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시간은 오전 6시 30분~40분. 오전 7시에 식전에 먹는 약 씬지로이드(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약을 먹고 나서는 누워있지 않으려 하는 편. 식사는 오전 8시경 시작한다. 밥 먹으면서 인간극장, 아침마당 보고 설거지하고 나면 오전 9시 반, 커피 타서 브런치에 들어가는 시간이다. 참, 필자는 수술 이후 일정 기간 동안은 백수로 지낼 계획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전 11시에 등산 가서 오후 2시 반 정도 되어야 돌아온다. 이후에는 집에 박혀서 쉬고~집안일 같은 거 하고 드라마 영화를 보다가 6시내고향 하는 시간에 저녁식사 시작.. 어영부영하고 있으면 7시 20분 동생 퇴근시간이다. 가족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거나, 혼자서 각종 영상이나 글들을 보면서 취침시간까지 뒹굴거린다. 이 시간대에 외출은 피치 못할 일이 아니면 거의 하지 않는다.
대개 오후 9시~11시 사이에 잠에 든다.
이런 날 말고, 특별한 일이 있어서 오전에 등산을 안 가고 종일 밖에 싸돌아다니는 경우에, 오후 3~4시에 체력이 방전된다. 장항석 교수님 유튜브 영상 보니.. 갑상선 떼낸 분들이 수술 이후 정신적이나 육체적 피로로 많이 힘들어해서.. 운동으로 극복하고 오후에 많이 지치면 꿀물을 마시라고 권고하시더라.. 진짜.. 오늘도 겨우 몇 시간 마트 장보고 여기저기 걷고 했더니 몸이 녹아내리는 느낌이랄까.. 촤르르 쳐지는 느낌에 운전마저 못할까 싶어서 운전 중에 계속 껌을 씹고, 엄마랑 목욕탕에 가서도 체력을 아꼈다. 그리고 목욕탕에서 도저히 안 되겠어서 두유를 사 먹으니 조금 시간이 지나 나아졌다.(목욕은 안 할까 싶었는데, 다른 누구도 아닌 엄마랑은 함께 하고 싶었다)
교수님은 꿀물이라고 하셨지만, 내가 보통 먹는 것들은, (최근에는) 텐텐(어린이용 씹어먹는 달달한 비타민, 성인도 하루 최대 4개까지 가능), 비단 박하사탕, 매일유업의 어메이징오트 덜단맛 등이 있다. 이제는 삶은 달걀과, 오랜 기간 잊고 방치해뒀던 홍삼건빵도 추가해보려고 한다. 참, 아몬드도 있다. 아몬드는 휴대하기 편한 용기에 넣어 조수석에 싣고 다닌다. 이제 홍삼건빵도 추가될 예정이다. 홍삼건빵은, 시골 마트에서 어머니가 사신 것인데 우연찮게 내가 시골집에 가서 맛보고 반해서 본가에 가져온 녀석이다. 구석에 둬서 깜박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이럴거면 왜 가져 왔느냐는..)잔소리와 함께 찾아주셨다.
홍삼이 많이 들어가진 않지만, 향으로 존재감을 뿜뿜내므로.. 홍삼향이 싫으신 분들은 비추다. 나의 경우에는 건빵의 텁텁함을 홍삼의 자극적인 향과 맛이 잡아주는 느낌이랄까.
괜히 과자 먹기는 망설여질 때, 홍삼건빵으로 대체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게임에서 (보통 속도면에서) 스킬의 기능을 향상시켜주는 '부스터'스킬을 몸에서 담당하는 곳이 갑상선이라 생각하는데.. 양쪽 다 암(갑상선은 좌엽, 우엽이 있다)이라서 갑상선 전체를 제거하고 평생 약으로 보충해야 하니.. 의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했다 치더라도 저마다의 생명체가 본디 가진 것보다는 단점이 있을터.. 내가 호르몬이 좀 더 많이 필요한 날에도, 약으로는 일정량만 먹을 수밖에 없으니, 이렇게 지쳐버리고 넋이 나가버릴 때가 많은 것 같다. 참, 갑상선암 교수님들께서는, 갑상선을 '신체의 보일러'라고도 보시더라. 그만큼 모든 활동의 중추가 되는 기관이다.
