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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Apr 28. 2022

병원 외래를 기다리면서 쓰는) 맥모닝 이야기

여행에서 마주치는 맥날(맥도널드)

  대학에 다닐 적 동기 언니들이 시험기간 아침으로 맥모닝을 먹자라고 하면 크게 내키진 않았었다. 빵 사이에 들어가는 계란 프라이도 업소용(?) 레토르트(?) 느낌으로 집에서 만든 것과 괴리가 있었고, 빵도 일반 햄버거의 번이 아닌, 파싹 마르고 수분기 없는 텁텁한 희여 멀건 한 빵.. 토핑은 베이컨, 에그, 토마토, 양상추 몇 개가 최대였다.

그래서 언니들을 따라가거나 오전 시간에 역사나 공항에서 맥날을 마주치면 버거 세트보다는, 핫케잌(이것도 맥모닝 메뉴 중 하나인 듯) 세트를 주문해서 먹었다. 맥모닝 버거 세트에 감자튀김 대신 들어가는 해쉬브라운도 그다지 선호하는 음식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해쉬브라운은 같이 먹는 친구에게 양보해주기까지 했을 정도다.


  그랬던 내가.. 어느 순간에 맥날의 커피가 여타 다른 버거 가게 또는 카페보다 맛이 꽤 괜찮은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더불어 드라이브 스루의 편리성과, 조잡해 보이는  맥날 어플상에서 건질만한 할인쿠폰도 꽤 있음을 알게 되어, 다른 버거 가게보다 그나마 맥날에는 한 달에 한두 번은 들리게 되었다.

빅맥, 상하이 스파이시, 요새 나온 (이름도 어려운) 아라비아따 리코타(?)까지.. 메뉴를 아주 조금 숙지하고 있는데,

정작 매번 내가 먹는 것은 '불고기버거 세트'이다.


  반면 버거킹은, 대학에 다닐 적 건물 1층에 위치해서 좀 더 다양한 메뉴를 신물 나게 먹어보았다. 그래도 주문은, '콰트로 치즈 주니어'로 고착화되었다. 붉은대게나, 버섯이 들어간 신메뉴가 나와서 몇 번 먹어봤으나 그 한 번이 마지막이었다.

나중에는 일주일에 두어 번 먹는 버거킹도 4년의 학업과 함께 질려버려서, 점심을 급하게 먹어야 하는 시험기간이 아닌 이상, 가까이하지 않았다.

이렇게 대부분의 학부생들이 버거킹에는 알게 모르게 질려버렸는데, 타대학교 출신인 남친은 버거킹을 종종 먹고 싶어 해서, (느끼한 기분이 식도에 전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가끔 버거킹 매장에 들린다.


  다시 맥모닝 얘기로 돌아가서-

뉴욕에는 쉑쉑을 비롯한 파이브가이즈 같은 다양한 버거 브랜드들이 있었는데, 그래도 쉑쉑은 국내에도 생겼지만 훨씬 이전에 들어온 맥날과 비교해서는, 가성비나 접근성이 떨어진다.

맥날은 국내에서나 국외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고, 티브이에 광고도 수시로 하니 뭔가 더 친근하다.(마냥 외국 브랜드 같지가 않다.)

버거를 많이 즐겨먹는 편은 아니라, 버거킹/롯데리아/맥도널드 삼대장 간의 차이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못하겠다.

  여튼, 오늘도 타지에서 조금 부실한 아침을 챙겨 먹는 방편으로 외래일정이 있는 병원 근처의, 맥도널드에서 맥모닝을 먹었다. 그러면 간단히 요기 정도는 된다.

아침밥을 먹는 습관이 들어서, 타지에서도 간단하게 먹어줘야 하루를 살아갈 힘이 나는 것 같다.

세트 중 커피를 카페라테로 변경해서 5,600원이었으니.. 요새 기본 7, 8천 원~만원 정도 하는 국밥이나 된장/김치/순두부찌개보다 (양은 부실해도) 가격 자체는 저렴한 편이다. 그래도 아마 전반적인 물가상승에 이전보다 조금 오르긴 했을 거다.


  외래를 보고 나와 비행기를 타기까지 여유시간이 되어, 예전에 들렀던 일산의 한 옷가게에서 옷을 기분에 취해 잔뜩 사버렸다. 7벌 중 5벌은 남자 친구 몫.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폐 등 다른 장기로의) 암의 전이에 대한 걱정에, 결과 듣기 위한 진료를 앞둔 어젯밤엔 그래도 300미리정도 맥주를 먹은덕 인지 신나게 불이며 티브이며 다 켜놓고 졸았고, 불을 켜고 자면 중간에 깨는 경우가 많아서 새벽 1시 반경, 전등불과 티브이를 끄고도 아침 6시 반 정도까지 잘 잔 편이다.

그래도 교수님의 정확한 말씀이 있을 때까지 100프로 안심할 수는 없었다.

 빈 차트지(?)가 올려져 있고 이내 교수님이 오셔서

'이름이 예쁘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아이스브레이킹 한번 해주시고, X레이, 초음파 사진과 피검사 결과를 보시더니,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하셨다.

가슴 X레이라, 폐의 모습이 좋아 보이신다 했는데,

환자인 내가 (같이 나온 가슴의 형상에) 무안해하실까 봐, 폐가 깨끗해서 좋아 보이네, 하고. 정중하게 덧붙여주시는 배려까지.

괜히 '전이되었을까 봐..'라고 속내를 말씀드리니,

'아, 그거 참 악몽이지. 그치.'라고

여태껏 수없이 많은 환자를 봐오셨을 교수님이 먼발치에서 등을 두드려주시는 기분으로 말 한마디를 덧붙여주신다.

'좋아~  1년 뒤에 보자고.'

멀리 왔지만, 교수님을 보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도 수술을 앞두고는 꽤 긴 시간을 투자해주셨다.

나는 이제 교수님 보시기에, 안정권의 환자일 수도 있지.

'교수님, 감사합니다.'하고 병원 밖으로 총총총 나섰다.

가족, J이모, 남친에게 지체 없이 희소식을 전한다.

몸과 마음이 한결 가볍다.


  다음 외래까지, 383일 정도 남았다.

건강은 기본 베이스고 쉬이 닳지 않는다 생각해서 과로를 일삼던 적이 있었는데..

'건강은 당연한 것, 닳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갈고닦아야 원래 자신이 지닌 몫을 되찾고 잃지 않을 수 있는 것.

고작 갑상선암의 정기검진에 일희일비하고 있으니, 더 중한 병을 앓으시는 분에 비해서는 약과라서 겸허해지게 된다.

사실, 건강을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종종 몸에 무익한 음식도 먹고, 운동도 게을리하니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기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방심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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