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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May 08. 2022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

아빠 생신, 부처님 오신 날

  올해는 5월 7일이 아부지생신이었다. 항상 음력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하루 전이 아부지의 음력 생신이다. 그리고 우리는 불교집안이라, 집안의 중요 일정이 오월에는 이틀 동안 연달아 있는 것.

아부지는 시골집에 작은 법당을 하나 만들어놓고 계셔서,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친척이나 가까운 지인들의 잊지 않고 챙겨주는 등 값 겸 과일상차림에 대한 지원들에, 부처님상을 차리고 (불교용어를 잘 몰라서 맞는지 모르겠지만) 예불을 드린다.

  매해 내가 동행하는 것은 아니어서 그동안은 부모님 두 분이서 열심히 챙겨 오시다가, 이번 주엔 가족 4명 모두가 동행하게 되었다. 아빠, 엄마, 나, 남동생.

  넷 중에 가장 게으르기로는 내가 1번이다. 그나마 하는 일이라고는 설거지나 빨래 널기, 과일 깎기 같은 비교적 단순하면서 (다른 노동들에 비해서는) 단시간에 끝나는 일이다.

아빠는 식구들은 잘 모르는 혼자만의 사업으로 바쁘시고, 엄마와 동생은 장기적으로 온 식구를 이롭게 해 주는 농사일에 여념이 없으시다. 일주일에 한 번 겨우 오지만, 그동안 잡초제거며 모종 물 주기 같은 땀 흘리는 일을 둘이 도맡아서 한다. 그러니 내가 따라가든 말든 식구들은 크게 괘념치 않는 것도 있다. 괜히 자동차만 무거워지고, 하는 일은 없는데 먹을 입만 더 늘어나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는 동행할지에 대해 당일 오전까지도 꽤 망설였어서,  가족들은 내가 안 가는 걸로 알고 있었지만 혼자서 딱히 할 일도 없고 부산시내까지 가야 하는 사진모임도 가기 싫었기에, 그냥 가족들을 따라나선 것이었다.


  그래도 자동차 안에 넷이 바글바글하게 타고 다 같이 먼저 시골 할머니 댁부터, 가는 길 자체가 만약 혼자 집에 남았더라면 느꼈을 적적함보다는 나았다.

할머니 댁에서도 내가 꺼려하는 갖은 농사일들이 기다리고 있긴 했으나 그마저도 나는 중간에 줄행랑을 쳤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는 집에 혼자 먼저 돌아와서, '언제 다시 돈 벌거냐, 니가 다니던 곳에 니 자리는 비어있냐'하시는 성가시게 느껴졌지만 짜증 내지 않고 흘려들은 할머니의 걱정 같은 불평(?)을 뒤로하고.. 가족들이 돌아오기까지 단잠에 빠져들었다.

  도망에 대해 변명하자면, 처음부터 일할 생각이 없어 옷차림도 대충하고 잡초뽑기를 하니, 도깨비 가시 같은 것이 여기저기 잔뜩 달라붙고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도통 회의감이 든 데다, 별로 반갑지 않은 친척 남자 어른의 목소리가 들려서 냅다 도망을 친 것이라 하겠다..

누군가 보고 '저래서 뭘 해 먹고살겠냐'할 수도 있겠지만, 본디 성미가 게을러서 직장생활이 아닌 이상 이런데까지 진땀을 빼기가 꺼려진다.. 당분간은 몸 편히 지내고 싶달까..


  겨우 반나절 동안 뵌 할머니의, 여러 잔소리도 다 지나고 보면 관심이었다 생각하며 너무 서운해하거나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다. 이후 저녁에 우리는 아버지의 별장으로 출발했다.

원래 이렇게 일정을 잡으면 그 거리가, 운전해서 1시간 이상이라 상당히 고됨에도 이번 주에 다른 일정들을 대비하여 가족들이 다 같이 미리 조금 무리를 한 것이다.

그렇게 저녁식사는 늦은 오후 8시에나 다들 먹고, 아직 장작 난방을 해야 하고 온수도 데워서 쓰는 곳이라서 저녁 먹기 전에 장작을 때고 데운 물을 떠서 다들 몸을 씻었다.

엄마는 이것저것 바쁘셔서 식후에야 몸을 씻으셨다.

상당히 지치는 일정이었음에도 오랜만에 또, 가족들이 모여 술도 한잔하고 행복했다. 서로 듣기 꺼려지는 서운한 이야기들도 오고 갔지만.. 이때 아님 언제 그런 얘기를 주고받겠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동생은 피곤했는지 곧 곯아떨어지고, 다음은 엄마가 주무시고 별일을 안 했던 나는 제일 마지막에 잠에 들었다.

하루 동안 내가 한 것은 비록 설거지 몇 번이 다였으니..


  곧, 우린 본가로 돌아가는데, 엄마는 예불드리고 나서부터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허둥거리시고, 나 빼고 셋이서는 아주 바쁜 상태다.

'엄마, 인생을 그렇게 바쁘게 안 살아도 된다.'하고 나는 너스레를 떨며 고작 상추를 씻어놓고 빨래를 널고, 네 식구 중 가장 팔자 좋게 테라스 의자에 앉아 이렇게 글을 쓰면서 푹 쉬는 중이다.


  다른 누군가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라서 더 편하고 좋은 주말이다. 종종 가족들을 따라나서야지.

비록, 그들에게 내가 별 도움은 못 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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