하지만, 둘째는 개냥이이다. 아마 첫째는 유기묘, 둘째는 분양묘(주인이 못 키우게 되어서 언니가 받은 케이스)이다. 나도 만약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우게 된다면 유기묘랑 유기견을 데려올 것이다. 다른 언니 한 명은 집에 고양이가 최소 다섯 마리나 된다고 들었고,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엔 풀숲에 버려진 아기 고양이를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었다. 언니는 고양이들을 위해서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벌어야 하는 웃픈 상황이다. 미래에 나도 그렇게 될 수도..
이웃 이모는 큰 강아지를 키운다. 하얀색 진도랑 비슷한 친구인데, 이모가 지극정성으로 키우다 보니 매번 볼 때마다 털이 번지르르하다. 간식도 웬만한 사람 간식 저리 가라 할 정도. 소고기를 말려서 이모가 직접 육포를 만드신다고 들었다. 나도 자주 못 먹는 소고기를.. 아마 그 친구는 전생에 꽤 업적을 쌓아서 이모 댁 식구가 되었나 보다.
넓은 마당이 있지 않고 산책을 매일 나가지 못한다면 강아지는 못 키울 것 같다. 강아지는 넓은 마당에서 뛰놀게 하고 싶으니까.. 그런 전원주택이 있다면야 몇 마리든 못 키우겠는가.. 고양이들도 나와서 햇볕도 쬐고..
남친은 최근에 고양이를 키우는 친척집 방문을 통해, '고양이와 함께 사는, 고양이를 위한' 인테리어를 보고 왔다고 했다. 여기저기 뛰어오르고 들쑤시고 다니는 고양이 맞춤 인테리어. 나중에 고양이를 키우게 된다면 한번 공부해보려고 한다.
만약 데려오는 친구가 성격이 나처럼 개냥이 같다면.. 조금 부담스러울지도 하고 상상해본다. 그래도 마냥 시크하기만 하면 조금 아쉬울 것 같기도 하고.. '애~옹~'하고 눈을 감고 앉아서 옆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고된 삶에 큰 위로가 될 것 같은 느낌..
주말에는 고양이보다 더 뒹굴거릴 듯.. 고양이가 봤을 때, '이 놈의 집사가 설마 동족인지' 의심할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