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한 달 살기
핀란드의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산타 마을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사실 수도 헬싱키에서는 산타의 모습을 그리 많이 볼 수는 없었다.
대신 건물과 건물 사이, 거리에는 샹들리에의 전구들이 하루종일 반짝거리며 파란색, 붉은색 형형색색의 장식들이 가득했다. 헬싱키에 쌓여있는 눈과 함께 겨울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취하게 해 주었다.
12월 26일 아침 호텔에서 나온 메뉴 중에 겨울 시즌을 고려한 특별한 디저트가 몇 개 있었다.
그중에 기억나는 것은 Mammi 멤미였다.
색은 무척 검고, 아주 걸쭉한 팥의 질감인데, 보통 생크림을 얹거나 아이스크림을 섞어서 먹는다고 했다.
사실 핀란드 친구들이 겉모습 때문에 결코 먹기 수월하지 않다고 했었는데,
아이는 처음 보는 디저트에 호기심을 가지고 생각보다 잘 먹는다.
아마도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넣어서 거부감이 없었나 보다.
덕분에 나도 팥빙수 생각하면서 몇 숟갈 도전해 보았다. 새로운 나라의 음식에 대한 편견은 가능한 가지지 않고 "우선 먹어보자" 주의라서, 아이에게도 이런 기회를 계속 주고 싶다.
밖은 눈이 많이 오고, 영하 19도가 다 되는 매우 추운 날씨이다.
헬싱키에 도착한 게 크리스마스 아침이었는데, 그날부터 거의 10도 이상 더 추워졌다.
크리스마스 전에는 그래도 영하 8-9도였다는데,
꼭 우리 모녀가 핀란드에 추위를 몰고 온 기분이다.
덕분에 아주 제대로 추위를 경험하게 될 것 같다.
기상 예보를 보니, 앞으로 2주간은 눈이 계속 오고 영하 19-22도의 매우 추운 날씨였다.
이 얼어붙은 날씨에 과연 외출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장갑, 모자, 목도리 꽁꽁 싸고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Oodi library #우디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은
헬싱키 엄마, 아빠, 아이들로 가득하다.
역시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한 걸까?
아이는 요즘 브랜드에 관심이 많아졌다.
지나다가 보이는 루이뷔통 매장을 보며 "LV, 나 알아."
백화점 매장 1층에 있는 화장품 코너에서 대뜸 "오, 샤넬 화장품도 있네!"
특정 명품 브랜드들의 로고들을 찾아낼 때마다 즐거워했다.
명품 병에 걸렸나?
어떻게 해야 하나?
호기심이니 그냥 둘까?
핀란드 와서 계속 붙어서 지내다 보니 이런저런 아이의 특성을 발견하게 되니,
궁금증이 풀리는 동시에 고민이 생기기도 했다.
이제 더 친해지는 과정이니, 이왕이면 긍정적인 관점으로 아이의 관심 분야에 대해 함께 알아보기로 했다.
명품 브랜드의 옷, 브랜드 역사에 대해 호기심이 생긴 것 같으니, 광고가 나온 패션 잡지를 몇 권 찾아왔다.
덕분에 나도 오래간만에 잡지를 읽으니 여유로웠다.
사실 아이에게 조용한 도서관이 마냥 흥미로운 곳은 아닐 것이다. 아이의 취향을 맞춰보려고 선별해 온 패션 잡지에 관심을 가지고 사진을 열심히 보는 모습을 보니 내심 뿌듯했다.
친구에게 듣자니 12.26일 저녁 6시 지나면 도서관 앞 광장에서 댄스파티가 열린다고 했다.
놀랍게도 이 파티의 주제는 K-Pop 댄스파티.
헬싱키 학교의 초등학교 8-9학년 들이 무대에서 한동안 연습한 블랙핑크 등의 아이돌 춤을 추고,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자유롭게 춤을 추는 콘셉트라고 했다.
오후 5시가 지나니 리허설인지 익숙한 둠칫둠찟 음악이 스피커로 흘러나온다.
왠지 한국이 잘 알려진다는 느낌에 어깨가 으쓱하고, 신나는 리듬에 몸이 움찔거리며 흥이 났다.
3-4년 전에 만 해도 이렇게 K-pop 아이돌이 유명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따로 모여서 춤을 배우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신기하고 흐뭇하네!
K-pop 댄스파티 외에도 크리스마스부터 신년까지 다양한 행사가 시내에서 열리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빛의 축제, "LuxHelsinki"
헬싱키 시내에 있는 주요 건물 5-6개 정도를 대상으로 이벤트가 열린다고 핀란드 친구가 알려주었다.
우리 둘의 컨디션에 따라 가능하면 직접 다니면서 구경하려고 했지만, 해가 진 저녁은 무지막지하게 추웠다.
이 추위에 아이와 오랫동안 시내를 걷는 것은 무리였기에, 이동하는 동안 트램 안에서 구경하기로 했다.
우연히 트램 타고 지나다면서 본 #헬싱키대성당 #HelsinkiCathedral (#whitechurch) 건물 벽은 색색의 빛들이 아름다운 형상들로 어른거리고 있었다. 차가운 겨울과 묘하게 어울리는 광경이었다.
해가 저무는 시간 우리는 도서관 바로 옆 #Kiasma #키아스마미술관 으로 향했다.
핀란드 현대 미술의 중심지인 키아스마에서는 독특한 건축물과 다양한 현대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가 방문한 기간에는 다양한 작가들이 꽃에 대해 전시를 했었는데, 시원하게 뚫린 창밖의 노을에 비쳐 보여서 아름답게 보였다.
울긋불긋한 조명 사이로 함께 사진을 찍는 순간은 나도 아이가 된 듯 들떠 있었다.
미술관 데이트는 1층 카페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으로 이어졌다.
시원한 콜라와 쌉싸름한 화이트 와인, 크흐~~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달아오르는 이 기분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다.
다음 편은 아이와 핀란드에서 지낸 일상과 생활 팁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