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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Apr 30. 2022

하산길에 조금씩 쓰는 글

사람을 너무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말자(+재미없는 MBTI얘기)

  아마, 인터넷에서 공짜로 할 수 있는 MBTI 검사의 문항 중에 이런 것이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보다 나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한다.'(정확한 문장은 아니다)

이것에 대해 그렇다/아니다로 가급적 중립을 배제하고 7단계로 대답할 수 있는데,

나는 이전 검사 시에 '약간 그렇다'에 가깝게 체크했다.

(이건 혹시나 참조로 검사 사이트 주소: http://naver.me/FmTLl88R 링크 안 걸리면, 그냥 네이버 검색-MBTI검사-무료 성격유형검사(16 personalities 적혀있는 것))

  사실 외적으로는 겸손한'', 내면으로도 겸손을 의식적으로 강조하면서 살지만, 본디 어떠한 자제도 가해지지 않은 나 자신은, 한없이 오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검사항목들은 외국어를 번역한 듯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서 너무 고민하기보다는, 직감적으로 이해하고 답했다.

아마 나보다 논리적이신 분들은 더욱 이해하시기 편할 것이다.

  여튼, 그렇게 '겸손'이란 말을 수없이 되뇌며 살았다. 어떤 오만한 느낌의 생각이 들 때마다, 습관적으로 '겸손하자'라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뭐, 어떻게 보면 조금 피곤한 습관이다. 가끔씩은, 고개 들고 어깨 펴고 (팔짱도 껴보면서)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고..


  오랜만에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모임이 있다. 이전에 본 얼굴과 모르는 인원이 몇 모이는 사진모임의 회식.

뭐,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별생각 없이 다녀오면 되건만.. 참여 전에 드는 쓸데없는 생각을 풀어본다. 현재 산행 중이라, 천천히 하산하면서 써 내려갈 생각이다. 가급적 길에 나오는 벤치에서 작성할 예정(아까 내려오면서 쓰다가 돌에 미끌릴 뻔했기에..)


  먼저, 오늘 마주치는 사람에 대해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자.

그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그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은 할 수 있겠지만, 그게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고, 오늘 그 사람의 모습이 진짜 그 사람의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약간 예의 없거나 눈밖에 나는 사람들이라도 대번에 혐오하지는 말자. 꼭 혐오까진 아닐지라도, 약간 미운 감정이 일 수는 있겠지만.. 그냥 가볍게 흘려보내자.

어디까지나 '가벼운 인생살이 나눔의 모임'이 아닐까 하고.


  성별에 관계없이 호감이 가는 상대가 있어도(물론 필자는 연애 중이라, 이성적인 호감이 아님)

한없이 친절하지 말고, 포커페이스를 조금이라도 발휘해볼 것.=내가 느낀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말고, 조금 숨길 줄 알자.

뭐, 그러면 20대 초중반의 직설적이고 불꽃 튀는 모임처럼 활기와 재미는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제 나는, 어느 정도에서 자신을 지키고 스스로를 챙길 줄 알아야 함을 조금씩 알아가는 나이인 듯.(이리 쓰면서도 잘은 모르겠지만..)

그리 가깝지 않은 주위 사람들에게 나를 온전히 의지하는 바보 같은 짓은,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없어야 할 것이다.. 하고.

아마 갓난아기 시절을 제외하곤 말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외로움'이라는 감정과 그리 친하진 못하다. 한동안 이것을 떼어버리고 싶어 달력을 각종 모임으로 가득 메꾸던 시절도 있었다. 대학시절에는 그 시절의 연인과 일주일을 내리 얼굴 보며 지냈고, 안 하던 종교활동에도 꽤 열심이었다.

  지금은 그나마 조금 나아져서, 외로움이 슬쩍 몰아칠 때면 이렇게 글을 쓰거나(엊그제 홀로 타지에서 간만에 일기를 3장 내리쓴 것처럼) 좋아하는 인터넷 방송을 보거나, 산을 오른다.


  이제는 그 언급에 대해 정도가 지나친 면이 있기도 한, MBTI에서는 나의 MBTI인 INFP가, 이러한 '잡다한 감정'들에 꽤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도 이런 점의 장점이, '자신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 보통, 그에 따른 해결책도 있다'라는 것인데..

  일단 '자신이 힘든 상태'에 대해 가슴 깊숙이 묻어두는 강인한 스타일은 못되다 보니, '이런 솟구치는 성가신 감정'들을 어떻게든 추스르는 경험들이 인생을 살아가며 조금 쌓이는 것 같기도 하다.(아주 조금..)

  나 같은 경우 이럴 때마다(특히 달마다 찾아오는 호르몬 변화의 기간에는 한층 더 심해져서 찾아오는 우울감)

우울한 감정을 재빨리 떨쳐내려 하기보다, 물속에 들어가듯 그 속에 잠겨서 있다 보면 다음날 아침 개운히 걷혀있다.

그런 우울감은, '인생의 부질없음', '왜 살지'라는 극단적으로 보이는 여러 감정친구들도 데려오지만, 그들과 잠자코 함께 있다가 다음날이 되면 그들은 날 홀로 두고 재빨리 도망가버리고 없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녀석들이니, 그들에게 잠시 휘둘리더라도 가만히 있으면 곧, 날 자유로이 내버려 둔다.


  예전에 이런 것을 잘 모르고 나도 나를 잘 몰랐을 때에는 끙끙거리면서, 그런 우울이나 외로움에 여러 음식을 먹는 것으로 풀거나, 방구석에서 책가지를 던지는 것들로.. 풀어보려 했던 적도 있다. 특히, PMS때 안 풀리는 수능수학문제집을 던진 일이나(아마 복리계산 수열문제였던 거 같은데..), 대학교 때 미적분학 서적을 던져버린 일은 스스로에게도 충격인지 아직 기억에 남아있다.


-여기까지 쓰고 하산 중간 길에서 어무니랑 조우-

(마무리와, 수정은 집에 가서 할 예정이다)


  그리고, 타인에게 친절하자.

간혹 친하게 대해주면 물로 보는 이상한 사람들도 있지만, 똑같이 친절하게 응답해주는 이들도 많다.

지레 얕보일까 봐 무응답이나 무표정으로 일관하지 말고, 친절하게 대답하고 적당히 맞장구도 쳐주는 것.

무엇이든 주는 게 있어야 받는 것도 있다.

나는 '뭐하나 양보할 생각 없이' 무얼 하려 해도 잘 안될 가능성이 크리라.

가뜩이나 각박해지고 인정이 사라져 가는 사회,

따듯한 말 한마디에 (요새 통 마주치기 힘든) 정도 오가는 게 아닐까. 그로써 나나 누군가의 하루가 행복해질 수도 있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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