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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Jun 21. 2022

사서 고생길

내가 원하는 건..

  어제 객기를 부려서 장장 50분여간의 운전 끝에 직장에 도착.. 주차자리 찾는다고 주차타워 꼭대기까지 오르고..

오지랖을 더해 지인의 퇴근길을 굳이 (지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돕는다고.. 부산시내에서 가장 번잡한 문현교차로까지 들렀다 나왔다..

부산시내에서는 별 희한하게 생긴 도로들의 모습에 그냥 좌회전, 우회전이 아닌,

'4시 방향 우회전', '8시 방향 좌회전' 이런 안내가 내비게이션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예전에 연수받던 시절 지레 겁을 먹던 '유턴'도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계속하다 보니 익숙해졌다.

  이전에는 차선 변경도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제는 (특히 합류구간에서는) 비상등을 켜면서 애걸복걸해보기도 한다.. 초보 딱지를 괜히 떼지 않는 것이 아니다. 보통 다른 차량에게 양보받은 차량은 당사자의 처지를 알아서인지 곧잘 양보를 또 해주더라..

반대로 내가 주행구간에서는 웬만하면 (합류구간 쪽의) 한두 대 정도는 양보를 하는 편이다.


  부산 도로에서는 우회전 후 곧잘 좌회전을 해야 하는 구간, 2차선 도로가 갑자기 각각 다른 곳을 향하게 되어버리는.. 난감한 구간들이 종종 등장하여..

  출근길 카오디오를 들으며 여유 있게 음악을 즐기려던 마음은 접어두고 이내 음악을 끄고 내비게이션의 안내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어제 하루 동안 고속도로와 국도, 도시고속도로 등을 종횡무진하면서 문득,

'그냥 지하철 타고 잘 걸..'이라는 생각이 사무쳤다..

연식이 13년가량 되는 나의 모닝은, 고속도로에서 좀 걱정이 되는 녀석이긴 하다.

웬만하면 에어컨을 끄고 엔진의 출력을 높이려고 한다.

(특히 오르막길에서.. 분노하듯 떨리는 모닝의 모습이란..

마치 나의 모닝이, '네가 이 길을 가면서 에어컨까지 켠다고?' 운전자를 질책하는 기분이랄까..)



  지금은 '어제의 정신없음' 뒤에 단잠에 들고나서 자연스레 지하철에 올랐다.

출퇴근 도합 2시간여이니.. 직장 근처에 방을 구하는 게 어떻냐는 조언도 들었지만.. 여태 자취를 해서 결말이 좋았던 적이 없다. 그 시절의 집은.. 나의 게으름이 더해져 대부분 먼지 구렁텅이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지하철에서 선잠에 들거나,

오히려 낯선 길을 긴장하며 운전하는 중 차에서 음악을 들을 때보다, 지하철을 타고서는 한결 여유 있고 마음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나면 글도 써본다.

오늘은 지하철에서 책을 펼쳐 든 이들도 꽤 보인다.

아마 나의 출발지가 종점이니, 편하게 앉아갈 수 있는 장점도 있고 약 20~40분여간 지하철을 탄다고 하면

그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여럿 있을 것이다.

책 읽기나, 글쓰기, 시험공부, 음악 감상, 드라마 보기 같은..


  제목의 '사서 고생길'은, 어제 최대 100km/h를 달리던 나의 중고 모닝을 들볶던 나의 모습이다.

게다가 오전에 넣은 기름 33,000원 치(약 3칸 반(?))중 한 칸을 하루 동안 다 까먹고 톨비까지 치면..

여러모로 적자다.

  그나마, 늦은 시간 찾은 목욕탕에서

그날 동안 쌓였던 피로를 풀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어제는 오후 7시 반, 평소보다 늦게 도착해서

마감시간 9시 전에 나온다고 조금 허겁지겁하긴 했었지만..

여튼 피로를 풀어가며 살자!!!

내가 원하는 건,

나만의 공상과 건강, 여가시간, 편안함 같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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