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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Jul 31. 2022

때때로 구역질 나는 것들

제목을 이렇게 써도 될까, 싶지만...

  나란 인간은 실은, 질투심이 엄청 강한 인간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서른이면 인생에서 사라지고 없을 줄 알았던 자잘한 '필기시험'을 앞두고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런저런 핑계로 건강이 그리 좋지 않음에도 맥주를 마시는 일로 스트레스를 풀고는 한다.

음.. 뭔가 단순히 시험 점수의 나열로 사람들의 서열을 매기는.. 그런 환경, 생각만 해도 역겨운 환경은 이미 고교시절 많이 겪었다. 그나마, 중학교 시절에는 나 자신의 성적에 어느 정도 만족을 했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그 시절의 교과목들의 난이도가 낮았기 때문이지.. 그다지 불만이 없지만.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만 모인 고교에서는 모의고사나 각종 시험만 치면 교무실 앞에 학생들이 모였다. 'A4용지 3장에 전교생이 쫘르르 정렬되는(물론 이름은 나오진 않았고 누군가의 성적만 떨렁 나열되어있긴 했던 게 그나마 최선의 자비로움이었달까..'

물론 가장 잘 친 성적순으로 왼쪽 A4용지서부터 내려가는데, 다들 자신이 3번째 A4용지의 성적의 주인인 것을 대강 짐작하면서도 정작 확인하는 위치는 두 번째 A4용지 앞에서 또는, 게시판 앞 서있는 무리의 한참 뒤에서 곁눈질로 3개 A4용지의 어느 곳을 누구에게도 들키려 하지 않고 흘깃 보는.. 그런 웃기면서도 슬픈 상황의 연속이었다.


  뭐, 당장 벗어날 수 없는 환경에서 그렇게 비일비재하게 성적으로 학생을 나누고 선생들의 대접도 달라지는, 그런 일들은 역겨워도 할 수 없이 '여타의 세상도 또한 그러려니..'하고 참아낼 수밖에, 아니 무시하고 지낼 수밖에 없었는데..

난 또.. 다시 누구의 강요도 아닌, 내 발로 이런 환경에 들어온 것 같다.

이곳에는, 누구 하나 제일 똑똑하지 못해서 안달이고,

누구의 인정을 받기 위해, 누가 자신의 유능함을 인정해주길 바라는 식의 안달이 여기저기 넘쳐난다.

그냥 그저 그렇게 누구의 인정도 갈구하지 않고 조금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지 않을까.

여기서는, 항상 더 똑똑한 사람이 승리하는 (듯 보이는) 그런 환경이라..

게다가 나는 여자지만, 말로만 들어보았던 군대식 계급 문화랄까..

발가벗겨 놓으면 다 똑같은, 늙고 병들면 다 똑같은, 다 나중에는 아프고 나이 들어 죽어가는 것도 똑같을,

그런 인간들의 집합체 속에서 여느 집단이 그러하듯 속된 말로, '짬'에 의해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그런 역겨운 상황도 지속되어 간다.

내가 왜 여기 왔을까.

싶다가도, 살려니 돈을 써야 하고 돈을 벌려니 견뎌야 해서 은근히 참아내고 있지만..

가끔 그 집단에 맞춰 흘러가다가도 불뚝 나만의 화가 솟아나는 것은, 아직 내가 어려서인지 아니면 내가 아직 덜 나이 들어서인지..



  사실 그동안 세상을 너무 아름다운 곳으로만 보아왔던 나의 탓도 있을 것이다.

특히 대학생 시절까지만 해도 물질적인 걱정 없이 '쓸데없이' 남한테 과한 신경을 쓰면서 나 자신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적도 왕왕 있었다.

뭐, 핑계를 대자면 원래 천성이 그런지.. 아직까지도 쓸데없이 인간관계의 가지를 치는 버릇이 있다.

사실 몇몇의 사람들과만 깊은 교류를 하면서 지내면 되는데..

'굳이' 기회를 만들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려 하고,

'굳이' 내가 힘들어질 것도 모르고 새로운 도전(취업 등)을 하기도 한다.



  다시, '그 역겨움 속'으로 돌아가서,

솔직히 사람을 어떤 직업에 따라서 직위를 나누고, 누가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돌변하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도 역겹다.

솔직히 그 사람의 직위가 그것일 뿐이지, 그 사람의 '나이'나 살아온 세월은 당장, 가까운 엄마랑도 비슷할 것인데.. 단지 자신의 위치에 비해 그 사람의 위치가 하등 비할바 없으면 그 사람을 쉽게 무시하고 가볍게 대한다.

뭐, 나도 길게는 인생을 살아보지 않았지만, '사람이 처한 상황'이란 것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예를 들면 나도 한 달 얼마의 돈을 무리해가면서 주 7일을 일하면서 벌었지만 갑자기 월경 이상이 왔고 더 이상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어졌고, 난데없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현재는 그나마 회복되어 일이라도 하지만 평생 갑상선 약을 먹어야 한다.