가끔은 재발 가능성이 있더라도 반절제하신 분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 처음에 회진 때 교수님으로 수술 경과에 대해 잘 못 들어서(이 분야에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뽐내시는 교수님을 보면 제 발을 저리게 된다...) 내심 반절제를 기대했으나.. (이미 수술 이전 외래 때 말씀해주신 것과 같이) 전절제인 것을 알고 잠시 좌절하기도 했다. 게다가 같은 병실을 썼던 이들이 죄다 반절제였으나.. 더해지는 상실감이란...
뭐, 위로라면 즐겨보는 모 여행 유투버(심지어 나랑 동갑)님도 같은 질병과 수술을, 약 1년 먼저 거치셨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공유해주셨고 지금도 열심히 여행하고 계시기 때문에, 이점이 가장 위로가 된다. 사실 이분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여행 영상을 통해서가 아닌, 갑상선암 경험에 관련된 영상 덕분이었다.
이분이 세계 이곳저곳을 활발하게 여행하시는 것을 보면, 나도 열심히 이전처럼 잘 살 수 있다 하면서 스스로 격려를 해보기도 한다.(유튜브를 하시는 중에 갑자기 암 판정을 받아서 이전 여행은 수술 전, 지금의 여행은 수술 후로 영상을 나눌 수 있다, 뭐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듯하다)
또 하나는,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많이 걸린다는 점..(나는 29세(만나이X)에 발견, 수술했다)
그리고 인스타 해쉬태그 팔로잉에 갑상선암을 계속 해놓고 있는데, 갑상선암과 수술을 겪으시고 나서 완전 몸짱이 되신 분들도 있어서 은근히 자극받고 있다. 역시 과정은 힘들지라도 좋은 몸을 만드는 데 있어 불가능은 없다.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라는 말은. 오롯이 경험자들과 환자들만 할 수 있는 말이다. 그 외의 분들은.. 직접 목에 흉터가 남거나 다른 수술 방법(구강 내시경, 겨드랑이 절제 등)을 통해서도 각종 말 못 할 고통을 '직접' 겪어보고 나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을 듯. 그래서 누가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히려 같이 고민해주지, '그거 별거 아니야~' 이런 태도는 좀.. 심지어 자신이 의사도 아니면서..
갑상선암 수술로 입원해있을 때, 같은 병실을 쓰던 유방암환자 한분이 계셨다. 갑암 환자 3명, 유방암환자 1명이 같이 있던 며칠간..
입원 몇 개월 전 유방암으로 친한 언니를 잃었고, 언니의 블로그를 통해 연락이 뜸해져도 언니의 상황과 투병과정을 다 알고 있었기에.. 마지막에 언니의 가족의 포스팅으로 부고 소식을 접하기도 했었고..
그래서 유방암 환자분 앞에서는 힘든 내색을 보이는 것이 뭔가.. 분수에 넘치고, 자제해야 할 일 같이 느껴지고 그랬다..
그리고 차차 유방암환자분이랑 안면을 트고 나서 여러 대화를 하면서, '어떻게 갑상선암이 유방암에 비할 수 있을까요'라고 괜히 움츠러든 기억이 있는데, 뭐 내 딴에는 연장자인 그분께 겸손해 보이고 싶기도 했고..
그분의 말은,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암은 다 암이에요."
사실은 나보다 더 힘든 과정들을 겪어오신 그분도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겪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의 갑상선암에 대한 각종 가벼운 발언들이 참.. 보기도 싫고 듣기도 싫다. 웬만해선 접할 일 없이 그런 상황 자체를 피하고 만들지 않으려는 편이라, 투병기간에도 정말 가까운 이들을 빼고는 그 소식을 직접 알리진 않았다. 심지어 가까운 이들 중에도 꽤 실망감을 안겨준 이들이 있었다.
갑상선암도 다른 암처럼, 타기관으로 전이와 재발이 가능한 암이고, 갑상선암으로 돌아가신 분들도 많은데..
자기 일 아니라고 막말하는 사람들을 이참에 다 잘라내 버리긴 했다.
이런 예상 못한 투병의 과정들은, 내 인생을 한번 정리하고 돌아보게 해 준다는 (이전의 나도 다소 지루하게 여긴 적도 있는) 뻔한 이야기를 어쩔 수 없이, 아마 그동안 나 자신을 소중히 아끼지 않은 대가로 써 내려가고 있다.
뭐, 역시 건강이 최고다. 누가 소원을 빌라 해도 가족과 나의 건강만을 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