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여유를 갖고 살기

엎지르는 경우가 많더라도..

by 박냥이

역시 짐이 많을 때에는, 바깥에서 테이크 아웃음료는 사지 않아야겠다. 다름이 아니라, 볼일을 보고 속옷가게, 화장품 가게, 마트를 차례차례 들리며 백팩과 장바구니에 물건이 가득 찼는 중에, 그대로 주차장으로 가면 되었건만, 얼마 전 별다방에서 지급해준 생일 쿠폰을 써버렸다. 결론은 그렇게 사서 몇 모금 먹지 않은 음료의 80퍼센트 이상을 엎질렀으니.. 생일 쿠폰이라는 명색이 무안해질 지경이다. 엎지른 장소도.. 하하하. 짐을 들고 아파트 주자창에서 내리는데 다른 곳이 아니라 운전석 발매트에 통째로 엎지른 것... 벌집 모양 매트 사이사이 아주 야무지게 흘러들어 갔고, '얼음없음'이란 옵션으로 선택했던 얼음의 없는 정량의 양으로 단지 컵의 2/3의 양으로 빈약하게 차있던 음료는 모두 사라져 버리게 되었다.

안 그래도 발매트 부분에 청소가 미흡했던 터라, 대충 털어내고 항상 엄마가 여분의 비닐봉지를 꽂아두는 조수석 뒷주머니에서 비닐봉지를 꺼내어 더러워진 걸레와 물티슈 등을 넣어서 가지고 올라왔다.

중고차를 구입할 적부터 흠이 있던 발매트는 그대로 뜯어서 집에 와서 베란다에서 대충 헹궈내 말리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무엇을 쏟는 날인지..' 이말고도 이것저것 흘리고 쏟고 난리였지만, 애써 침착하려 했다.

예를 들면, 싱크대 옆 그릇 선반의 물을 빼다 오늘 유독 많은 양의 물에 바닥에 잔뜩 튕겨내고.. 주전자의 끓인 물을 병에 옮겨 냉장고에 넣는 과정에서도, 물병 하나 둘 셋 계속 물이 넘쳐흘렀다.

흠... 오늘은, 집에서 조용히 머무는 게 나으려나..

차를 몰고 저번에 갔던 통도사나, 인근의 시립도서관에 바람 쐬러 가려했건만.. 아무래도 일진이 불안하다.

그래도, 마음에 짜증이 쉽사리 일지 않아 조금은 성장한 나의 모습이랄까..

참, 아까 전에 발매트를 씻으면서도 거센 물살에 안경과 얼굴에 물이 잔뜩 튀었었지..

조금 쉬다가 오후에 조용히 산이나 올라야겠다.. 어차피 차를 다른 주차장에 옮겨 대야 해서 한번 나가긴 해야 한다. 차에 오르면 괜히 걸어서보다 차를 타고 근교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타인에게 관대하자라고 엊그제 글에 썼었다. 최소한 독불장군처럼 굴기보다는, 넓은 마음 씀씀이를 발휘하진 않더라도 타인에 대하여 약간의 이해심을 가지고 싶다. 마트에서 바삐 움직이는 중에 부딪히는 사람들에 대하여 슬며시 여유를 두는 행위라든지.. 계산대에 먼저 선 이의 행동이 느릿느릿한 것에 대해서든지..

가족에 있어서는, 아부지가 거실에서 부탁하는 자잘한 일들에 대해 심술 내기보다는, 조금 부드럽게 도와드린다든지..

오늘은, 오랜만에 속옷을 몇 벌 샀다. 이전에 일정이 있어서 9시 30분 오픈 시간에 딱 맞춰 들어갔는데, 점원이 풍기는 분위기가 그다지 달갑지 않아 보였지만.. 나도 또한 마찬가지로 직장에 다닐 적에 오픈에 딱 맞춰오거나 이전부터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마냥 좋아하지만은 않았기에.. 이해가 갔다.

그 대신 한참 (한 30분 동안) 넓은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고, 점원에게 질문하는 일은 일부러 삼갔다.

스스로 알아서 물건들을 둘러보고 고르고 나서, 계산만 딱 요청했을 뿐이다.

'속옷 사기' 이전의 일을 볼 때에도, 관공서라서 시간이 지체되고 오래 기다릴 줄 알았건만, 의외로 아침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일이 단박에 해결이 되었고, 직원의 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 직원이 재차 했던 말을 반복하긴 했지만, 끝에는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나름 무난하게 마무리를 했다.

아마, 직원의 입장에서는 월요일 이른 시간의 상대방이 너무 진상이 아니어서 다행이었을 수도 있겠다 하고.. 혼자 잡다한 생각을 해보았다.

뭐, 배려한답시고 해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는 것이, 화장품을 사면서 있었다.

그곳도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날 맞이하였고, 행사기간이라 바쁜 와중에 (아마 재고 체크를 하는 듯 보였다)

덩치 큰 내가 떡하니 서서 아이브로우의 여러 색을 테스트해보고 있으니.. 여간 불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직원 1명에게 아이브로우의 테스터를 드리면서 새 제품을 요청했었는데(이곳의 시스템이, 새 제품을 직접 꺼낼 수는 없는 듯 보였다) 몇 분 뒤에 그것 말고 다른 것을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게 되어, 다시 돌려드린 것도 이상하게 느껴지거나 싸한 행위로 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몇 분간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 터라, 비교적 무게가 가벼운 몇 가지 물건은 그곳 매장에서 구매를 하고, 나머지 무거운 것들은 같은 브랜드의 온라인 매장에서 주문을 했다.


운전을 하면서는 '무감정'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편이다. 이는 '빡치는 상항'을 만들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책인데, 그래도 운전을 시작하고서부터인지.. 갈수록 욕이 느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이전보다는 운전 중에 이런 일 저런 일을 겪어오다 보니, 욕설이 튀어나오는 빈도가 훨씬 줄긴 했다.

이상하거나 사람 같지 않은 운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솔직히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차선 변경 차량에게 타이밍을 놓치지 않은 이상은, 양보를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자주 한다.

그런 순간 뒤에는 그냥 제 갈길을 바삐 가시는 분들도 있지만, 감사의 표시로 비상등을 잠시 켜주시는 분들도 있다. 원래 외로움을 잘 타고 쓸데없는데 의미부여를 많이 하다 보니, 그런 감사의 표시에도 새삼 감동을 받는다.. 하하하..

이제는 운전을 하기엔 날이 많이 더워졌다. 에어컨을 켜면 그만큼 힘들어하는 중고+경차라, 웬만해서는 에어컨을 켜진 않지만, 요새는 어쩔 수 없이 틀어야 할 만큼 후끈후끈한 날씨도 종종 있다.

운전 중에 화딱지가 나는 일을 더 줄여보려면, 어서 빨리 돈을 벌어서 에어컨이 잘 나오는 중형 이상의 차를 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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