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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만 보고 지나갔으면 큰일 날뻔했다

작고 귀한 생명 하나

by 박냥이

엄마의 심부름으로 몇 년 동안 안 입는 옷가지를 버리러 나오는 길, 입구 경사로에 새 한 마리가 누워있다. 으아, 죽은 건가... 아무래도 사람의 발길, 택배기사님 카트, 여러 집의 무거운 구루마들이 오고 가는 그곳에 방치해뒀다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조류독감이나 기타 전염병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새를 살짝 들어 땅바닥이 아닌, 턱 위에 올렸더니 부르르 떤다. 삐죽 나온 다리가 뭔가 부자연스럽다.. 다리가 부러진 건가..

혹시 유리문에 부딪친 건가? 어릴 적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아파트 동현관에 까맣고 작은 새 한 마리가 떨어진 걸 보고 집에 데려와서 간호한답시고.. 한 면이 뚫린 상자에 뒀는데 그만 불시에 날아오르다 우리 집 베란다 창문에 세게 박은 것이다... 그 새 이름까지 지어줬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결국 그 새를 그날 저녁에 아파트 화단에 묻었다.


이번에 본 새친구는 약간 갈색빛이 돌았고 몸통 부분은 연고동색으로 기억한다. 잠깐 아이콘택을 했는데 눈동자는 새까매서 흔한 참새라고 해도 특출 나게 예뻐 보였다(찾아보니 참새는 아닌 듯하다). 새를 납작한 턱 부분의 넓은 구역에 두어도 날아갈 낌새가 보이지 않았고, 심부름을 끝내고 몇 분 뒤 돌아와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돌아와서 몇 분 정도 새를 보고 정수리를 살짝 쓰다듬고 아이콘택도 했다. 다리가 부러져 보여서 슬쩍 보니 그새 바로 잡고 있다. 마 집에 데리고 가도 특별한 대책이 없을 것 같아서 훨훨 날아가길 바라면서 집에 들어갔다 몇 시간 후 나와보니 안 보인다. 부디 회복되길.. 널 들고 동물병원에 뛰어갈 만큼 지극정성이진 못했다만.. 나이가 드니 눈치를 많이 본다.



만약 내가 핸드폰만 보고 밟고 지나갔다면? 생각만 해도 아득하다. 턱에 올려둔 앉아있는 작은 새를 누가 내치진 않았을 것이다. 오늘 엄마와 나들이를 가는 길, 로드킬 당한 (아마도..) 고양이를 보았다. 차의 속력이 70km/h이상 나오는 구간.. 고양아, 여긴 오면 안 되는데...

길고양이가 길을 건널 때도 사람과 같이 대접해야 한다..

하물며 작고 조그만 새도..

길가면서는.. 핸드폰 적당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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