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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Jun 17. 2022

나이가 드니(?) 바뀐 것

쉽게 ㆍㆍ하지 않게 되었다

  제목에 나이가 들었다고 썼지만, 겨우 서른에 아직 철부지 같은 면이 더 많긴 하다.

여전히 엄마 냄새가 좋다.(이건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ㅎ)




  음.. 예전보다 사람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게 되었다.

단순한 호의 같은 것을 비칠 때도 있지만, 실제 내가 물질로 (커피, 생일선물 등등) 먼저 베푸는 일은 이전부터 사귀어오던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곤 없는 일이 되었다.

예전에 돈은 부족하지 않게 벌었지만 씀씀이가 커서 저축도 많이 못했고 항상 돈이 부족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와중 뜻하지 않은 질병으로 두어 차례 전신마취 수술을 받고 나니.. 돈이 궁색해졌다.

  Give and take, 주는 것이 있어야 돌아오는 것도 있다,라고 하지만 뭔가 먼저 (특히 물질적으로) 베풀고 내심 1프로라도 돌아올 걸 기대하는 것이, 이제는 꺼려진다.


  사람을 대할 때 지레 기대하거나 실망하지 않으려는지 스스로 좀 차가워진 거 같다. 하긴, 이전엔 지나치게 온정을 베풀려고 했었을지도 모른다.

너무 감정적이라 매사에 지나치게 힘들어하기도 했었다.

이제는 필요한 부분, 필요한 사람들에만 감정적이다.

그 외의 일들에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하니..

솔직하기보다는 무관심한 상태로 보일지도 모른다.



  돈이 들어가는 모습들에 민감해졌다.

계란 한 판에 얼마, 토마토 한 박스에 얼마, 감자 4개에 얼마, 돼지고기 목살이 얼마인지 이제는 대략 파악하고 구매를 한다. 주유비가 아까워서 기분껏 직장까지 운전을 해보려다가 (피곤하기도 해서) 그냥 차를 지하철에 대고 지하철을 타고 가서 남은 거리는 걸어간다.

  커피를 서너 잔 사서 버리는 일이 부지기수였지만,

이제는 한잔을 채 다 먹지 못하고 남기면 엄청 아깝다.



  모든 일이 다 비슷비슷하다고 느낀다.

어제저녁의 한산한 목욕탕에서 어질러진 목욕 바가지, 샤워기 방향으로 돌려진 수도꼭지 레버를 보면서.

몇 시간 후 마감할 목욕탕에서도 내일 받을 손님을 준비하듯이,

현 직장에서도 자질구레하지만 필수적인 뒤처리를 하는 모습을 연상한다.



  혼자가 좋아졌다.(외로움을 마냥 싫어하지 않게 되었다.)

나만의 시간이 소중하다.

가끔 구내식당서 식사를 혼자 하는 시간, 같이 일하는 이들과 같이 먹더라도 이후 남은 점심시간 동안 혼자 근교를 걷는 일.

이 시간 동안 오후에 일할 에너지를 충전하는 기분이다.

엊그제 비가 오고 그친 날, 등산로 입구까지 올랐는데 묵직한 흙냄새와 싱긋한 풀내음이 가득했다.

점심시간이 길지 않아 숨만 두어 번 들이켜고 내려왔지만 그런 경험 자체가 반복적인 노동 중의 환기가 되었다.



  사람들에 대해 무관심해졌달까..

애써 새로운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 바등바등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와중 아직도 주위의 자잘한 일들에 귀를 기울이는 습관은 남아있다.(청각이 조금 예민한 편이다.)

사람들은 다 시시각각 감정이 변하니 누구의 어떠한 반응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자신의 어떤 말이나 행동이, 그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을 일으킬 의도가 아니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의 언행이 나 외의 타인에게도 원래 그럴 경우가 더 많다.


  무언가 '사람들'에 의해 별거 아닌 일이 크게 만들어지는 경우에는 그런 상황 자체를 피해 버린다.

그것이 나의 일이든, 타인의 일이든.

말이 양산되는 시간에 서 있기보다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데 집중한다. 그냥 해결하면 그만인 것을..

꼭 누구의 잘못으로 규정지어야 하나.

그럼에도, 뭐가 잘못되면 '누가 했는지'부터 찾고 질책하는 게 어딜 가나 그랬다. 해결부터 하는 게 우선 아닌가..

물론 당사자에게 실수를 알리고 재발을 막는 의미도 있겠지만..

타인의 감정에 지나치게 민감한 편인 내가 보기에

타인이 그런 일을 당할 때,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까지 불편했다.




  화장을 안 하는 날이 더 많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여드름이 생길 일도 적어졌다.


  속 얘기는 말보다는 글로 하는 것 같다.

브런치에 가끔 글을 쓴다.


  무언가 실수를 해도 크게 괘념치 않는다.

내손을 떠난 일이면 그저 잘 해결되길 기도한다.

기도하고 나서 바로 다음 일에 집중한다.


  건강 관리에 가끔 자각을 한다.

음식을 무분별하게 먹은 기간 이라든지..

걸음수가 부족한 날이라든지..

주말에 하루는 꼭 산에 오르고,

점심시간 동안은 가급적 걷거나 서 있는다.



  미래를 꿈꾸기보다

오늘을 무사히 살아낼 수 있길 기도한다.

그만큼 패기가 없어진 건가,

그래도 지금은 이런 게 더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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