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하루는 아침 6시에 시작된다.
어제는 그만, 오후 8시 30분에 곯아떨어져버렸다. 평소 취침시간보다 2시간여 일찍 잠들어버린 것.
마냥 잠들기 싫은 밤에는 브런치에 자질구레한 글을 쓰고는 했는데, 그것마저 쓸 힘도 없었다.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따신 전기장판 위에 드러누운 채 깜박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엄마 말씀에, '참 맛있게' 자더란다.
몇 분 지나서 깬 뒤에 엄마와 각각 방으로 이동해서 남은 잠을 잤다. 일찍 잠든 터라 새벽 중간중간에 깨긴 했지만, 결국 제대로 기상한 시간은 저절로 켜지게 해 놓은 라디오가 들린 시간, 오전 6시 20분이다.
동생의 출근시간은 오전 7시 20분, 어머니는 보통 주중에는 오전 6시면 일어나서 동생의 아침을 준비하신다.
나는 보통, 오전 6시에서 7시 사이에 일어나는 편이다. 특별하게 늦게 자지 않는 한, 말이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화장실 볼일을 보는 것...이고, 요새 하려고 노력하는 일은, 아침 스트레칭이다.
짐볼에 누워서, 방바닥에 누워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인다. 얼마 전에 인간극장에서 본 100세 할아버지가 매일 아침마다 30분 스트레칭을 하시던데... 항상 스트레칭을 강조하시는 어머니 말씀에도 까딱 안 하다가, 인간극장에서 그 모습을 보고 조금 반성했다. 100세를 누리고 계신 할아버지도 저리 열심이신데, 내가 이리 게을러도 되겠냐 하면서...
오전 7시는, 갑상선호르몬제를 먹는 시간이다. '케이시의 굿모닝'노래를 알람으로 해놨다. 내 방 이부자리에서 손이 닿기 편한 곳에 갑상선 약이 위치해있다. 아마 별 이변이 없는 한, 평생 먹어야 하는 약이다.
피곤하거나 좀 더 쉬고 싶을 때는, 밥 먹는 시간인 오전 8시 정도가 될 때까지 계속 누워서 뒹굴거리는 편이다. 흔히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자기 전의 시간에 한다는 옷 쇼핑 같은 것도 나는 이 시간에 주로 하는 편.
약을 먹었으니 베개는 조금 높게 해 있는 호사를 누린다. 그 사이에도 어머니는 식사 준비가 한창이시다.
요즘에는, 어머니의 식사 준비를 조금이라도 도우려는 편이다. 이제 내일모레 시집도 가야 할 나이인데, 할 줄 아는 요리가 조금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당장 결혼할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전 7시, 알람 소리와 함께 갑상선 약을 먹고 나서는 부엌으로 나가서, 어머니가 씻어 놓은 서너 개의 토마토를 강판에 간다.
큰 컵 1개, 중간 컵 1개, 작은 컵 1개까지 거의 가득 담으려면 토마토 서너 개는 갈아야 한다.
믹서기를 돌릴 수도 있지만, 엄마 말씀에는, 남동생은 이렇게 갈아줘야 좋아한단다.(어휴, 까다로운 녀석...)
이리저리 토마토 조각을 흘리지 않게 행주를 깔고 간다. 강판에 토마토 알갱이들이 걸려서 잘 안 내려가면 툭툭 치기도 한다. 보통 두어 개 저도 갈면 강판의 받침 용기가 가득 찬다. 먼저 동생 몫인 큰 컵에 옮겨 담는다. 이어서 남은 것을 내가 먹는 중간 컵에 담고, 토마토를 두어 개 더 갈면 작은 컵의 엄마꺼 까지 완성.
그냥 먹어도 괜찮지만, 우리 집에서는 꿀을 넣는 편이다. 어머니가 만드실 때는 조금만, 내가 만들 때는 그보다 조금 많이 꿀을 넣는다. 마지막으로 컵 바깥쪽에 묻은 토마토의 흔적들을 닦아내고, 젓가락 하나를 들고 와서 꿀이 잘 섞이게끔 마구 저어준다.
별 일 아닌 것 같은 토마토 주스 만들기는, 이제는 거의 내가 맡으려고 하는 일이다. 의외로 해보니 손목이 잠시 불편할 때도 있고, 가뜩이나 오랜 기간 자식 뒷바라지하신다고 손목이 안 좋으신 어머니가 하시는 것보다 몇 달간 놀고먹고 있는 내가 하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다.
어머니가 본가에 계시면, 매일 아침마다 다른 음식들이 새로 만들어지는데, 한 가지 이상의 음식을 만들거나 들어가는 재료의 양이 많을 때는 나도 나서서 도우려고 한다. 칼질에는 별로 소질이 없지만, 어머니가 알려주시는 대로 대강 따라 해서 서툴지만 감자나 양파, 당근을 이렇게 저렇게 썬다. 음식에 소금, 간장, 고추장 등 각종 양념을 더하는 일은 역시 어머니가 하신다. 내가 했다가 무슨 사단이 날지도 모른다.
전기밥솥에서 집안 곳곳으로 밥 냄새가 그윽하게 퍼지기 시작하면 식사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녁은 굶더라도 아침은 꼭 챙겨 먹는 우리 집이다. 기숙사에 있던 고등학생 시절에, 시험기간이면 친구들은 아침밥을 종종 굶곤 했는데, (속이 안 좋거나, 아침 먹을 시간이 아까운 이유 등등) 나는 혼자서라도 무조건 아침을 챙겨 먹었더랬다. 이른 아침 급식소로 가면, 나같이 '아침파'(아침식사를 꼭 먹어야 하는 사람들)인 동급생들이 몇몇 보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아침 준비, 특히 요리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진 않지만, 밥상을 차릴 때는 더욱 열심히 하려고 한다.
냉장고에서 각종 반찬과, 요거트, 치즈를 꺼내고 갓 만든 요리까지, 거기다 밥과 국까지. '갖다 나르는 일'이라도 해야지~ 보통 아침 설거지도 내가 하려고 하는 편이긴 한데, 늑장 부리면 어머니가 다 끝내버릴 때도 있다. 우리 집은 삼시 세 끼 중의 설거지거리들을 식사를 마친 후 1시간 아니, 30분 이내에 모두 해치우는 편이다.
이는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어머니는 설거지거리를 쌓아둔 꼴을 못 보신다.
우리 집의 식사시간은, 대략 오전 7시 50분 정도에 시작한다. 물론, 직장인 동생은 그전에 다 마치고 출근한다.
KBS1 TV에서 인간극장이 하는 시간. 아버지도 계신 날이면 셋이서 다 같이 인간극장을 보고, 30분 정도 방영하는 인간극장이 끝나고 아침마당이 시작하기 전에 식사를 마친다.
아침마당을 보는 시간엔, 나는 설거지를 하고 어머니 아버지는 디저트를 드시기도 한다.
오늘은 아침마당에 나온 누군가에 내가 눈이 팔려버려서, 기다리지 못한 어머니가 설거지를 하시긴 했다.
그리고 오전 10~11시까지는, 각종 빨래가 돌려지고 개어지고 널려지며, 어머니는 집안 곳곳을 청소하시기도 한다.
그 와중에 슬며시 나는 차나 커피를 가지고 방에 와서 노트북을 켠다. 그러다 보면 정오, 산에 갈 시간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