복잡하게 썼지만 요약하자면, '언제 고꾸라질지 모르는 게' 사람 인생인 것 같다.

그런데 단순히 자신이 지금 가진 것이 남에 비해 더 대단해 보이고 크면 그런 남은 하찮게 여기는 게.. 뭐 자신은 아니라고 해도 내가 속한 직장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뭐, 내가 아무리 불만을 가지고 이렇게 글을 쓴 듯 인간세상이 바뀌긴 하겠냐만은..

이렇게 라도 불만을 토로하고 분을 삭여 본다.



  나는, '예의 없는 사람'이 제일 싫다.

자신이 가장 잘났다고 생각해서, 또는 남을 자신보다 하찮고 만만하게 생각해서 예의 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

뭐, 여느 직장에서 몇몇 상사에 의해 이런 대접을 받는 분들도 아마, 나처럼 있을 거다.

'도대체 (네가) 뭐라고 나한테 그렇게 말하냐?'라는 말이 속에서 돌다가 만다.

'같은 얘기'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이 보이는 것 같다.

상대를 배려해서 말을 해주는 사람에겐 나도 더 배려하게 되지만,

상사라도 기분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나도 모르는 벽이 생겨버린다.

이번에 입사를 하면서 '같이 일하는 누군가에 대해 어떠한 판단이라도 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했지만..

솔직히 실천하기 쉽지는 않다.

바쁘게 일하는 와중에도 별 것 아닌 몇몇 말과 행동들로써 어떤 이에 대해 쉽게 판단하고 '저 사람은 이럴 거다'라고 바로 판단해버린다.

이런 생각의 과정들을 아예 중단시키는 게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고서는 쉽지 않다.



  최근에 '상사의 나에 대한 실망'을 원래부터 친분이 있던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었는데..

뭐, 당연히 누군가가 나에 대해 실망했다는 말을, 비록 그 실망한 당사자랑 그리 가깝지 않은 사이라도 듣게 되면 기분이 좋지는 않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나에게 직접 말해주지 않은 것이 하나의 배려로 생각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나랑 친분이 있던 이가 오히려 부담스러운 역할을 맡게 된 것 같아 괜히 낯이 뜨겁기도 하고, 심란했다.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을 싫어한다. 이후 퇴근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너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실망이 크다'라는 식의 말이 조금... 불편했다.

아니, 자기가 뭐라고 기대를 하지?, 이렇게 반발심이 들기도 하고..

도대체 나에게 기대를 왜 하는 거야?, 라는 마음도 들고..

이후 연인과의 통화에서는 '원래 사람들 자기 멋대로 기대하고 실망한다'라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도 들었다.

지금까지 30년을 살아오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실망을 끼쳐서 이렇게 불편했던 적이 또 있었던가 하고.

생각해보니, 잊혀진 기억들 중 그런 적이 꽤 되었다.

떠오른 것들은, 다 그놈의 평가, 성적에 관련된 것들..

고교시절 계속해서 성적을 올리지 못해 '되도 않는 뭐 같은 상'을 타지 못해 담임이 내게 실망한 일 같은..

이 일을 떠올리는데 그 담임의 이름이나 얼굴마저 흐릿해져 있었다.

그러니, 이번 일도 그렇게 지나가버릴 일들이고 나한테 느낀 (그 사람에게는 일시적으로 일어나고 말았을 그런 감정일) 실망감이란 것도, 다 따지고 보면 부질없는 것이고,

그 사람도 내 인생에서 그냥 스쳐 지나갈 사람일 수도 있는 거다.


  나는 '내 사람'에게는 한결같고 싶다.

단지 그 사람의 어떠한 능력이 사회적인 기대에 못 미친다 해서 그 사람에게 쉬이 등을 돌려버릴 생각은 없다.

그러니 나에게 그리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도 또한 등을 돌릴 것이다.(사회적인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사람은 다 똑같다. 태어나고 죽는 것도 다 똑같다. 단지 어떤 조직 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다는 것만으로 자신보다 아래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그들의 마음에 마음껏 생채기를 내도 되는 걸까.

적어도 내가 만약 그런 위치에 올라간다면 그런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타성에 물들지 않을 자신은 없지만, 나만의 신념은 잃고 싶지 않다.

다들, 방황하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고, 당신의 기대에 굳이 맞춰 살아야 할 의무도 없다.

그 사람의 인생은 그 사람 것이지, 당신이 왈가왈부할 게 아니다.(당신이 그 사람에게 뭐라고?)

그 사람의 인생에는 당신보다 더 그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그러니까, 괜한 남의 인생에 시비 걸지 말고,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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