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런던여행
아이와 여행을 할 때 꼭 염두에 두는 것은 현지에 있는 학교 구경이다.
한 때 내가 가고 싶었던 영국의 학교이자, 아이가 봐도 좋을만한 대학교 캠퍼스를 방문하는 것은 동기 부여도 되고 지난 추억을 뒤돌아 보게 한다.
우리가 가보려는 학교들은 모두 런던 켄싱턴 지역에 있어서 런던 튜브를 타고 이동하려고 한다.
런던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학교는 명문 공대로 유명한 임페이얼 컬리지 (Imperial College)
그리고 아트, 디자인으로 명성이 높은 로열 칼리즈 오브 아트 (Royal College of Art- RCA)였다.
아직 아이가 어떤 전공을 하게 될지는 모른다. 런던의 좋은 학교 건물과 그 안을 걸어 다니는 언니, 오빠들의 초롱초롱한 눈빛들, 자신감 있는 모습들 보면 앞으로 공부하는 일에 긍정적인 자극이 되길 바라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대에서 공부하는 똘똘해 보이는 학생, 캠퍼스 교실을 힐끗힐끗 보게 되니, 내가 괜히 신이 나고 흥분되었다. 이제 다시 학교를 갈 것도 아닌데, 학교를 들렸다는 것만으로도 후끈 에너지가 차올랐다.
대학교 시절, 로망으로 가고 싶었던 영국 왕립 미술학교인 RCA를 들렸다.
학비가 워낙 비싸기도 했지만, 생활비가 꽤 부담되던 영국 유학을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아쉽게도 학교내부 투어는 미리 웹사이트에서 신청해야 가능했다. 내가 예약을 하지 못한 관계로 우리는 입구만 둘러보고 돌아 나와야 했다. 아이는 왠지 실망하는 것 같았다. 미안해~~
물론..
초등 아이의 관심은 대학교 캠퍼스보다는 쇼핑, 맛집, 공원에 꽂혀있기에, 학교 투어는 가볍게 했다.
런던 학교 방문 뒤에는 근처 공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전쟁 영웅인 장군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념비와 공원이였는데, 조각들 사이사이로 금박이 칠해져 있었다. 흐린 날씨의 분위기 때문인지 금빛에서 화려함보다 무게 있는 장엄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학교 투어, 공원 나들이 휘리릭 하고 이제는 스테이크 맛집으로 가보련다.
어느 나라에서나 먹을 수 있는 스테이크였기에, 좀 더 역사가 있거나 특색이 있는 스테이크 요리를 먹게 해주고 싶어서 오기 전에 열심히 검색해서 예약한 곳이 있다.
레스토랑 이름은 Hawksmoor Knightsbridge
지하로 연결되는 레스토랑은 그 역사가 느껴졌고, 아이는 이미 신이 나있다.
역시 고기고기 좋아하는 아이 표정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랍스터 꼬리와 안심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양은 많지 않았지만 부들부들한 육질은 만족스러웠다.
배가 가득 차지는 않았지만, 디저트 배를 남겨두기로 하고, 다음 행선지인 패션박물관 V&A 뮤지엄으로 고고!
V&A museum 실내에서 연결되는 곳에 잔디밭과 분수가 멋들어지게 펼쳐져 있었다.
우리 둘의 공감대는 공원 잔디밭에 눕기에 맞춰져 있다.
역시 카페보다 여기가 더 좋다.
나와 딸아이는 약속한 듯이 가방을 배게 삼아 잔디밭에 누웠다.
이미 런던의 날씨는 흐림이 아닌 맑음으로 변해있었고 반짝거리는 햇볕이 너무 아름다웠다.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기쁨과 행복함이 차오르고 붕붕 떠오르고 있었다.
잔디밭에 누워서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 끼고 박재정의 "헤어지자 말해요" 노래를 들었다.
딸과 나는 이미 연인같이 친근했다.
런던에서 화려한 건물, 박물관, 쇼핑 다 좋지만. 이렇게 박물관 공원에 누워 같이 음악을 함께 들었던 추억은 무엇보다 강렬하고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하고 싶다.
아이도 비슷한 추억을 기억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