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여행하기
고대하던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 전시. 빠빰.
아이는 사실 기대가 크지 않았지만, 새로운 주제의 전시로 대차게 설득을 해보았다.
진행 중인 전시는 스포츠와 아트, 그리고 야오이 쿠사마의 인터랙티브 아트였다.
엄청난 양의 작품들을 부지런하게 뛰어다니면서 보던 출장 시절이 아니니,
절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걸으면서 음미해 보리라 다짐해 본다.
패션이 접목된 근사한 운동복이 인상적이네.
역사적인 농구화가 그럴싸하게 전시되어 있고, 농구대와 선수들의 사진이 사방에 붙어있었다.
샹들리에가 둘러싸여 있는 농구대가 눈에 띄었는데, 워낙 세심하게 유리로 장식되어 감히 공을 던지기가 조심스럽겠다. 공이 닿으면서 유리들이 산산조각 다는 스릴 있는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권투 샌드백이 고상하게 만들어져 있다. 내키는 대로 마구 주먹으로 내리치기엔 부담스러운 느낌의 장식물이 새롭게 느껴졌다. 귀엽게 마주 선 권투 선수들의 초상화가 오밀조밀 재미있어 보였다.
미국인이 가진 스포츠에 대한 열정, 다양한 인종이 섞여 응원하는 모습에서 스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꽤 오래 전의 장면 같지만 응원하는 에너지는 지금과 별반 다를 것은 없었다.
그리고 계속되는 거장들의 전시. 앤디워홀을 시작으로! 연예인을 보는 것만큼 신기하게 "우와"를 연발하고 있다.
존경하는 독일의 거장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소녀의 그림. 이것도 한 픽!
보는 동안 차분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옆에서 관찰하듯 그녀를 보는 느낌이 잔잔하게 행복해졌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울음이 울컥 나올 마크로스코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그리고 아이와 추억 한 컷을 남겼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윌렘 드 쿠닝을 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강하게 흘러내리는 세찬 붓자국들이 마음을 쿵쿵 두드리는 것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았다.
꽤 관심 있게 쳐다보는 모습을 보니 한 편이 된 것 같아 짜릿하다.
작품을 보고 있는 나를 찍어주는 사진사가 우리 딸아이라니. 신기했다.
한 번도 찍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도촬? 해왔던 것들을 공유받으니 나를 기억해주는 여행 친구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샘솟았다.
그리고 내가 남겨 본 그녀의 사진.
우리는 이렇게 사이좋게 전시를 즐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