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을 보며

낮은 자존감

by 박냥이

요즈음 넷플릭스를 통해,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을 종종 본다.

아 물론, 우리나라 것은 잘 안 보고, 여태껏 봤던 것은, '러브 아일랜드'나, '투 핫' 같은 외국 걸 주로 본다.

처음 보면 그들만의 '미의 기준'이나, 사랑의 표현 방식들이 익숙하지 않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일단, 출연진들이 다 거의 비키니를 입은 상태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면도 (우리나라 프로그램이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서) 색다르긴 하다.

이미 했던 시즌들과 회차가 한 번에 다 올라와 있으므로, 다음 화를 기다리는 일 없이, 약 20여분 간의 영상을 어느 순간부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더라.

나는 집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는 온전히 집중해서 보지 못하는데, 이런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로 대개는 식사를 하면서 본다거나, (영상과 어울리지는 않지만) 뜨개질을 하며 보는 식이다.

'러브 아일랜드'보다는 '투 핫'을 뒤늦게 보게 되었는데, 일단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틀이나 구성은 비슷하지만, '규칙'에 있어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둘 중에 나는 '투 핫'을 더 재밌게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쉽게 드러내 보이지 않는 연애 모습들, 더 솔직하고 대담하고, 때로는 변덕스러운 그들의 이야기와, 중간중간 배치되어 있는, 워크숍의 상담시간, (여자끼리, 남자끼리, 이성끼리)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 이런 점이 특히 좋더라.

뭐 약 한 달 또는 열흘 간 커플은 유지되기도, 무너지기도 하고 한 사람의 상대가 몇 번씩 바뀌기도 하면서 다채로운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최근에 본 내용에서는 하루 만에 새로 온 참가자에게 마음을 뺏긴(프로그램 중간중간 도태되는 사람은 내보내고, 뉴페이스들이 등장한다) 남자가, 마음을 터놓으려던 기존의 여성을 그저 피곤한 눈으로 바라보며, '너는 자존감이 너무 낮은 거 같다'는 핑계를 댄다.

그 남자는, 자신의 생각을 정당화하기라도 하려는 듯, 비슷한 마인드의 동성친구와도, 이전에 침대를 같이 쓰던 '그 여성'의 '낮은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되뇐다.

뭐~ 그 여성에 대해서는 이후에 다른 여자도 '걔는 너무 산만하다'이런 이야기를 하긴 하더라. 그만큼 '그 여자분'의 심리상태가 불안정하고, 약간 애정결핍으로 보이는 면도 있었겠지...

앞에서 적은, 여자와 '귀찮아하는 남자'의 대화에서 그 대화의 말문을 연 것은 여자 쪽이었고, '산만하고 자존감 낮은 여자'가 터놓은 얘기 중엔, '요새 날 보고도 예쁘다고 안 해주고... 그래서 좀 슬프다'이런 얘기가 있었는데... 음, 솔직히 여자 입장에서는 그런 칭찬이나 사랑이 담긴 말을 듣길 바라는 게 그리 큰 욕심인가 싶다.

당장 이후에 이어지는 얘기에서, '그 여자를 한없이 귀찮아하고 싫증 내던 그 남자'는 새로운 뉴페이스가 등장하자마자 군침을 흘리며 온갖 미사여구로 새로운 여자를 꼬시려는데 그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고 크게 힘이 드는 일은 아닌 거 같아 보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전의 여자를 충분히 사랑했다면, 비록 처음과 같은 불꽃 튀는 감정은 식었더라도, 매일 그녀의 얼굴을 볼 때마다(심지어 그 프로그램에서는 출퇴근도 안 해도 되니...) 사랑과 정이 담긴 말과 표정이 저절로 나오지 않았을까.

그 남자가 사랑에 빠진, 새로운 뉴페이스들은 과연 정말 높은 자존감이 있는 걸까. 아니면 그 남자의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그녀도 마찬가지로 사랑에 빠지고, 불안한 (프로그램 중의) 테스트 과정을 거치다 보면, '이전의 그녀'처럼 그렇게 자존감이 낮아져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자존감이란, 어려서부터 숱하게 들어온 말이다.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저 그게 높으면 좋단다. 과연 얼마나 높아야 할까.

그게 얼마나 높아야 충분한 것인지도 모르겠어서, 나는 나 스스로도 자존감을 낮다고 생각한다. 그저 생각이 많거나 주위가 산만하지 않고 우유부단한 게 없고, 각종 불안감에 흔들리지 않으면 자존감이 높은 걸까.

그날 바로 '침대'를 바꾼 그의 모습을 보며 허탈해하고 초라해지면서 이불속에 머리를 박던 그 여자의 모습을 보며, 그런 일들이 단지 그 여자의 성격의 결함 때문이라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누구나 사랑을 받으면 상대방한테 인정받고, 예쁨 받고 싶지 않은가. 적어도 나는 그렇다.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하는 나는, 지금도 뚱뚱한 몸이 가끔씩은 부끄럽지만, 그런 모습들을 귀엽고 사랑스럽게 봐주는 연인이 있어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자존감이 낮으면 연애하면 안 된다', '쟤는 자존감이 낮아서 남을 참 피곤하게 만들어'

이런 말들에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다 불완전하고 자존감도 성층권을 뚫고 우주로 뻗칠 만큼 고고하게 높지 않을 거고, 또 자존감이 불가피하게 무너지는 상황도 올 것이며....(자존감의 '용어'를 규정하면서 그것은 절대 무너질 수 없다는 사람들도 있겠지...)

그럴 때마다 감싸주고 보듬어주는 게 연애랑 사랑 아닐까.

프로그램에서도 '심심풀이 대상', '원나잇 상대' 이런 말들이 줄곧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그 잘난 몸도 늙고 쪼글 해질 텐데(아무리 필러 보톡스를 넣는다 해도) '진정한 사랑'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마음을 의지할만한 사람은 한 명 즈음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해도, 스스로 인지하면서 그만큼 연인으로부터 받는 배려를 상대한테도 주면서 서로 의지하고 살 수 있으면, 연애고 사랑이고 못할 것은 없다.

단, 굳이 낮은 자존감을 탓하려면 꼭 자기 자신에게 하고.

애정 '결핍'이면, 더욱 분발해서 연애하고 사랑해야 충전이 되지 않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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